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62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 그리고 새를 이해하는 것이 새의 소리가 지닌 발성운동에 대한 동물심리학적 연구보다는 아름답다. 그렇듯 사람들은 현실을 얻는 대신 꿈을 잃어버린다. 인간은 더이상 나무 아래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로 하늘을 보지 않으며, 오로지 일을 만들어내기만 한다. …오늘날 마치 수학이 악마처럼 인간들의 모든 삶을 장악해버렸다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그리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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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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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9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제서야 읽다. 워낙 평이 좋아서, 미뤄둔 경우. 그런데 역시 나도 좋다고 평할 수 밖에 없다.ㅎㅎ
줄리언 반스. 소설가이면서, 제목대로 아주 사적인 자신의 평가를 남긴다고 했는데, 이걸 ‘아주 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언급한 화가들을 보면- 제리코, 들라크루아,쿠르베, 마네, 팡탱-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보나르, 뷔야르, 발로통, 브라크, 마그리트, 올든버그, 프로이트, 호지킨-19세기, 벨에코 시대부터 인상파, 나비파, 현대까지의 유명 화가들로, 저자 본인은 가볍게(?) 쓴 건지 몰라도, ‘ 화가 한 명당 도대체 그에 관한 책을 얼마나 읽은 것이야? 또 얼마나 방대한 자료를 접한 것이야?’하고 감탄할 만큼, 짧은 전기라 할 수 있고, 저자가 방문했던 전시회에 대한 소개부터 비평서까지 망라하여 인용하고, 일부는 개인적인 친분이 깊어서 잠깐씩 소개하는 내용들만으로도 읽다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마디로 저자의 박식함, 넓고 깊은 (얕은이 아닌) 지식에 놀란다.

나는 비교적 덜 유명한 (미안합니다) 르동, 뷔야르, 발로통 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되어서 책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미술을 좋아하고, 특히 미술사쪽에 흥미가 있어서 여러 책을 접했지만, 대표적인 화가들-모네, 피카소 등-을 기억하기 급급했던 까닭이다. 이름과 대표작에 대해선 알았어도, 모르는 작품이 너무 많았기에, 저자가 언급한 작품들에 대해 찾아보는 맛도 있었다. 특히 뷔야르의 ‘미시아의 목덜미’는 실물로 꼭 보고싶다. 뽀얀 미시아의 목덜미가 어떻게 표현되어있는지 진짜 궁금하다. 목덜미를 훔쳐보는(?) 화가의 시선에서 묘한 분위기를 느낀다.

피카소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동시대 다른 화가들과의 스캔들에서 저자의 인식이 보여서 재미있었다. 예전, 뷔페, 자코메티 전시회에 갔을 때 피카소가 그들의 재능을 질투하고 시기했다는 정보를 접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보나르에게 위협을 느껴 보나르의 작품을 난폭하게 묵살해버렸다는 (p237) 내용이 나온다. 브라크와의 스캔들도. ‘피카소와 안티피카소’라니..ㅎㅎ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할 책.

르동을 다룬 챕터에서, 제인 오스틴, 플로베르 ..같은 소설가들은 모두 몰래 결혼해서 자식을 여럿 두었다(p193)고 썼는데,,제인 오스틴..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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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드화의 밋밋함에 대해 내가 느꼈던 바가 옳았다면, 미술의 엄숙함에 대한 나의추론은 틀렸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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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정원 -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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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탄생시킨비밀의공간 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책.
2019년에 두 번째 유럽 방문에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다녀왔다. 모네의 여러 꽃 그림, 수련 등을 보며 모네가 정원 가꾸는 것을 좋아했고, 생의 후반부의 열정을 쏟아 만들고 가꾸었다는 그의 집, 정원이 정말 궁금했었는데, 하루 일정을 넣은 그 방문이 참 좋았더랬다. 4월에 가서, 핑크색 튤립도 실컷 봤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모네의 정원을 떠올렸는데, 이 책을 보니, 정원을 꾸민 사람은 모네만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다보니 자신의 정원이 필요했는지, 아님, 자연을 사랑하고 정원을 가꾸고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화가가 되었는지어느쪽이 먼저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자신의 집과 정원을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 꾸미고 완성하려면 재력이 필요해서, 이렇게 한 화가들 대부분은 당시에 성공한 화가의 반열에 올라간 사람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땅을 장기 임대해서 또는 여러 화가들이 돈을 모아서 꾸민 경우도 있다.
책의 전반부는 개인의 정원을, 후반부는 화가 마을을 (~~파) 다루고 있고, 화가들이 사망한 후, 버려져있던 집, 정원들은 후대인들이 수리, 복원해서 공개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집과 정원은 공개되어 있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습니다.p322)

예로부터 많은 화가들이 꽃을 그렸지만 (정물화 등), 인상파가 등장하면서 정원이 큰 역할을 했다. 빛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모습을 쉽게 접하는 곳이 바로 정원이었던 것. 자포니즘의 영향으로 정원 꾸미기에 옛 영국궁전 스타일에 일본스타일이 접목된 것도 유행이었다.

당연하게도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도 올라와있다. 모네는 성공하기 전에도 아르장퇴유, 베퇴유에도 빌린 집이지만 멋진 정원을 가꾸웠다. “화가들의 정원과 예술을 나란히 두고 이야기하게 된 것도 정원을 예술 세계의 중심에 두었던 모네의 역할이 컸다.(p201)”

이 책에는, 화가들의 그림과 함께 화가들이 자신의 정원을 꾸미는 과정이 정원 도면과 함께 실려있다. 현재 공개된 정원에 핀 꽃들도 사진에 담겨 화사하게 독자를 맞이한다. 화가들은 정원을 자신들의 캔버스로 여겼다.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색상의 꽃을, 토양에 맞게, 계절감에 맞게 심었다. 사후 정원을 복원할 때, 화가들의 그림을 참조했다는 이야기가 인상깊다. 쉽진 않겠지만, 정원 투어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표지그림도 넘 좋고 (P.S.크뢰이머의 장미들), 속표지에 모리스앤코의 대표적인 디자인 ‘제비꽃과 메발톱꽃’을 넣어서 참 센스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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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 레이 - 혁명과 낭만의 유체 과학사
민태기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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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0일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했다. 대한민국 순수 국산 기술로 이루어진 쾌거로 아마도 거의 모든 국민들이 발사 중계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이번 발사에는 수많은 기업과 과학자들,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는데, 이 책 ‘판타레이’의 저자 민태기 박사가 소장으로 있는 (주)에스엔에이치 연구소에서는 연료펌프 부분에 참여하고있다.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유체 역학은 어려운 분야라고 한다. 그래서 사실 읽긴 했어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고 (온갖 법칙과 수식..그냥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그래서 사실, 이론적인 면은 밀어두고, 흐름을 (마침 책 제목도 그러하니) 따라가 본 것으로 만족한다. 그럼에도 과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천재들의 살아온 모습과 더불어 훑어 볼 수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인류사에, 과학사에 어느 특별한 천재가 불쑥 혼자 튀어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도, 앞서 선배들이 연구했던 많은 결과물 위에 자신의 발견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이다.

‘판타레이 (panta rhei)’는 ‘모든 것은 흐른다’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은 고정불변이 아니라 마치 흐르는 유체처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p9) 이 의미처럼, 과학이 끊임없이 흐르며 발전해 온 과정을 담고 있다.
과학사 이야기이긴 하지만, 철학,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전반에 펼쳐져 정말 재미있다. 수학과 과학의 논쟁은, 당대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상황과 직접적으로 얽혀있었고, 철학 또한 결코 추상적인 정신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사고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과학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인류 전반의 문화사를 접했다. 저자의 지식의 방대함이 정말 놀랍다. 나로서는 주요 과학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람들에 얽힌 스캔들이 더 재미있었다.ㅎㅎ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우리나라의 문이과로 나눠져 이루어지는 교육으로 반쪽 지식인, 반쪽 시각을 키운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10대 중반에 어떻게 자신의 삶의 길을 선택한다는 말인가.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여러 방면으로 충분히 경험하고 공부한 후, 자신만의 색을 찾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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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오류투성이지만, 그런 잘못은 종종 저지르는게 좋아 (쥘 베른, 지구 속 여행에 나오는 대화 p201)
과학은 고립된 개별 분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탄생시킨 우리 사회에 대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사고의 산물이다. (p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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