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튜울립 > 가족이란, 사랑이란

화제의 소설. 번역가가 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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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발발하고, 아빠가 입대하기 전 아빠는 피터를 할아버지댁에 맡기면서, 몇 년 간 키워왔던 여우 팍스를 숲에 내려놓는다. 할아버지댁에 간 피터는 팍스가 보고 싶고, 걱정되어 찾으러 나선다. 생후 2주도 안된 여우를 데려다 키워서 자연에 적응하지 못할거라는 두려움이 크다. 팍스를 찾아나선 여정은 쉽지 않고, 다리 골절상도 입는다. 숲에 혼자 사는 볼라를 만나 보살핌을 받는데, 볼라는 이전 전쟁으로 한쪽다리를 잃은 여성. 한편 팍스는 피터가 자신을 찾으러 올거라고 믿고 그 숲에서 기다리기로 하는데, 여우 남매 런트와 브리스틀을 만나고 점차 자연에 적응한다.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예상되는 소설이다. 나로서는 두 주인공- 피터와 팍스-이 만나서 (당연히 만나겠지) 다시 함께 할까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결말은 내 예상대로. 팍스의 이름에는 ‘평화’의 뜻이 담겨있고 이 소설의 주제 그대로다.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자연이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적을 막기 위해 설치한 지뢰가 얼마나 막대한 피해를 주는지. 그림책은 아니지만, 삽화가 아주 정겹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정확히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하고 있거든. 그게 평화야.

이 세상 역사 속에서 틀린 쪽을 위해서 싸움을 시작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니?

이건 그냥 나뭇조각이 아니야. 나무는 또한 구름이기도 해. 구름은 나무를 촉촉하게 해주는 비를 가져오지. 새가 나무 안에 둥지를 틀고, 다람쥐는 그 열매를 먹어. 나무는 또 우리 할어니 할아버지가 나한테 먹여주셨던 음식이기도 하지, 내가 이 나무를 자를 만큼 나를 튼튼하게 해주었어. 그리고 나무는 내가 사용하는 도끼 속의 쇠붙이기가 되기도 해. 그리고 이게 네게 여우를 아는 방식이야.

단일성은 늘 이 세상에서 자라고 있어. 꼬마야, 둘이지만 둘이 아니야. 늘 거기에 존재해.뿌리와 뿌리를연결시켜주지. 난 그 일부가 될 수 없어. 그건 내가 세상에서 도망쳤기에 치르는 대가야. 하지만 넌 할 수 있어. 넌 그 심장박동이 뛰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어.네 스스로 해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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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 혹은 침묵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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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읽기 중.
이 소설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은 아니 에르노 소설 중 초기 작품에 든다. 1977년 작. ‘사회적- 자전적 이야기’답게 아니 자신의 이야기인 듯 (아마도 일부는) 읽혀진다.

중학교 졸업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지역 신문에 날 정도로) 안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름방학, 성인으로의 통과의례를 치른다. 사춘기 소녀 (소년도 물론) 가 가지고 있는 미지의 영역, 성에 대한. 여름방학이지만 부유한 친구들과는 달리 갈 곳이 없는 안은, 지역 방학캠프의 지도 강사로 온 대학생 마티외를 사귀게 되고 고대하던 성 경험을 하게 되는데..

표면적인 스토리는 이러하지만, 안의 여러 의미의 성장 과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읽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문장이 두서없고, 툭툭 던져진 단어들. 비속어들. 이게 뭐야 했고 (이전에 읽은 책들과 다르다) 계속 읽어야하나 했는데..그래서 거의 대부분 옮긴이의 말은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으로 들쳐보는데, 이 책은 읽다가 먼저 읽어봤다. ‘이 번역 왜 이래?’라는 평이 나와야 비로서 성공한 번역이 되는(p202) 것이라는 옮긴이의 말에 용기를 가지고 다시 마저 읽었다. 독특하다. 다른 작품과 다르게 말이 많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읽다보면, 늘, 프랑스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는 구조적 차별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을까..) 교육받지 못한 부모의 언어 (일상 대화 뿐 아니라 읽는 신문, 책에서도 차이가 난다)와 학교 교육, 독서를 통해 성장하는 자신 (이방인을 읽고, 그런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는)과의 거리를 발견하고, 그 거리는 성장하면서 점점 더 벌어진다. 그 거리에 괴로워하던 작가는, 당시는 침묵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표시했지만, 점차 자신의 언어로 부모 세대, 자신이 자라온 계급을 표현하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너무나 절묘하다. 이러한 사회 고발적(?) 의식은 밀어놓더라도, 한 소녀의 성장 과정을 내밀하게 표현한 작품이고, 재미있는 구석도 많다 (읽다보면 쿡쿡 웃게 된다- 발칙한 발상에).




삶을 변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삶을 변화시켜야 해요. 그런데 저 여자는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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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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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읽기 중.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방문하면서 기록한 일기. (소설로 분류된다니!!)

젊었을때 더할 수없이 활동적이고 부지런했던 어머니의 쇠락을 지켜보는 작가의 죄책감,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책 제목은, 어머니가 이모에게 쓰다 만 편지에 씌여진 글귀라고. (어머니가 글로 쓴 마지막 문장이다.)
엄마의 감성도 대단했네.
작가는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지자 1984년 요양원에 맡기고, 1주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방문 횟수가 거듭될 수록 어머니의 치매는 점점 심해지고….2년여 후 어머니의 사망까지 삶의 모든 것이 글쓰기의 재료가 되는 작가답게, 일기처럼 기록을 남긴다.

어머니는 너무도 쇠약해졌고 그럴수록 동물적인 본능이 강하게 드러난다. p120
살아 있다는 건 어루만지는 손길을 받는다는 것, 즉 접촉을 한다는 것이다. p121
어머니의 수많은 사연들, 즉 어머니의 과거 속에 내가 존재해 있었고, 그 때문에 더욱 이 글쓰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나는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삶을 위한 작업인지 죽음을 위한 작업인지 분별할 수가 없다. p139
나는 어머니와 화해하려고 이 모든 시간을 보냈지만 충분히 화해하지 못했다. 어제가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p146
오늘의 태양은 어머니를 위해 비추지 않았다. 어머니는 생명력, 오직 그뿐이렀고 강렬함 자체였다.p147
나는 어머니가 다시 어린 여자아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성장하지는 않았다. 난 처음으로 ‘시간이 넘쳐 흐른다’라는 엘뤼아르의 시구절을 이해하게 되었다. p152

번역자마다 글의 뉘앙스가 다르다. 이 책은 건조한 편. 어쩌면 작가 자신이 스스로 노력하여 거리를 두며 글을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은 치매라고 한다. 어찌보면 환자는 오히려 행복한 편, 본인의 상태를 모르니까. 돌봐야하는 보호자가 더 힘든 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치매 환자의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왜일까? 일생에 걸쳐 많은 것을 참으며 인내했던 결과가 아닌지? (우리나라에만 있는 화병도 여성에게 주로 발병한다.)
이런 류의 글을 접할 때마다 다짐하곤 한다. 나 또한 안 걸릴 거라고 확신할 수 없으니. 어느정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내가 갈 요양원을 선택하고, 돈을 모아놓을 것. 남편, 자식들에게 단호하게 인지시킬 것. 절대로!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어쩌면 스위스 행을 선택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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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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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내가 쓴 글이 출간될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했다. (p9) 라고 시작하는 소설?

와….첫 페이지부터 너무나 강력하다.

동거를 원하는 연인을 18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찾은 자유가 중요해서 동거를 거절했는데, 연인에게 새로운 연인, 동거녀가 생긴다. 그렇다고 나와의 관계가 끊긴 건 아니고. 그 이후, 나는 연인의 새로운 연인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 그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다.
나의 24시간이 미지의 그녀에 의해 좌우되고, 질투에 의해 바닥까지 끌어내려진 나는 낱낱이 나의 감정을 해부하고 그와의 관계를 끊음으로 그 집착에서 벗어난다.

작가의 내밀한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쓰기.

참 재미있게 읽었다. 독자의 못말리는 관음증을 충족시키고, 가끔 나에게도 저런 면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돌아보게 하고.
아니 에르노가 어디까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나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처럼,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와 달리 볼 수가 없으니.

아니 에르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차마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속내를 글쓰기로 승화시켜 문학적으로 보여주는 능력에 있다고 본다. '질투라는 뜨거운 감정과 그것을 관찰하고 해부하고 분석하는 작가의 차가운 이성이 빚어내는 묘한 대조(p76 옮긴이의 말)'를 읽어내는 묘미가 크다.

글쓰기는 더이상 내 현실이 아닌 것, 즉 길거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엄습하던 감각을 간직하는 방식, 그러나 이제는 '사로잡힘'이자, 제한되고 종결된 시간으로 변해버린 그것을 간직하는 방식이었다.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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