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 - 집중의 순간, X같은 생각을 버려라
대니 그레고리 지음, 배은경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는 귀엽게 생긴 중년의 남성이 등장한다.

설명이 없어도 이 사람이 저자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맞다. 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인자한 인상과는 달리 진짜 잔소리꾼이다.

이 책의 원작을 본다면 거의 문장의 반 이상이 동사로 시작하고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원숭이는 집중력 도둑이다.

뭔가 집중해서 일을 하려고 하면 순식간에 등장해 몰입도를 떨어뜨려 놓는다.

이 원숭이인 ‘Too much talker’와의 전쟁을 선포하라.

그렇지 않으면 독자 너희들은 발전하고 성공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조언한다   


 

내 머릿속이든 마음속이든 수없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갈등하게 하는 존재를

다름 아닌 원숭이로 잡은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이 원숭이는 업무능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포기를 모르기 때문에 길들이기 위해서

적인 벌이나 사자를 예를 들어 원숭이를 죽일 수 있도록 알려준다.


 

특히 지속적으로 저자는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머릿속의 원숭이에게 지는 것이기도 하다.

스스로 현상유지를 거부하고 모험을 하는 것이 원숭이를 죽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원숭이 법칙’.

그것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을 얘기들이 고착화되어 버린 법칙이다.

그리고 이 법칙은 유전이 된다고 언급해 상당히 흥미롭고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이 법칙은 새로운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하기 때문에 원숭이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을 소개하며

그렇게 귀찮은 원숭이들을 우리에 몰아 붙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라고 거듭 강조한다.


 

모든 창의력은 제약이 있을 때 발휘된다고 한다.

그런 제약을 우리가 스스로 한계로 설정하고 머릿속에 원숭이를 기르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정당화 시키는데 익숙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든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어느 정도 이 책을 쓴 의도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을 덮고 나서 Monkey k를 뺀 money와 친해질 수 있는 자신감과 아이디어를 전수 받길 바란다.

저자가 너무 많은 하지 말라, 하라 식의 어투로 말해도 지겨워하지 말자.

모두 피가 되는 조언이 될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주저한다면 반드시 원숭이를 찾아 죽여 보자.

내 안의 사자를 키워 보자.


 

책 속에 나오는 그림을 컬러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다.

저자가 예쁘게 그린 원숭이 위의 그림이 구분하기 힘들어 저자가 전달하려던 내용에 반하는 점이 약간은 아쉽다.

 저자가 단순히 한 가지 색만으로 사진 위의 그림을 그렸을까?

만약 다양한 색으로 그렸다면 그 의미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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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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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에세이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특히나 SNS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써 나가다가 작가로 등단한 경우도 많아졌다.

이러한 부분은 비단 SNS의 맹점 내지는 단점이 아닌 상

당히 장점으로 볼 수 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흔글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작가도

단편단편 다양한 삶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사람과의 관계를 깊이 들여다 보고 있다.  

 목차는 크게 3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단어-의미-관계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작가의 시선과 과거의 기억 속에서 많은 의미를 찾아내고

그러한 의미를 또한 관계 속에 투영하면서 수 많은 제목의 글로 엮어 놓았다.

 

하루하루의 인생을 퍼즐 조각에 비유도 해 보고,

사람의 관계에서 적절한 공간을 인정하며 각자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찌질하고 어리석었던 나의 모습과 이별하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이별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특히나 2장에서 말하고 있는 쓸쓸한 바람을 느끼고 있자니

이기주의 <말의 품격>에서 말했던 둔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관계 속에서 혹은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이 올곧게 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저자는 둔감과도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었다.

 

흔들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에 쓸쓸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나

만의 둔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은 하루에도 수없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살아가면서 놓친 것,

즉 나 자신이나 가족, 주위 등에 소홀했던 것에 대해 잔잔히 소개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하나 하나의 내용을 읽어가면서

적극적으로 공감하리라.

 

한 편으로는 자신의 기억을 소환하면서 그 때의 일을 다시 생각해 보느라

책장을 한참 동안 넘기지도 못할 수 있다.

그렇게 내가 소홀했던 것을 생각하고 아쉬워하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더 사랑하려는 각오가 생길 수 있도록 저자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이 책을 다 읽었을 때에는 오늘도 곧 과거인 어제가 되어가고,

이미 놓쳐버린, 소위 소홀했던 것에 대한 반성과 더 사랑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책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책을 덮으면서 이 작가의 시선과 글이 아직 좀 덜 익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 동안에도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앞으로 나이 들고 좀 더 인생을 살아가면서 글과 생각이 맛있게 익어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책을 찾아 보고 싶다.

술이나 장이 익어가듯 그의 글도 좀 더 곰삭은 느낌이 나길 바라면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상처 받아 더 멋진 글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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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의 적재적소 중국어 - 왕초보도 2개월이면 독학 가능! 페이샘의 명쾌한 중국어 첫걸음!
BJ PEI(배정현).양은지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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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서 수많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

매번 건강과 관련된 금연, 다이어트, 운동 등은 필수가 되었고

좀 더 욕심을 내보자면 여기에 독서와 어학공부 하나씩 들어가기도 한다.


그나마 익숙한 영어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고,

영어는 기본 그 외에 다른 외국어 하나 정도 선택해 11일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미 계획은 무너지고 첫 날 세웠던 힘찬 각오는 사라진 지 오래.

그럴 때 중국어를 공부하려던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동기를 부여해 보자.   

 

일명 적중으로 불리는 이 중국어 책에는 총 200개의 표현이 있다.

교과서적인 표현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으로 아주 유용하게 현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많다.

특히나 요즘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헐! 웃프다, 꿀잼 등을 중국어를

전공한 사람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잘 못할 때도 있다.

기본적인 문형은 물론 유용한 표현이 많이 있어서 중국어를 처음 하는 사람이나

, 증급을 익힌 경우라도 알차게 익힐 수 있다.

 

 

무엇보다 페이 쌤이 직접 찍은 유튜브 영상도 보면서 익힐 수 있고,

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게 MP3도 다운 받을 수 있어서

자신이 익힐 수 있는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듣거나 볼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고,

하나의 표현에 부연설명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카드뉴스처럼 제시되고 있어서 부담이 없다.


연초에 세운 어학공부에 대한 결심이 무너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리한 계획과 공부 양에 있다고 봐도 될 듯한데

이 책은 우선 부담이 없다.

 

또한 체크하면서 자신의 공부량을 체크하면서 익힐 수 있게 4주 혹은 8주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도록

200문장 학습 플래너도 부록으로 제시되어 있으니

욕심을 버리고 차근차근 공부하고 한 권을 다 읽은 뒤에는

또 반복해 4, 8주 식으로 반복하면 200개의 문장은 최소 4개월 안에 익히지 않을까.

 

어학 공부는 단순히 문자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특징과 문화, 습성까지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다.

즐겁고 재미있게 배우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양하게 배우는 것이야 말로 승전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 보려는 초심자에게 하는 조언의 말을

 페이 쌤이 지은 머리말 3*4조와 비슷하게 4*4조로 정리해 본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적중!으로 중국어의 핵심을 적중하자!


열어보고 깜놀했네

어찌이리 알차단가

어느하나 못버리네

생생하고 재미있네

 

이백문장 들어보고

이백문장 말해보고

이백문장 나도몰래

튀어나와 심장멎네

 

팟캐스트 강의보고

엠피쓰리 강의듣고

하루열개 4주완성

플래너와 함께하면

중국가도 길안잃네

중국여행 안무섭네

 

이리해도 안할텐가

이런데도 어려운가

지금당장 안하는가

평생살며 후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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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라이프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리 알모사위 지음, 정주연 옮김 / 생각정거장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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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Choice>.

원작의 제목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선택한 것 중에 적절하지 못해 가끔은 후회하는 것들에 대한 경고 문구 같기도 하다.

 

만약 저자가 소개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몸을 놀렸다간 저자로부터 ‘Bad Choice!’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정확한 설명이 어려운 것 같다면 머리말에서 소개하고 있는 알고리즘의 정의를 읽어 보자.

 

고리즘은 한정된 시간에서 유의미한 목적을 달성하는 명확한 단계들의 연쇄이다. 그 연쇄는 입력으로 시작해 출력물을 생산한다. 그것이 바로 알고리즘의 특성이다(P.7).

이런 알고리즘을 알기 위해 저자는 참으로 다양한 일상생활의 사례를 들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빠르게 미로를 탈출하기나 마트에서 최대한 빠르게 필요한 물건만 쓸어 담기 등의 사례는 상당히 흥미롭다.

마트에서 최대한 빠르게 필요한 물건만 쓸어 담기는 우리가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에서 매일 식품관에서 저녁을 보러 온 고객을 위해 짧은 시간만 싸게 팔 거나 한정수량일 경우 유용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

특히나 자주 있을 수는 없는 경우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이나 외국 영화에서나 보던 미로 탈출의 경우에는

이 방법만 알면 왠지 하루 만에는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또한 이 중의 사례로 양복점 출구 찾기는 앞에서 소개한 미로 탈출 기술도 적용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동안 실타래를 계속 풀라는 것도 흥미롭다.

마치 그림형제 동화 중 하나인 <헨젤과 그레텔>의 내용처럼.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사례의 가장 큰 핵심은 할 수 있는 일이 여러 가지 있어도 핵심적인 것부터 사직하라!이다.

저자는 모든 일에는 핵심을 파악하면 그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고,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그 문제 속에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선 코딩교육이 필수라고 한다.

미국은 이미 초등과정에서 코딩을 가르치며, 대학교에선 필수 교양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가히 중요성을 알만하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초중고 대상, 코딩교육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이미 발 빠른 학교들은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코딩수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한 번은 들어봤을 만한 코딩이란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작동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과정을 말하는데,

알고리즘을 알면 훨씬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큰 장점은 어렵지 않게 알고리즘 개념을 사례와 그림, 도식 등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이해하기 전에 이 책에서 나오는 수만은 다양한 용어는 수학과 친하지 않은 경우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읽다가 머리가 아플 때 즈음에 위즈마 모네의 이야기가 소개될 것이다.

이 인물은 랩퍼처럼 행동하는 사람으로 헤이요!로 시작하는 굵은 글씨의 랩 가사처럼 쓰여진 글이 흥을 돋워줄 것이다.

이 위즈마처럼 랩으로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헤이요!

알고리즘은 어렵지 않지.

배열이 가장 중요하지.

가끔 분류도 필요해.

처음에는 어렵다고들 해.

우편물이 모두 쏟아져도,

너무나 많은 짐 속에서 길을 잃어도,

알고리즘 하나면 찾고 정리할 수 있다고!

이 책을 덮기 전에 저자의 말을 명심하자.

알고리즘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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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개정판
김훈 지음, 문봉선 그림 / 학고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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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럭거리는 눈이 날린다.
그 넓은 들판을 긴 행렬이 줄을 지어서 간다.
끝도 보이지 않는다.

명나라 말기 청나라 초기 명이 아닌 청을 받들라며 조선의 땅을 황폐하게 만든 상황에서
조선의 임금은 궁을 옮긴다.
너무나 추웠던 그 겨울,
송파강도 얼어서 많은 인원이 건너가면서도 얼음이 깨지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추위에 힘든 겨울이었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각 인물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인조에게는 두 신하가 있었다.
강직하면서도 대의를 중시하는 김상헌과
현실적으로 칸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인 백성을 위한 길임을 주장하는 최명길.

사실 어느 누구의 주장에도 반박을 할 수가 없다.
모두 현실을 반영한 충언이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옳은 결정인지 결정하지 못하는 인조의 마음,
역적으로 몰리더라도 백성의 죽임을 최소화하려는 최명길,
남한산성이라는 공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날쇠 등의 심리를 알아 볼 수 있다.
심지어 칸이 조선을 바라보는 시점까지도 알 수 있어서 소설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왕도 사대부도 백성도 모두 지쳤다.
마음도 몸도 환경도 모두 피폐해져서 삶의 의욕도 없다.
산성 내에서는 돈보다 곡식이 더 환영을 받는 시대였다.
그 당시는.


오히려 돈을 내 놓으면 화를 내면서 돈 대신 먹을 수 있는 곡식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 이 긴 전쟁이 끝나고 왕이 다시 돌아가면 보답하겠다는 말에 믿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직 그 정도까지 피폐해지지 않았구나,
그리고 서문을 왕이 통과하고 나서 서날쇠 등등의 백성이 다시 봄이 온 것을 기뻐하면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활기를 띄는 점 등을 보면서 어려움도 길지 않고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버스락거리는 눈이 1년 내내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반드시 민들레가 펴서 꺽지를 먹을 수 있는 봄이 오고,
냉이로 맛난 국을 끓여 먹을 수 있는 봄은…
반드시 온다.


하지만 그 봄을 맞이 하기 위해서 체철사의 오판이나 칸의 무력 공격 속에서
우리의 백성은 하염없이 죽어나갔다.

무명옷은 음력 12월 칼바람을 막아주지 못했고,
말을 먹일 수는 있어도 백성은 먹일 수 없는 상황 등등으로 사람들은
동상과 추위로 길어지는 대치 상황에 힘들어하는 모습에 답답하다.
왕은 그것을 마음 아파하면서도 자신의 무능력함에 하염없이 그도 무너져갔다.

그러면서 충직한 두 신하의 간언이 자꾸 생각난다.

p.269~270 냉이 중에서

김상헌이 말했다.
“전하, 명길은 전하를 앞세우고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이옵니다.
죽음에도 아름다운 자리가 있을진대, 하필 적의 아가리 속이겠나이까?”

최명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전하, 살기 위해서는 가지 못할 길이 없고, 적의 아가리 속에도 삶의 길은 있을 것이옵니다.
적이 성을 깨뜨리기 전에 성단을 내려주소서.”

말이 길이 되고, 길이 말이 되는 그날.
비록 역사적으로는 굴욕적인 사건으로 남았지만 백성의 괴로움은 종지부를 찍었다.
아직도… 그 결정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지 못하겠다.
김상헌의 말이 맞는지 최명길의 말이 맞았는지…
이 부분은 저자의 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

p.398 못다 한 말 중에서

저 가엾은 임금은 이 하산의 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비로소 고해의 아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리막길에는 눈이 얼어 있었고 말이 미끄러졌다.
나는 이 아비를 사랑한다.
미워하지 않는다.

칸에게 이마를 찧어서 총 9번의 절을 하는 인조,
어쩔 수 없이 청의 볼모로 자신의 아들을 보내는 인조,
그리고 나중에는 독살로 아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인조…

그의 굴곡진 인생에서 임금의 무거운 어깨도 새삼 느껴지진다.

이 아비를 과연 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역적이 되는 것을 감수하고도 칸에게 글을 써 보낸 최명길을 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긴 행렬로 남한산성을 지나갔던 그들은 다시 그대로 남한산성을 통과했다.
그것도 서문으로.
이 안타까운 역사가 이 소설을 더 비장하게 만들어 준다.


책장을 펴면서 추웠던 그 느낌은…
봄이 온 뒤 냉이와 민들레가 피어나는 봄이 되어 마무리가 되어도 따뜻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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