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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고 해밀턴
더글러스 스튜어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4년 6월
평점 :
#먼고해밀턴 #더글러스스튜어트 #구원 옮김 #코호북스 #소설 #독서기록
더글러스 스튜어트의 데뷔작 #셔기베인 의 기억이 생생하던 참에, 작가의 두번째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그런데 찾아보니, 셔기 베인을 읽은지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
이 소설도 셔기 베인처럼 경제가 무너진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알콜중독에 빠진 엄마와 세 자녀- 하미시, 조디, 먼고-로 이루어진 가족이 등장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막내가 주인공. 그 곳 글래스고는 대처 정부의 일방적인 산업 개혁으로 대부분의 남자들이 직업을 잃고, 실업 수당으로 살고 있다. 지역은 개신교 하층민이 사는 곳과 카톨릭 신자들이 사는 곳으로 나뉘어있는데 두 집단구성인들은 서로를 적대시한다. 30대 중반인 엄마 모린 (모모라고 불리운다)은 어려서 아이를 갖게 되었고, 막내를 임신 중에 남편(엄밀하게 말하면 동거중이던)을 잃고, 계획없이 대책없이 살아간다. 술이 유일한 피난처. 아이들은 저마다 독립적으로 자라는데, 큰아이 하미시는 조직폭력단의 두목이고, 딸 조디는 영민해서 이 지역에서 벗어나려는 꿈을 꾸고 있다. 막내 먼고는 예쁘장한 얼굴과 여린 성격으로 폭력적인 형과는 많이 다르고, 엄마를 보살펴야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우연히 먼고는 비둘기를 기르는 이웃 건물에 살고 있는 카톨릭교도 제임스를 알게 되는데 그에게 묘하게 끌린다. (퀴어판 로미오와 줄리엣 버젼)
‘셔기 베인‘과 너무나 유사한 플롯인데, ‘셔기 베인‘에서 조금 더 진행된 상태. 저자의 개인사가 저변에 많이 깔려있다 (아마도). 저자처럼 먼고도 (셔기도 마찬가지) 그림에 소질이 있고 (저자는 패션디자이너였다) 동성에게 끌린다.
소설은 두가지 이야기가 함께 진행된다. 먼고가 두 성인남자와 낚시를 떠나는 내용과 먼고의 그간의 생활이 교차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정말 화가 많이 났다. 특히 엄마때문에. 이런 엄마라면 차라리 아이들을 놓아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엄마는 왜 먼고를 그들과 함께 보냈는가...(그 사이 많은 일이 벌어지고) 돌아온 먼고는 형, 누나처럼 엄마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자신의 길을 찾는다. 오픈 결말이지만 아마도.
‘남자다움‘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먼고의 삶이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마침, 최근 매일경제에 ‘오스카 와일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는데,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 혐의로 2년간의 노역형을 선고 받았고, 징역을 마치고 영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남은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2017년에야 - 사후 117년만에 - 동성애 범죄에서 사면되었다고. (이 책 읽고나서 기사를 접하고 그야말로 기막힌 우연에 어리둥절했다.) 동성애 문제는 사랑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이라 주위에서 뭐라할 주제가 아니라고 본다.
아, 사족이지만, 패션디자이너답게 저자는 의상 묘사에 매우 디테일하다. 유일하게 미소짓게 하는 부분. (이 소설은,,,편하게 읽을 수 없다. 마음 아프고, 또 화가 많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