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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평점 :
#부처스크로싱 #존윌리엄스 #정세윤 옮김 #구픽 #소설 #독서기록
‘스토너‘로 인상깊은 작가 존 윌리엄스의 소설(평생 세 편의 장편소설 발표)이라고 해서 무조건 읽어보자 하고 구매한 책인데, 역시 ‘스토너‘에서 보여주었던 인생에 대한 내밀한 관조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하버드대학에서 3년을 다닌 앤드루스는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큰아버지의 유산을 들고 서부 부처스크로싱(마을이름이 절묘하다)을 찾는다. 그 곳은 들소 가죽 매매로 조성된 마을. 앤드루스는 거래상 맥도널드로부터 서부에 대해 알려줄 적임자로 들소 사냥꾼 밀러를 소개받고 그와 함께 들소 서식지를 찾아 떠난다. 밀러의 절친 찰리 호지, 슈나이더와 함께.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던 5,000여 마리의 들소 서식지를 찾은 그들은 들소 사냥을 시작하는데. 리더 밀러는 약속한 2주를 넘기고 들소를 몰살하는데 여념이 없고, 그들은 돌아올 시기를 놓치고 그곳에서 겨울을 맞는다.
이야기의 흐름이 그야말로 물 흐르듯, 읽다보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절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자연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펼쳐지고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잔인하고 또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가 앤드루스의 시각에서 그려진다.
영상물을 워낙 많이 보아온 편이라, 소설을 읽으면 그에 어울리는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이 소설은 제발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싶었다. 수많은 들소의 사체가 펼쳐진 평원을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아마도 밀러 역으로 나왔을 듯.) 또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가 떠오르기도 (너무 잔혹할 것 같아서 안봤다만..). 소설의 끝은.. 인간의 잔혹함은 역시 그 댓가를 받는다. 들소를 몰살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막연한 동경으로 서부를 찾은 앤드루스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보다 성숙해진다. 나쁜 의미로는 더이상 꿈꾸지않는다고나 할까. 앤드루스는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 장고, 튜니티처럼 표표히 어디론가 떠난다.
‘안티-서부‘라는 평도 들었다는데, 그 평 조차 웃긴다. 서부에서 인간은 무엇을 얻었는가. 자연을 극복할 대상으로 여겼던 인간은 이제 그 댓가를 치루고 있다. 이 스토리는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에도 접목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움 (또는 성공) 을 향한 동경,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파괴하고 우리는 인간성을 잃어가고 자기 자신을 잃는다.
젊은 사람들은...찾아낼 무언가가 있다고 늘 생각하지.
..그런 건 없어 자네는 거짓 속에서 태어나고, 보살펴지고, 젖을 떼지. 학교에서는 더 멋진 거짓을 배우고. 인생 전부를 거짓 속에서 살다가 죽을 때쯤이면 깨닫지. 인생에는 자네 자신, 그리고 자네가 할 수 있었던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네는 그 일을 하지 않았어. 거짓이 자네한테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지. 그제야 자네는 세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그 비밀을 아는 건 자네뿐이니까. 하지만 그때는 너무 늦었어. 이미 너무 늙었거든. p306
존 윌리엄스의 소설 ‘아우구스투스‘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