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내가 아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내가 당연시 하는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일깨웁니다. 그리하여 내가 누리는 안락에 감사하고 내가 겪는 아픔을 고집하지 않게 하며,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 원망 없이 받아들이게 하지요. p11
제 독서 비밀이 대단한 비법이어서가 아닙니다. 여기 쓴 방법들보다 더 효과적이고 유용한 독서법이 있겠지요. 하지만 이 책에 쓴 방법들은 모두 제가 삶의 고비마다 안간힘을 쓰며 찾아낸, 제 삶의 고민이 담긴 애틋한 비밀입니다. 그러니까 소중히 여기라는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당신도 당신의 삶을 걸고 당신의 독서법을 찾으라는 애깁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을 잡아야 합니다. 삶이 던진 질문을 붙들고 책을 읽을 때 가장 열심히 가장 정직하게 읽고, 가장 큰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을 때 제게는 간절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p13
특히 인문서를 쓰고 읽는 필자와 독자 들이 타인의 사소한 잘못에도 비분강개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면서 왜 보통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는 이들이 사람에 대해 더 까칠하고 무례한지, 도대체 책을 왜 읽는지 회의가 들었지요.(...)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부족한 지식과 모자란 경험을 채우고 자신을 조금이라도 개선알 요량이 있기에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지요.(...)그런데 이렇게 책을 읽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이런 저런 지식과 정보로 머리를 가득 채우는 사이. 정작 내 인생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생각도 못하고 온갖 정보들에 취해 마치 모든 걸 아는 듯이 착각하기 십상이지요. p29
삶의 물음을 새기는 독서는 스스로를 성찰하게 합니다. 왜 이책을 읽는가? 이 책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왜 이문장에 밑줄을 긋는가? 이 문장이 네 인생에 요구하는 것이 무언인가? 이문장을 받아들인 너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질문을 할 수록 문장의 무게가 커지고 생각이 깊어집니다.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는 말했습니다. "근심 없는 사람의 인생만큼 아름다운 인생은 없다. 근심없는 삶은 참으로 고통 없는 악이다."라고. 그 말처럼, 걱정을 모르는 삶은 편안한고 아릅답겠지만 걱정하는 것이 싫어서 눈을 감는다면 그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타자에게'악'이 됩니다. 자신이 어떤 인간이고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주위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반성을 안 하니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니 말입니다. p35-6
책 읽기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런'노력'을 해야 합니다. 독자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쌓아 온 선입견으로 책을 읽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반성적 자아를 키우는 대신 완고한 자아의 성을 쌓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독서는 오히려 세상이 인정한 권위있는 책과 저자를 내세워 스스로의 부족함을 가리려는 허위의 몸짓이 될 뿐입니다. 자신의 앍과 실천이 아니라 읽은 책의 목록을 훈장으로 삼는 허영의 독서를 하는 것이지요. 그럼, 선입견을 버리고 책을 있는 그대로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읽기 전에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3수 끝에 완독한 스피노자의 『에티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독자들에게 나와 함께 천천히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갈 것을, 그리고 이 문제들을 꼼꼼히 읽을 때까지 그에대해 판단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
(...)또 하나 내가 오해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특히 어떤 글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가능성을 더욱 크게 느껴야 합니다. (...)어설픈 독서로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건 비판하려던 필자의 기만 세우고 독자의 격을 떨어뜨리는 짓이니 마땅히 삼가야 합니다. p45
변증법 입문서에 자주 나오는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듯이 양적이 축적이 있어야 질적인 도약이 이루어진다는 뜻이지요.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안목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근대 철학을 발전시킨 데카르트는 『정신지도의 규칙들』이란 저술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읽었다 하더라도 주어진 무제에 대해 확고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 우리는 결코 철학자가 될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줄 모르면서 무턱대고 읽기만 하는 무능하고 무지한 독서인의 행태를 꼬집은 말이지요.P51-52
솔직히 많은 책을 읽고 힘들여 공부했는데도 계속 모른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되면 맥이 빠집니다. 결국 아무것도 모를 뿐이고 진리를 알 수 없다면 왜 그토록 힘들게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할까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나 생각을 바꿔서 계속 공부를 하는데도 아직 모르는 세상이 있고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이 얼마나 신기하고 신나는 일인가요?
하나의 진리를 믿고 싶다면 많은 책을 두루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믿는 진리로 남을 설득하면 그만이고 설득되지 않는 사람과는 벽을 쌓으면 그뿐이지요. 그러나 설득되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우리의 완강한 몰이해를 낳은 원인이 궁금하다면, 괴롭더라도 그와 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와 대화하기 위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글을 읽어야 합니다. 낯선 책, 읽기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지요,P87-8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어렵다고 여겼던 앎을 얻는 기쁨만이 아니라 내 안의 세포를 깨워 한계를 넓히는 드문 기쁨을 줍니다. 그러므로 내가 모르는 세상 , 내가 모르고 외면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물론이요 나도 몰랐던 내안의 나를 찾기 위해서도 반드시 어려운 책을 읽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P91
이 편지를 모은 책은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출간되었는데, 맨앞에 마텔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실려 있습니다. 하퍼 수상은 절대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 그래서 "똑똑하지만 재미 없는 사람"이고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니 결코 본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편지지요. 저 역시 문학 작품을 읽지 않는 것을 지성의 증표쯤으로 여기는 독서인들을 종종 봐 왔던 처라 '자신이 모른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그의 지적에 공감이 가더군요. P138
누구나 한번쯤은 문학 작품을 읽으며 나와는 조금도 닮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이 아닌 짐승이나 벌레의 이야기에 눈물지은 경험도 있겠지요. 안도현의 시 「스며든다는 것」을 읽은 뒤로는 전처럼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전에는 게장에 알이 꽉 찼다고 좋아했는데, "등짝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는 시구를 읽고 나서는 새끼를 품은 채 죽어 간 어미 꽃게가 떠올라 마음이 안 좋다는 거지요. P142
사노라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고 처음 본 낯선 사람이 때려 주고 싶게 미운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 문학 책을 펼쳐 보세요. 먼지 같은 나나 별 같은 당신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가장 숭고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될거에요. 천천히 마음을 기울여 읽는다면……P149
정말 중요한건 왜 그 책들을 읽는지, 오래전에 살았던 그들에게서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을 통해 내가 구성한 새로운 삶의 원리가 지금 이 시대의 삶의 문제에 얼마나 유효하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책을 제대로 잘 읽으려는 모든 노력은 지금 내 삶의 문제에 제대로 잘 응답하려는 간절한 요구에서 나옵니다. 독서란 다만 그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P163-5
결국 중요한것은 나만의 독서법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서문에 나온다. 그때그때 내 관심사 또는 저자의 말처럼 질문거리가 생길때마다 이책 저책 중구난방으로 찾아 읽고는 있지만, 늘 이게 맞는건지 제대로 읽고 있는건지 고민스러운 나같은 사람들에게 사실 이 책 자체가 '이것이 답일세'라고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위로 받는 느낌이 드는 문체와 내용들이다.
함께 읽는 법, 소리내어 읽는 법, 아이와 함께 읽는 법, 어려운 책 읽는 법 등등 독서에 관한 방법적인 전술도 많이 있지만 전략적인 부분만 발췌하였다.
지금 내 삶의 질문들.
고통, 악, 권력 그리고 연민.
어떻게 읽어야 할까. 무엇을 읽어야 할까.
아직도 답을 알수는 없지만, 그래도 읽고 본다.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될때까지....
지금 읽고 있는 책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13/pimg_7012461961292084.jpeg)
그리고 욕심은 나지만 엄두가 안나는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