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지음, 요제프 차페크 그림, 배경린 옮김, 조혜령 감수 / 펜연필독약 / 2019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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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은 보물을 만나는 행운이 있다. 이 책이 딱 그런 경우.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출판사의 B급 재고분 나눔 이벤트를 접하고, 하나 득템하면서, 어떤 책이 나오나 살펴보다가 구매한 책인데, 일단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가드닝에 대한 내용인데, 인생 철학서 같기도 하고 또한 유모어도 담겨있어 읽는 내내 시종일관 계속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저녁에 잡았다가, 새벽 1시 반까지 다 읽고 잠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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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손바닥만 한 정원이라도 가져야한다.
우리가 무엇을 딛고 있는지 알기 위해선 작은 화단 하나는 가꾸며 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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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카렐 차페크는 체코의 국민 작가라고 한다. 여러번 노벨 문학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으나, 나치를 비판하여 수상하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이 책은 제목처럼 정원을 꾸미는 정원가의 1년을 돌아보는 이야기인데, 계절의 변화, 날씨의 변덕에 따라 맞춰 나가는 인간의 고군분투가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그 노동의 가운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토로하고. 군데군데 형 요제프 차페크의 그림이 적재적소 너무나 귀엽고 친근하게 그려져서 그저 미소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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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정원을 꾸미고자 하는 열망은 삽을 안고 자기도 하고, 가드닝 카탈로그에 파묻혀 지내기도 하고, 막 흙속에서 머리를 내민 작은 싹을 밟지 않기 위해 거미처럼 몸이 유연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하고..그 과정을 거치면서 “나의” 장미는 꽃을 피웠고, “우리 ”정원의 흙은 탐스러워진다.
또한 휴가를 떠나면서 겪는 에피소드는 박장대소를 일으킨다. 지금 우리도 “3일에 한번 씩만 물 주면 되고...”라는 부탁을 받곤 하니까..ㅋ
책 표지며 내지 종이며 약간 까실거리는 맛도 좋고, 읽고 나서 참 기분 좋은 책이었다. 가끔 한번 씩 힐링하기 위해 펼쳐 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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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토양과 기후는 다르지만 정원가의 심리는 똑같을 것 같다. 화분을 키우는 경험, 아파트에 살기 전 작은 정원의 흙을 밟았던 기억, 주말마다 잔디의 잡초를 뽑아야했던 부모님집이 생각나고. 지금은 선산의 벌초 때문에 봄마다 제초제니 발아억제제니 농약을 알아보는 남편이 생각나고. 여러 가지 추억을 되새기는 책이다. 우리 인간은 아무리 잘난 척하고 살아도, 우리 두발이 내딛고 있는 흙이 있어야 한다. 그 점을 주목하는 책. 강추!
또한 번역도 참 맘에 든다. 같은 번역자의 <주말 집짓기>도 기대된다.

책 속으로
p33> 손톱 사이에 낀 흙이 몸속으로 침투해 정원을 향한 열병에 감염되게 하는 것일까...열정은 반복되는 성공을 통해 기운을 얻고 새로운 실패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
p34> 누가 가드닝을 목가적이고 명상적인 일이라고 했나, 마음을 바쳐서 하는 모든 일들이 그렇듯, 가드닝 역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열정 그 자체다.
p53>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무릇 토양에 보탬이 되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p86> 정원을 가진 사람은 사유재산 소유 계급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원에 장미가 핀다면 그건 그냥 장미가 아니라 ‘그의’ 장미가 된다.
p100> 꼭 창턱에 제라늄이나 씨-어니언 한 포기를 기르지 않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내면 깊은 곳에 농부의 품성 한 조각을 지니고 살아가나 보다. 일주일 내내 햇볕만 내리쬐면, 만나는 사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가 와야 할 텐데요.”하고 걱정을 나누는 걸 보면.
p157> 모든 흙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척박한 흙을 그저 추하다고....치부하지 말라. 이를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라 속단하지 말라. 과연 그 존재가 인간의 영혼에 깃든 냉담함과 잔인함과 사악함만큼 추하랴.
p184> 11월의 한계선 안에서 3월의 생명은 싹을 틔운다. 11월의 땅, 그 속에서 다음 봄을 위한 설계도가 이미 완성된다. 쉴 틈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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