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을 쓰는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이번 주말에 겪었던 일들은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자신을 전적으로 내던지는 일을 완전히 부정하기 일보직전이었으니까. 나의 섹슈얼리티 개념은 완전히 바뀌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양성애는 개인의 완전성의 한 표현이며 성적 경험을 제한하고 탈육체화하고자 시도하는 -그렇다-도착에 대한 정직한 거부다. 소위 "제짝"이 나타나기 전까지 순결을 이상화하는 개념을 내세우는 -사랑 없는 순수한 육체적 흥분이나 난교에 관한 모든 금지로서의 도착 말이다……. p47 -16세-

 

일기를 쓰는 것.

일기를 개인의 사적이고 비밀스런 생각들을 담는 용기-속을 터놓을 수 있는 귀머거리에다 벙어리 , 문맹인 친구처럼-로만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나는 그저 일기에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 솔직하게 나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창조한다. 일기는 자아에 대한 나의 이해를 담는 매체다. 일기는 나를 감정적이고 정신적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제시한다. 따라서(아아.)그것은 그저 매일의 사적인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경우-그 대안을 제시한다. p213 -24세-

 

 

진부함과 지배-그건 내가 코네티컷 대학시절에 썼던 글인데, 내가 옳았다….

지성뿐 아니라 감수성도 귀족화되었다. 평민 취급을 받는 게 전혀, 전혀 기분 좋지 않다!

나 같은 감수성을 지탱하려면 그만큼 강한 자아가 있어야 한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면(예건태 H의 변덕이나 진짜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는 티를 냈다면). 아마 감히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없었으리라….p258 -25세-

 

글을 쓰고자 하는 나의 욕망은 내 동성애와 연관이 있다. 나는 사회가 나를 향해 겨누고 있는 무기에 맞서기 위해 무기가 될 만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게 내 동성애를 정당화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내 느낌이지만-일종의 면허를 발급해준다.

내가 동성애자라는 죄책감이 얼마나 큰지 이제야 실감하기 시작했다. H와 함께 있으면서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예를 들어 아네트 마이컬슨)다 H 탓이라고, 그녀가 내 악의 근원이라고, 그녀만 없으면 난 동성애자가 아닐 거라고, 아니 적어도 대체로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게 했다.

내 두려움과 죄책감을 필립과 연결시킨다. 그가 온 세상 사람들에게 떠들어 댄 거나 내년 여름 또 친권 소송을 할 거라는 전망과도 무과하지 않다. 그러나 어쩌면 그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할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니까 어째서 나는 야콥과의 기만적인 관계를 지속하는가?

동성애자라서 나는 전보다 더 무방비로 노출된 기분이다. 숨고 싶고 남의 눈에 띄고 싶지 않다는 소망이 더 간절해진다. 물론 전부터 언제나 느끼던 감정이긴 하지만. p286 -26세-

 

사랑은 아프다. 상대가 언제든 내 껍질을 들고 떠나 버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산채로 껍질을 벗기라고 몸을 다 내놓고 있는 기분이다. p335 -27세-

 

수잔 손택의 14세부터 30세까지의 일기를 그녀의 아들인 데이비드 리프가 엮어낸 책이다. 수잔 손택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긴 했지만, 16세에 동성애적 성향을 발견하고 17세에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았고 철저히 자신의 욕망에 따라 아들과 남편에게서 떠나 자신의 지성과 감수성의 만족을 위해 살았던 지극히 자기애적인 성향의 그녀의 일기는 이전까지 내가 희미하게 가지고 있던 그녀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부셔놓았다. 특히나 그렇게나 목욕을 하기 싫어하는 그녀라니 허허참....

 

30세 이후의 일기들도 엮어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책을 읽을 때처럼 난해하고 놀랍고 당황스럽겠지만,

꼭 발간되었으면…….

 

책뿐만아니라 예술에 대한 사유도 굉장히 많지만, 내가 알아 먹을수 있는 대목이 거의 없어서 발췌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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