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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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의 작가 조엘 디케르의 신작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 사건”을 읽었다. 추리 소설인데 720여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다. 배송 받아 보고 깜짝 놀랐는데, 흡인력이 있어서 한번 시작하니 끝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2014년 6월 23일 제스 로젠버그 경감의 은퇴 1주일을 앞두고 미리 환송식이 진행되고 있는데, 스테파니 메일러라는 여기자가 제스를 찾아온다. 그 여기자는 20년 전 당시 오르피아 시장과 가족, 메간 패들린, 도합 4명이 살해당한 사건에서 범인을 잘못 잡았다고 이야기한다. 범인으로 추정된 테드 테넨바움은 검거 과정에서 죽었다. 그때 생긴 많은 일은 제스와 그의 파트너 데렉 스콧의 인생을 바꾸었다. 여기자의 발언에 제스는 동요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잊어가는데, 3일 뒤, 스테파니는 실종되고, 이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하여, 제스와 데렉은 다시 20년 전 살인 사건 수사에 착수하고, 오르피아의 경찰 애나가 합류해서 3인조가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여기에 오르피아 시의 연중 최대 이벤트인 연극제 개막일과 맞물려 시와 경찰, 시민들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로 올라간다.
이렇게 시작하는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 사건은 20여년 전 제스와 데렉, 그 당시 시장과 주변 사람들의 과거부터, 현재의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엮어지면서, 흥미진진해 진다. 과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모두들 각자의 내면에 감춰두고 봉인되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괴로워한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본격 추리 소설답게 사건 전개 과정을 따라 가는 것이 재미있다. 그리고 화자를 번갈아 설정하여, 각자 느끼는 면을 부각하는 점도 재미있다. 그래서 주연인 제스의 등장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오면서 점차 제스의 모습이 완성되어 간다. 또한 등장인물이 새롭게 끝없이 등장한다. 하나의 사건이 이렇구나 하다보면 다른 사건과 연결되고,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러다보면 용의선상에 하나 둘 올랐다가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대강의 눈치를 챌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란 얼마나 이기적인지, 본인의 입장이 우선이고, 본인의 사랑만이 얼마나 중한지. 이 소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 사랑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일생은 형편없이 왜곡되어 버리고. 그래도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나름의 삶을 되찾아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곰곰이 생각도 하게 되고.

책 속으로
p240> 어디서 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당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p638> “나타샤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빈자리를 남겨 두었어. 우리는 매일 나타샤를 그리워하지. 하지만 당신은 이제 한 걸음더 앞으로 나가야 해. 더 이상 과거에 파묻혀 살아서는 안 돼. ”
“상처로 내 몸이 심하게 갈라졌어. 벌어진 몸이 언제 봉합될지 모르겠어.”
“어차피 우리의 삶이란 치유의 과정이야.”


여름휴가를 앞두고 책이 배송되어서 떠나기 전 날, 가방도 안 싸고 읽기 시작하여..다 읽고 나서 가방을 쌌다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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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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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가가형사 시리즈의 열번 째 마지막 편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읽었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용의자 X의 헌신”등 장르를 넘어선 탄탄한 구성과 필력으로 개인적으로도 많이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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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10부작의 마무리답게 가가 형사의 개인적인 아픔, 가정사가 담겨있어 더 흥미롭다. 프롤로그에서 가가의 어머니 유리코가 집을 떠나 센다이의 한 술집에서 일하게 되며 죽기까지의 내용이 술집 여주인의 회고로 나온다. 가가의 어머니와 연인 관계있던 와타베는 가가의 집 주소를 수소문해서 일러 주고 사라지고, 여주인은 가가에게 연락한다.
10여년 후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타살된 신원미상의 여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집주인은 행방이 묘연하고. 경찰은 수소문 끝에 피해자의 신원을 알아내는데, 사회성이 좋고 성격 좋은 시가현의 청소 업체 직원 오시타니 미치코였다. 그녀는 죽기 직전에 고향 친구인 연극 연출가 아사이 히로미를 만났다. 비슷한 시기에 아파트 근처에서 노숙자가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처음에는 각각의 사건으로 알고 수사를 시작한다. 한편 아사이 히로미는 어릴 때 엄마가 가출하고, 아빠가 자살한 후 보육원에서 자란 불행한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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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페이지에 이르는 소설은 350여 페이지까지 이것저것 떡밥만 잔뜩 던지고 어떻게 꿰어 나갈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던 일들이 “헛걸음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결과가 달라진다.(p200)” 는 말처럼 하나하나 모아지면서 나중에는 퍼즐 조각처럼 맞아 들어가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 어떤 대가도 치룰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책을 펴 드는 순간, 끝까지 내내 궁금해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되고 이어지는지에 대한 호기심도 계속 유지시키고.
사건의 시작은 전혀 다른 두 어머니로부터 발생하는데, 몇 십 년에 걸쳐 진행된 남은 가족 (남편과 자식)들의 인생은 결코 되돌릴 수도, 보상받지 못하겠으나, 어쨌든 마지막에 모성이 발휘된다. 오히려 그 삶의 과정에서 부성은 어머니 몫까지 더해서 상상을 불허할 만큼 확고하고 처절하다. 그리고 다른 추리소설에서 나오던 이기적인 자식의 모습이 아니어서 눈물겹다. 비록 살인이 일어났으나,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사랑이 있다.

작가의 많은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이 작품 또한 이미 영화화 되었다고. 관객들을 끌어드릴 요소를 다 갖추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가 형사가 본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것 같은데...그냥 계속 더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겉표지 안의 표지 그림이..소설 전체의 뉘앙스를 그대로 살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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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352> 죽음을 앞둔 사람이 그랬답니다. 저 세상에서 자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육체 따위는 없어져도 좋다고요. 부모란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켜도 좋은가 봅니다.
p448> 돌이켜 보면 사소한 실수를 수도 없이 저질러 왔다. 가가는 그 하나하나를 끌어 모아 진실이라는 성를 쌓아 올린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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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 친구 되기 - 좋은 삶을 위한 내밀한 사귐
클레멘스 제드마크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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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클레멘스 제드마크의 “나 자신과 친구되기”을 읽었다. 제목부터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평생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데, 나와 친구가 되는 법?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자기 자신이 마음에 안 들어서 괴로워하고, 자신을 학대하고, 자신을 방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스스로도, 항상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고, 어쩔 땐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작가는 한번 뿐인 인생, 스스로를 소중히 하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듯이 자기 자신과의 우정에서도 ‘스스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함께 소중한 것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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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잇사 그레이스라는 에드워즈 증후군으로 생후 290일 밖에 살지 못한 한 아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약하디 약한 그 아기를 돌보면서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아기에게서 영향을 받고 감동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던 선한 마음을 끌어내고 부드럽게 만드는 힘을 잇사 그레이스는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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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살아간다는 것( ‘나의’ 시작은 없는 삶, 유일한 삶, 제단될 수 없는 삶, 혈기 왕성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삶, 죽음이 끝이 아닌 열린 삶), 삶의 깊이(내 인생의 방향은?)를 느끼는 게 무엇인지, 그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이고 성장인지에 대해서 9개의 챕터로 나누어 조르주 페렉, 엘리스 먼로등 대가들의 작품과 함께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 결과, 나 자신을 위한 사용 설명서도 만들고, 나 자신과 사귀는 기술이란 자기 자신을 알고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요건을 지원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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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클레멘스 제드마크는 신학자이기 때문에 신의 뜻에 맞게 (신의 시선을 감내할 수 있는) 사는 삶을 최고로 여겼지만, 비신자로서 볼 때도, 어느 누가 보았을 때도 떳떳하게 타인의 모범이 되고 존중받는 삶이 되는 것이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번 생이 다 했을 때, 나의 삶은 나의 후손을 통해서도 이어지고, 비단 혈육이 아니라도 나를 기억하고 나의 생각을 공유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한 삶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 릴케와 카푸스의 편지가 인상깊다.시에 대해서긴 하지만, 남과 비교하지말고, 자신의 내면에 들어가 글을 쓰지 못할 때(내가 진정 원하는 무엇이라도) 죽을 수도 있나 생각해 보라고 한..

얇지만 쉽지 않은 책이라 정리하기도 어렵다. 좋은 내용이 진짜 많다.
각자 읽어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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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4> 당신에게서 선한 것을 나오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p41> 인간의 삶은 다채로운 동시에 결코 삶의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모든 것을 퍼낼 수 없는 깊이를 갖고 있다.
p66> 삶은 부서지기 쉽고, 소중한 것이파멸될 위협을 항상 받고 있기 때문에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중한 것을 부여잡아야 한다.
p70> 내가 어떤 사람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하고 인사 했을 때 그가 “네, 그러고 있습니다.”라고 답해 주었으면 좋겠다.
P104> 살면서 아무런 위기도 겪지 않은 사람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 성장은 잘 다듬어진 돌뿐만 아니라, 깨진 돌이나 건축자가 버린 돌로 집을 짓는 일과 같다.
p137> 두려워하지 마. 꽃이 필 거야. 바로 우리 뒤에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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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의 윤무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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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4인 “악덕의 윤무곡‘을 읽었다. 아쉽게도 아직 시리즈 전작들을 읽지 못해서, 주인공 미코시바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지만,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큰 무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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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코시바가 14살에 이웃집 소녀를 살해하고 시체를 배달한 ’시체 배달부‘ 사건은 일본 전역에 충격을 주었고 미코시바는 소년원에 들어가서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다. 30여년간 가족들과 단절한 상태로 지내고 있는데, 친어머니가 재혼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고. 미코시바는 30년 만에 찾아온 누이 아즈사의 의뢰로 그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된다. 재판 과정에서 친아버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살인 본능에 대해 회의하던 미코시바는 친어머니 이쿠미의 무죄 여부를 확신하지 못한다. 한편 꼼꼼하고 정의로운 검사 마키노는 이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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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살인 본능의 유전 여부가 주제이다.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연구했던 바로 그것. 우리의 DNA에 어떤 성격들이 유전되는지? 만약 그렇다면, 세상은 더없이 단순해지겠지. 그리고 더없이 흉포해 지겠지. 태어나자마자 범죄자의 DNA를 가진 사람을 격리해 버릴 테니까.
총 4 챕터 (변호인의 악덕, 방청인의 악덕, 피고인의 악덕, 사망자의 악덕)로 이루어져서, 어느 인간 하나 완벽한 선인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면 결론일 수 있다. 우리가 제 3자라는 막연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생각 없이 돌을 던지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했던 예수의 말에 하나 둘 사라졌던 성경 이야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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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어버린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 많다. 재미있다. 그만큼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고. 이 작가는 음악을 진짜 좋아하는가 보다. 많은 작품에 음악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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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77> 그런 괴물을 낳은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괴물을 그대로 괴물로 키운 건 부모니까.
p191> 세상에서 인간이 입에 담는 ‘정의’라는 단어만큼 의심스러운 건 없다는 걸요.
p229>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마치 같은 선율을 반복하는 윤무곡처럼. 어쩌면 소노베 신이치로도 그 선율을 접했을지 모른다. 귀에 익은 선율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연주하고 싶어졌을지 모른다. 그것은 살인의 윤무다.사악한 이들에게만 들리는 금단의 멜로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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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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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지음, 요제프 차페크 그림, 배경린 옮김, 조혜령 감수 / 펜연필독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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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은 보물을 만나는 행운이 있다. 이 책이 딱 그런 경우.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출판사의 B급 재고분 나눔 이벤트를 접하고, 하나 득템하면서, 어떤 책이 나오나 살펴보다가 구매한 책인데, 일단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가드닝에 대한 내용인데, 인생 철학서 같기도 하고 또한 유모어도 담겨있어 읽는 내내 시종일관 계속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녁에 잡았다가, 새벽 1시 반까지 다 읽고 잠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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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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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카렐 차페크는 체코의 국민 작가라고 한다. 여러번 노벨 문학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나치를 비판하여 수상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이 책은 제목처럼 정원을 꾸미는 정원가의 1년을 돌아보는 이야기인데,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덕에 따라 맞춰 나가는 인간의 고군분투가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그 노동의 가운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토로하고. 군데군데 형 요제프 차페크의 그림이 적재적소 너무나 귀엽고 친근하게 그려져서 그저 미소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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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정원을 꾸미고자 하는 열망은 삽을 안고 자기도 하고, 가드닝 카탈로그에 파묻혀 지내기도 하고, 막 흙속에서 머리를 내민 작은 싹을 밟지 않기 위해 거미처럼 몸이 유연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하고..그 과정을 거치면서 “나의” 장미는 꽃을 피웠고, “우리 ”정원의 흙은 탐스러워진다.
또한 휴가를 떠나면서 겪는 에피소드는 박장대소를 일으킨다. 지금 우리도 “3일에 한번 씩만 물 주면 되고...”라는 부탁을 받곤 하니까..ㅋ
책 표지며 내지 종이며 약간 까실거리는 맛도 좋고, 읽고 나서 참 기분 좋은 책이었다. 가끔 한번 씩 힐링하기 위해 펼쳐 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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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토양과 기후는 다르지만 정원가의 심리는 똑같을 것 같다. 화분을 키우는 경험, 아파트에 살기 전 작은 정원의 흙을 밟았던 기억, 주말마다 잔디의 잡초를 뽑아야했던 부모님집이 생각나고. 지금은 선산의 벌초 때문에 봄마다 제초제니 발아억제제니 농약을 알아보는 남편이 생각나고. 여러 가지 추억을 되새기는 책이다. 우리 인간은 아무리 잘난 척하고 살아도, 우리 두발이 내딛고 있는 흙이 있어야 한다. 그 점을 주목하는 책. 강추!
또한 번역도 참 맘에 든다. 같은 번역자의 <주말 집짓기>도 기대된다.

책 속으로
p33> 손톱 사이에 낀 흙이 몸속으로 침투해 정원을 향한 열병에 감염되게 하는 것일까...열정은 반복되는 성공을 통해 기운을 얻고 새로운 실패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
p34> 누가 가드닝을 목가적이고 명상적인 일이라고 했나, 마음을 바쳐서 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듯, 가드닝 역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열정 그 자체다.
p53>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무릇 토양에 보탬이 되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p86> 정원을 가진 사람은 사유재산 소유 계급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원에 장미가 핀다면 그건 그냥 장미가 아니라 ‘그의’ 장미가 된다.
p100> 꼭 창턱에 제라늄이나 씨-어니언 한 포기를 기르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내면 깊은 곳에 농부의 품성 한 조각을 지니고 살아가나 보다. 일주일 내내 햇볕만 내리쬐면, 만나는 사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가 와야 할 텐데요.”하고 걱정을 나누는 걸 보면.
p157> 모든 흙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척박한 흙을 그저 추하다고....치부하지 말라. 이를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라 속단하지 말라. 과연 그 존재가 인간의 영혼에 깃든 냉담함과 잔인함과 사악함만큼 추하랴.
p184> 11월의 한계선 안에서 3월의 생명은 싹을 틔운다. 11월의 땅, 그 속에서 다음 봄을 위한 설계도가 이미 완성된다. 쉴 틈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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