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다. 세 사람은 비슷한 실패를 겪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시절이 낭랑하게 흘렀을 것이다. 친구를 읽고 시간과 희망을 잃었을 것이다. 물론 돈도. 동생처럼 많은 액수의 빚을 지기도 했을 것이다. 같은 실패를 경험한 후 시간을 통과하면서 동생은 죽고 윤세오와 부이는 살아 남았다. 살아서 누군가를 뒤쫓게 되었을지라도 먼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로 학업을 이어나가는 생활이 순탄하지는 않을지라도, 무엇이 동생은 살아남는 데 실패하게 하고 윤세오와 부이는 성공하게 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절망이 삶의 끝이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째서 절망이 또다른 시작이나 그저 일상이 되는 것일까.p207-8

 

그때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애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힘들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서는 아니었다. 앞에 앉은 사람은 그 시절이 대체 어떠했는지, 좁은 방에서 여럿이 함께 머무는 게 무슨 기분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 시절이 갉아먹은 게 시간만이 아니라는것도 모를 것이다. p215

 

구기인은 언제나 가난했으므로 새삼 가난이 압박했을 리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가난은 일단 낯을 익히면 계속 들이닥친다. 살수록 빚이 느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p236-7

 

가난이 이끈 불운은 운명에 가까웠다. 일단 마수에 걸리면 모든게 나빠진다는 점에서 그랬다. 누군가는 당장 죽을 지경에 처한 부모님의 수술비 대문에, 사업을 하는 형에게 보증을 서주어서, 일을 하다 다쳤는데 가족 중 아무도 돈을 벌 사람이 없어서였지만 결과는 거의 같았다.

왜 세상의 불행은 모두 비슷할까. 이수호가 목격한 불행은 따질것도 없이 돈 때문이었다. 불행과 가난만큼 상투적이고 뻔한 게없었다. 사연이 그렇다는 게 아니었다. 진행 과정이 그러했다. 돈때문에 집을 읽고 가족을 잃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는다. p249-50

 

 

 

 

 

 

"인간은 원래 그럴 리 없는 존재거든요"

 

알라딘 책소개에 있는 바로 이 문장 때문에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다. 자세한 내용을 모른체로 읽기 시작했는데,내가 경험했던 일이 소설의 소재로 나오면 좀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 것 같기는 하다.

 

 

 

 

 

 

 

 

 

 

 

 

 

다단계.

무려 20여년 전에 나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다단계를 했었다. 윤세오를 다단계로 이끈 조미현처럼 나에게도 소개자 즉 친구가 있었다. 나의 중학교 동창이었던 친구. 나는 인문계로 진학하고 그 친구는 상업계로 진학했기 때문에 거의 연락이 끈겼던 친구. 하지만 내가 참 좋아하고 부러워했던 친구.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이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나는 본적이 없다. 그런 친구에게 어느날 갑자기 너무나도 반갑게 연락이 왔고, 만났고, 차를 마시고 초기 다단계에 불려갈때 대부분의 소개자가 친구에게 하는 말인 "너 나 믿지?"라는 질문에 뜬금없이 뭔소리냐 당연히 믿지 라고 대답하고 난후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고 의심하게 될쯤엔 다단계 사업장의 둥근 원탁앞에 소개자와 나 그리고 낯선 사람과 앉아 있었다.

 

몇년 정도 그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얼마만큼의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하거나 떠나거나 또는 욕했었는지도 셀수가 없다. 시작할 당시 어차피 돈이 없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빚이라고 할것도 없었다. 남들은 자석요 세트(싱글은 300만원대 였고 더블을 거의600만원대)를 사고 시작했지만, 나는 돈이 없었기에 자석베게 두개 달랑 사고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크게 빚진적은 없다. 내가 중학교때 학생회장아이(공부 잘하고 이쁘고 운동 미술 노래까지 모두 완벽했던 친구)를 데려오는 바람에 우리 중학교 애들의 절반이 상을 그 사업장에 불려왔고 또 그중의 절반 가량은 함께 사업을 했고 결국에 모두 떠났다. 중학교 뿐만 아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모든 친구들을 다 그 곳에 데려갔었기 때문에 나는 동기생들에게 피라미드로 친구 등치는 나쁜 년이되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고작 이삼년 정도의 시간이 었을텐데 수십년 동안의 사람들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나는 내 소개자를 원망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내가 내 친구들을 그곳에 데려갔던게 순수한 이유였으니까(돈이 되겠다 라는 생각) 내 소개자도 그러했을것이라 믿고 싶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가 정말 너무 나쁜년이 되는 것 같아서 그럴수 없었다.....그리고 내가 있던 곳은 강압적으로 합숙을 하거나 하는 전시장이 아니였다. 내가 원한다면 첫날 바로 나올수 있었다. 그곳에서 계속 내 시간과 내 사람들을 버리고 있었던것은 나의 욕망이었다.

 

다단계는 돈 없는 사람도 돈을 벌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돈 있는 사람이 돈 있는 사람을 불러모아야 판이 돌아간다.

이 사실을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나처럼 돈이 없으면 10만원 짜리 베게를 사고 시작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처음 부터 자석요 풀세트를 세개를 구매해서 팀장급으로 시작을 한다-바로 이부분에서 사람들이 빚을 지게 된다-나는 10만원을 냈으니 내 소개자는 3만원을 받았을 것이고 그 돈있는 사람이 1800만원을 냈으니 그 사람의 소개자는 540만원을 받았을 것이다. 이게 바로 다단계 즉 돈 놓고 돈 먹기.

 

아직도 다단계가 얼마만큼 젊은 사람들을 벗겨먹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허영와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곳에서 절대로 빠져 나올수 없다.

 

소설은 대체로 읽을만 한 정도인데(가난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비해 캐릭터도 서사도 약하다)옛기억에 가슴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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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2 0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2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2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5-10-02 08:22   좋아요 1 | URL
첫날 그곳에 끌려(?)갔던 기억이 가장 생생해요.
그때 원탁에 함께 있던 사람이 꿈이 뭐냐고 물었거든요(이게 레파토리였어요)
제가 알기로는 저 같은 대답을 한 사람이 전무후무.

˝스님이요˝ 라고 대답했거든요.
당신이 꿈이 무었이든 이룰수 있게 돈 많이 벌게 해주겠다 라고 정해진 멘트가 있었을텐데
스님이라니...그 질문자와 소개자의 벙찐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하는 동안은 정말 열심히 했어요.
사업장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고....
그렇게 열심히 했기에 내 소개자는 한달에 1억도 벌었답니다.(저는 외줄라인이라 돈 못벌음 ㅜ..ㅜ)

다단계로 잃은 건 가족보다 소중했던 친구들였고,
다단계로 얻은 건 뻔뻔한 말빨 정도 이니.
엄청 손해나는 장사였네요.

단발머리님도 조만간 다시 만날때까지 건강하세요 *^^*

페크pek0501 2015-10-0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심이 가면 발을 빼라˝ - 커트 보니것의 책에 나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땐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많아요.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봅니다.

저는, 후회할 일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아무개 2015-10-05 08:22   좋아요 0 | URL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앞보다는 뒤를 돌아 보는 타입이라
혼자 꽤나 속을 끓이기는 했지만,
워낙 오래전 일이라 지금은 뭐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