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반 고흐 이야기

반 고흐, 꿈을 그리다 - 반 고흐의 예술과 영성
라영환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4월

성경과 세상, 성직자와 화가, 절망과 희망, 죽음과 삶.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지만 반 고흐는 이 둘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았다.

반 고흐, 꿈을 그리다

평소 인상주의 화가들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고흐의 그림을 좋아해 우리나라에 그림 전시가 있을 때마다 달려갔던 기억이 있기에 반 고흐의 삶을 사진과 편지로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책 소개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흔히 광기 어린 삶을 살았던 비운의 천재로 불리며 어느 화가보다도 그의 일생에 대해 관심이 많아 영화, 책등으로 자주 소개되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내용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그건 나의 착각 이었습니다...ㅠㅠ

책은 3부로 나뉘어 1부 반 고흐 해석의 난점들 2부 반 고흐가 되어 반 고흐를 보다 3부 반 고흐의 예술과 영성이라는 부제로 우리가 잘 몰랐던 반 고흐의 일생과 반 고흐가 동생과 나누었던 편지 내용 등을 설명해 줍니다

1부에서는 반 고흐가 죽기 전 광기 어린 삶을 살았다는 세간의 오해를 설명합니다. 스스로 귀를 잘랐다는 에피소드는 내가 고흐를 알게 되면서 처음부터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것조차 사실과 다름을, '까마귀 나는 밀밭'에서 자신의 죽음을 암시했음도 역시 오해이며 오히려 편지를 통해 솟아나는 힘을 말하는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성경 속에서 영감을 얻었던 고흐가 그림 속에서 기독교를 떠나려 한다는 것 역시 사실과 다름을 이야기합니다

2부 반 고흐가 되어 반 고흐를 보다에서는 반 고흐의 일생을 그의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는데 동생 태오와 사이가 좋았음은 익히 알았어도 태오의 아내 요한나 역시 고흐의 지지자로서 남편 태오가 죽고 나서 고흐와 외 모든 편지와 그림을 정리했기에 우리가 고흐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고흐가 살았던 도시별로 그곳에서 고흐가 영향받았던 화가, 혹은 장소를 따라 설명해 주는데 내가 주로 봤던 그림은 거의 완성형 단계에서 그려진 것들이며 그 이전 자신만의 화풍을 찾기 전 밀려나 고갱 등에 의해 변하는 그림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3부 반 고흐의 예술과 영성은 작가가 고흐에 대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로 이 책 전체의 주제에 해당해 우리가 잘 알거나 혹은 몰랐던 고흐의 그림을 설명하면서 그가 가졌던 기독교인으로서의 영성이 어떻게 그림에 작용했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전 고흐가 목사가 되고 싶어 했다는 것도 그림을 통해 종교적 소명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던 것도 몰랐기에 우리가 과연 정말 고흐를 잘 알았던 것이 맞나? 하는 의문과 그의 그림 속 종교적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었기에 이 전에 내가 했던 그림 감상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 거였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흐는 자화상을 많이 남겼는데,

그림의 배경조차도 각각의 의미가 있어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이다가 확 와닿습니다.

이 책의 맘에 드는 점은 사진 자료가 풍부하고 전시회에서 눈여겨보지 못했던 목탄화와 연필, 잉크 등을 이용한 그림도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책에서 맘에 들었던 그림 중 하나로 고급스럽고 멋진 의자는 고갱을, 딱딱한 나무의자는 고흐 자신을 상징한다 하니 고갱이 고흐를 이용했던 것과 달리 고갱을 높이 보는 고흐의 맘이 느껴져 왠지 안쓰러웠습니다.

이 그림이 고흐가 가장 좋아했다는 '감자 먹는 사람들'입니다. 밀레가 하층민의 삶을 보이는 대로만 그린 것과 달리 고흐는 애정을 갖고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 합니다.

이 책이 기존의 책과 가장 다른 점은 작가가 태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보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 도시들을 이동하며 미술사적 관점을 설명한 점인데, 그의 그림뿐 아니라 고흐에게 영향 주었던 많은 작가들의 그림도 보며, 우리가 흔히 들었던 많은 오해들을 설명해 줍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편지와 사진 자료를 보여주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미술사 책등을 읽을 땐 인쇄 정도를 가장 신경 쓰기에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그림 인쇄가 맘에 안 들어 원본 그림의 매력을 못 느낀다면 속상해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 부분도 너무나 만족했기에 옆에 두고 두고 두고 다시 보고 싶은 책이기에 강추합니다.^^

한중록 - 역사의 소용돌이 속 한 여자의 이야기

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궁중 비사

책을 다 읽고 나니 왠지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와 말 그대로 이 꼴 저 꼴 보통이라면 한 사람이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할 일이 혜경궁 홍씨에겐 이리도 많았는지 그녀의 일생이 안쓰럽네요.

워낙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고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영조, 정조,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혜경궁 홍씨의 입장에서 그녀의 눈으로 본 그 시대가 어땠고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 궁금해 책을선택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박진감 있게 쓰인 글은 1권에서 6권으로 나누어져 진행되었는데, 그 모든 일이 다 끝난 뒤 손자인 순조에게 보이기 위해 조카 홍수영의 권유로 쓰인 거라 합니다. 아무리 아녀자였어도 임금의 어미로서 정치적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안간힘이 느껴져 예전 역사 시간에 배운 한 줄의 내용으로서의 한중록과는 그 의미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또한 내용 속에서 딸로서, 부인으로서, 어머니로서, 할머니로서 그녀가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짐이 생생하게 다가왔기에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기존 정사 속에서 없었던 영조와 사도세자와의 관계, 그리고 그 틈에서 애쓰고 마음 졸였던 혜경궁 홍씨의 안간힘과 마음 졸임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고 말년의 여러 일들을 알 수 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가 구어체여서 지루할까 걱정이었는데 예상보다 재미있었고 비록 이 내용조차 100프로 진실인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현명하게 헤쳐나간 그녀의 저력은 충분히 느꼈습니다. 책을 읽고 요즘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며 내가 느꼈던 감정 - 영조가 결국 사도세자를 만들었고 부모의 그릇된 양육이 얼마나 엄청난 비극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이 왕과 세자 사이라면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역사가 바뀔 수 있음을 생각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늘 정조대왕이 일찍 승하한 게 조선말의 비극이라 생각했는데 그 비극의 씨앗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으며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즐기고 싶다면 강추해 봅니다. 지루할 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단어가 많았으나 일일이 각주를 달아주었기에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공생 파트너, 미생물 이야기

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 - 치즈에서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아이러니한 미생물의 세계
마르쿠스 에거트.프랑크 타데우스 지음, 이덕임 옮김 / 책밥 / 2020년 3월

세균과 박테리아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였다.

그들은 43억 년 동안 진화하면서 지구 구석구석까지 번성하였다.

그리고 20억 년에서 30억 년 안에 태양이 우리 행성을 태워버리는 날이

불가피하게 닥친다면 이들이야말로 마지막 생명체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 중에서

'치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아이러니한 미생물의 세계'라는 부제목이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평소 전혀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다 막상 정체를 아는 순간 우리는 미생물이라 부르는 세균, 바이러스, 균류 등이 얼마나 위협적이며 동시에 우리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러기에 책 제목을 보자마자 관심이 생기고 딱 중고등 수준 정도의 세균, 바이러스의 지식 정도밖에 없기에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책은 총 4개의 영역으로 미생물 중 주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앞 장에선 지구의 역사 속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생명체로서의 세균의 특징과 그들이 지구상에 등장하며 지구환경과 생물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합니다. 또한 모일수록 강해지는 이들의 생존 전략에 대해 들을 수 있는 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했던 설명으로 왜 지구의 주인이 우리가 아닌 세균이라 불리는지 확실히 이해되었습니다. 각 장이 진행되면 살모넬라, 노로바이러스, 캄플로 닥터, 로타바이러스 등 한 번쯤 들어 본 적이 있거나 혹은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개별적으로 자세히 들을 수 있는데 문젠 읽을수록 왠지 모를 공포와 함께 과연 내가 이 많은 바이러스 혹은 균들과 잘 공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살균제를 좋아해? 일상에서 신경 쓰는 화학적 단절이 사실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잘못된 방법임을 여러 예를 통해 들려주기에 그럼 도대체 이 많은 위협적인 미생물로 부타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킬 방법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삽화로 직접 보기 힘든 미생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3장에선 독일의 대표적인 가정위생학 박사인 마르쿠스 에커트 박사는 우리 주위 어디에 어디에서나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있음을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경고합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한 화학적 단절 이외에도 위생을 위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설명하며 우리가 흔치 처방받는 항생제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며 항생제 사용 시에 주의 점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미생물은 우리 안에 있다'의 구체적 예를 이야기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성수, 할례, 헬스클럽, 반려동물 등 스쳐 지나갔던 미생물과의 접촉에 대해 알려주어 다시 한번 세균 등은 우리와 같이 있음을 , 그리고 조심해야 함도 들려줍니다.

각 장마다 코너를 두어 우리가 알아야 할 미생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

마지막 4장은 미생물의 뛰어난 점과 함께 지구 마지막 순간에도 세균은 살아남을 것이며 그러기에 가정에서 미생물과 건강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우리가 꼭 기억할 것을 이야기하며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꼭 세균을 죽이는 것만이 아님을 이야기해 줍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요즘과 딱 맞는 주제이므로 미생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고 대처하는 법을 알고 싶어 선택한 책은 결국 우리는 세균, 바이러스를 죽여야 하는 적으로 인지할 것이 아니라 같이 공생하는 파트너로서 알고 대처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조차 잘 인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우리의 공생 파트너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을 때 유용한 책이므로 관심 있는 청소년 이상의 성인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발걸음마다 이야기가 피어난다

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공서연.한민숙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길에는 이야기가 있다...매일 걷는 길에도 숨겨진 사연이 있다

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발걸음마다 이야기가 피어난다...라는 부제를 보자마자 선택한 책은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든 골목과 길, 마을과 도시 역시 과거의 이야기가 쌓여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라고 쓰여 있듯 많은 길들과 건물 속에 담겨진 역사적 의미를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장소 속에서 들려줍니다.

책을 펴니 간단한 지도를 통해 어떤 장소인지를 보여주는데 무심코 지나갔던 장소도 이미 고궁수업이나 왕릉 수업을 통해 한 번쯤 다녔던 장소까지 설명해주어 반갑기도 하고 흥미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서울 토박이로 50년 가까이 살고 다양한 역사 수업을 들었다고 자부함에도 이리 모르는 장소가 많음에 살짝 놀랐습니다.

파리가 부럽지 않은 역사도시, 서울

외국 사람들이 서울을 보며 놀라는 점 중 하나가 서울은 옛건물과 현대식 건물이 공존하는 것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은 삐까번쩍한 고층빌딩 숲 사이에서도 역사적 의미를 가진 서울역,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서울대학교 의학 박물관, 중앙고등학교와 같은 근대식 건물이 아직도 이용되고 있으며 혹은 그 용도를 잃더라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으로 사용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오래된 도시 못지않게 그 역사가 이어져 왔음을 책은 다양한 사진 자료와 그들이 어떻게 건립되었고 소용돌이치는 근현대사 속에서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줍니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처연한 왕의 길

가장 좋아하는 왕인 정조대왕은 역사박물관에서의 수업이나 화성에서의 수원화성 성곽과 융건릉, 덕수궁 창덕궁에서의 궁궐 수업을 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가장 흥미롭게 읽었는데 용왕봉저정과 만안교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적이 없어 반가웠습니다. 그외에 비운의 왕 철종의 에피소드를 통해 어린시절을 보낸 용흥궁, 남정이라 불렸던 청하동 약수터, 강화성당 , 철종의 외가 등의 이야기가 잘 몰랐던 왕, 철종을 알려주었습니다. 고종은 가장 친숙하게 들었는데 탑만 남아있는 옛 러시아 공사관을 빼고는 거의 다녀본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덕수궁 속 첫 서양식 건물 정관헌이었는데 그 곳에서 고종이 가베를 즐겼다는 이야기는 예전 고궁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였고 독특한 구조 역시 책을 통해 자세히 듣습니다. 이 외에도 공민왕의 피난길의 하늘재 등의 이야기가 길위에 담겨져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

책의 앞부분에서 역사 속의 장소들을 주로 설명했다면 이 장에선 문래동의 문래 창작촌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하며 도시가 죽지 않고 사람과 함께 변해감을 이야기 해줍니다. 또한 기대와 기다림이 우리의 몫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익선동, 을지로 ,다양한 시장 들의 설명을 이어주며, 가 봤던 장소는 반가운 마음에 못 가본 곳은 가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더 자세히 읽게 됩니다. 또한 이 책에서 내가 제일 기대했던 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우리의 자유로운 삶이 있기까지

마지막 장은 우리의 자유로운 삶이 있기까지 조상들의 고초와 노력이 있는 장소와 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인조의 남한산성, 독립을 위한 유관순의 발자취, 독립과 통일 정부의 발자취, 6.25 전쟁에서의 학도병과 인천 상륙작전의 발자취를 건물과 거리의 설명으로 우리에게 들려주며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담겨져 있음을 알려줍니다.

처음 책을 접했을떄는 단순히 건물과 거리의 설명이 담긴 책으로만 여겼으나 읽을 수록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사람들과 역사의 흔적이 더 다가왔으며 기회가 되면 이 책의 장소를 주제로 도시 여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며 역사적 장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사람이 머무는 곳에는 어떻게든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은 길이 되고 골목이 되고 동네가 되고

도시가 된다. 그리고 역사가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가능하다. 역사를 산책하는 것이.

이윤석

새의 깃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새와 깃털 ㅣ I LOVE 그림책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원지인 옮김, 강정훈 감수 / 보물창고 / 2020년 4월

깃털은 자연과 예술 사이의 결합이며, 지구와 천국을 잇는 다리이다.

새와 깃털

꽤 나이를 먹은 어른이 되었는데도 아름다운 그림의 그림책을 만나면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은 동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볼로냐 라 가치상 수상 작가인 브리타 테큰트럽은 글과 멋진 그림을 통해 새의 깃털을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당연히 아름다운 삽화가 눈을 사로 잡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니 깃털이 자연이 만들어낸 놀라운 것 중 하나이며 새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준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새에 관해 크게 관심을 가진 적도 없고 새의 깃털에 대해 특별히 신경 써 본 적이 없기에 과연 무슨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 했는데 역시 삽화는 너무나 멋졌습니다.

깃털학: 새를 연구하는 조류학의 한 분과로 깃털을 연구하는 학문

사실 , 한 번도 깃털학이란 학문이 존재하는지도 몰랐고 깃털이 겉깃털, 꽁지깃, 날개깃, 그리고 솜털로 되었으며 몸의 깃털의 무게을 다 합하면 뼈 무게의 세배나 된다는 글을 보니우리가 보면서 쉽게 지나친 새의 깃털엔 많은 의미가 있나봅니다.

깃털의 성장깃털은 주성분이 케라틴으로 우리의 손톱이나 머리카락처럼 성장한다고 합니다. 케라틴은 가볍지만 매우 강하기에 하늘을 나는 새에겐 안성맞춤이며 점점 자라면서 복잡한 구조를 가져 깃털이 완전히 형성 된 후에는 회복이 불가능 합니다.그래서 깃털이 손상된 새는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깃털의 구조와 깃털의 종류, 깃털의 색-구조색, 색조색 등의 소제목하에 솜깃털은 공기를 가두어 추위와 열로 부터 보호하고 반깃털은 효과적으로 새가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과 겉깃털, 털깃, 강모 등의 역활 , 색소에 따라 달라지는 색과 색소와 상관 없는 구조색, 먹이에 의해 분홍색이 나오는 홍학의 이야기 는 흥미진진 했고 내가 알고 있던 새와 새의 깃털 이야기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것임이 확인 되었습니다.

깃털의 진화

조류의 시작이 공룡이었음을 들었기에 흥미로운 그림이었습니다. 시조새의 깃털과 시조새의 모습,깃털로 뒤덮힌 수각아목 공룡의 화석은 이 책이 그림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게 하여 마치 사진 자료 같은 느낌을 줍니다.

비행, 날개 종류, 정지 비행, 활상 비행, 날개짓, 다양한 깃털의 역활

조류학자가 밝힌 깃털은 40가지의 기능과 용도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게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로 양력을 만들어 공중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여러 종류의 날갯짓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비행도 그냥 '난다' 라는 단순한 의미 이외에 벌새처럼 작은 새의 정지 비행, 추진력이 사용되지 않는 활상 비행이 있음도 알게 되고 빠른 이륙을 위한 타원형 날개(꿩이나 뇌조가 가진), 넓고 얇은 활공 날개 (독수리, 콘도르, 말똥가리 등),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고속 날개( 칼새, 제비, 오리, 도요새, 물떼새), 느리게 퍼덕이는 날개( 왜가리, 백로, 따오기) 등 다양한 종류의 깃털 이야기는 이 책을 지은 브리타 태큰트럽이 새를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 아닐까 상상하게 됩니다.

여러 페이지에서 깃털의 역활과 인간이 깃털을 어떻게 실 생활에서 사용했는지를 들은 후 마지막을 장식하는 설명에선 인간이 이렇게 새의 깃털을 관찰하고 연구한 것이 새처럼 날기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리고 그 꿈은 결국 비행기를 발명함으로 이루어지고 달 위에 놓여진 깃털 하나의 의미 속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결국 하고 싶었던 것이 단순히 새의 깃털 이야기 만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하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새의 깃털에 대한 단순할 설명 이상의 무엇인가가 책속에 녹아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예쁜 그림의 아이들용 그림 책이라기보다는 속이 꽉찬 꽤 두툼한 전문 서적의 느낌을 줍니다. 또한 책을 다 읽었을 때쯤엔 나처럼 새와 새의 깃털에 관심이 없던 사람조차도 앞으론 길 가에 떨어진 비둘기의 깃털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게 될 거란 예감이 들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새에 대해 관심이 많은 초등 이상의 아이들과 어른에게 권해주고 싶은 그림이 멋진 이 책은 속이 꽉찬, 얇지만 강한 책입니다.

새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공존하며 진화해 왔고,

새들이 계속 우리와 함께 하기위해서는

자연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해요.

강정훈(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