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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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읽고, 회자되던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를 바로 구매해 놓았는데 이제서야 읽다.
#존싱어사전트 가 그린 #집에있는닥터포치 (1881)를 보고 느낀 감성, 그 그림으로 인해 생긴 궁금증을 여러 다른 그림들을 보고 친했던 사람들, 관련된 여러가지 사건들, 당시 시대상, 사회를 반추해 줄리언 반스의 시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1885년 여름, 런던을 방문한 ‘이상한 3인조 프랑스인‘을 중심으로 (에드몽 드 폴리나크 왕자,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페젠사크 백작, 평민인 닥터 사뮈엘 장 포치 ) 현재 우리가 #벨에포크 라 부르는 시대를 산 댄디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물론 포치를 그린 그림으로 시작하기에 포치가 주제가 되긴 하지만, 인간이란 홀로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당시 영국-프랑스 상류 사회, 그리고 닥터 포치가 현대 부인학과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만큼 영국, 미국, 남아메리카까지 서술하는 범위는 매우 넓다. 3인조가 매우 독특하고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인지라, 그와 얽힌 많은 사람들, 특히 오스카 와일드를 비롯하여 사라 베르나르, 장 로랭, 에드몽 드 공쿠르, 마르셀 프루스트, 귀스타브 플루베르, 제임스 맥닐 휘슬러, 존 싱어 사전트 (는 물론이고), 헨리 제임스등 벨 에포크를 떠올리면 함께 언급되는 수많은 유명인들도 다루어진다.

존 싱어 사전트는 ‘마담 X‘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고, 우아하게 흘러내린 어깨끈이 기억에 생생하다. (여러 미술 관련 책에서 항상 언급되고 있다.) 닥터 포치는 마담 X의 연인이라는 소문도 있었고 (줄리언 반스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는다), 너무나 미남이라 닥터 포치의 초상화를 실물로 꼭 보고 싶다. 사전트가 그린 젊은 시절의 포치 뿐 아니라, 레옹 보나가 그린 중년의 포치(1910)도 근사하다. 죽는 과정은 뜻밖이고. 바람둥이고 (산부인과 의사였는데) 그래서 가족들이 힘들었겠지만, 의사로서의 본업에 충실했던 포치- 프랑스 의학계의 선구자-여서 그에 대한 내용을 알게되자 새삼 새롭게 보인다. 줄리언 반스가 총알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해서 왜인가 했는데..흠 (이하 줄임).

그림에 관심있는 사람, 벨 에포크, 인상주의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1부만 읽었는데, 그 책에도 3인조가 언급되고 있다니 (프루스트가 친구였는데 배신했다고 하니..ㅋ) 읽어봐야겠다. (종이책으로 살껄..전자책으로 구매해놨더니 손이 안간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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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미친여자 #샌드라길버트 #수전구바 #박오복 옮김 #북하우스 #문학 #bookreview #themadwomanintheattic

#여성작가와19세기의문학적상상력 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공저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제인 에어‘ 의 버사를 바로 떠올리게 된다. 소설에서는 정신병력을 속이고 결혼한 악의 축으로 여겨진 버사. 이 책에서는 가부장적 전통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소외된 수많은 여성의 대표로 분석된다. 19세기 여성 작가들이 그려낸 여자 주인공들의 삶이,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심지어 여성 작가들의 글쓰기가 왜 혁명적으로 여겨지는지 분석하고 있다.

저자들은 1974년 인디애나 대학에서 여성문학 수업을 통해 압도적인 남성 지배 사회구조에 갇힌 여성문인들의 작품을, 작가의 삶과 함께 분석했다. 페미니즘, 모든 해설적 글쓰기의 고전이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가족, 결혼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딸, 아내, 어머니로서만이 그 존재의 의미를 가졌다. 그 속에서 잘 살아내야만 사랑 받고, 존경 받았다. 개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악의 주축으로, 에덴 동산에서 아담을 유혹하여 타락하게 만든 이브의 원죄를 태생적으로 안고 태어난 마녀로 질타받았다. 그 역사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여성들은 가족에 의해 다락방에 갇히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결혼제도에 편입하지 못한 소외된 여성들은 잉여 계급(독신녀)으로 분류되고, 상속권도 없이 남자 친척의 호혜에 삶을 의지하거나 수녀, 가정교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샬럿 브론테,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등 유명한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분투적인 삶, 로맨스 등에 매료되었는데, 동시에 당시 사회 제도의 불공평에 놀라곤 했다. 한국(조선)이나 영국이나 참 어이없었구나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작품을 세세하게 분석해 주어 나로서는 ‘개안‘의 기회가 되다- 그간 얼마나 막연하게 소설을 읽어왔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1,1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13년 만에 재출간되었다고. 단권으로 출간되어, 잠들기 전 책읽는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무척 힘든 독서였다.(너무 무거워..ㅎㅎ)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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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 눈에서 꺼풀이 일단 벗겨지자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고 반짝였다. p32 (샌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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假面山莊殺人事件 (講談社文庫) (文庫)
히가시노 게이고 / 講談社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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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는 ‘용의자X의 헌신‘으로 알게된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작가. 그런데 읽을 때마다 그 폭이 넓어서 (가볍게 쓰기도 하고 진중하게도 쓰기도 하고) 놀란다. 다른 일본 추리소설가 오리하라 이치가 쓴 추천서를 보면 , 히라시노 게이고는 ‘서랍이 많은 사람‘이라고 무척 부러워 한다..ㅎ

표지에 씌여진 대로, 절대로 스포하면 안되는 소설임.

결혼식을 1주일 앞두고 약혼녀 도모미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여름에,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부모님과 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별장(가면산장)으로 가는데, 은행강도사건 범인들이 별장에 난입하고 동시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의심해야 할 사람은, 그 살인으로 혜택을 입는 사람이다. 산장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이 살인은 도모미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가볍게 읽기 좋다.

(상품이 일본어문고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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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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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음이 많이 아팠다. 현대를 살아가는 2-30대 젋은 여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왜 그 나이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은지, 역사적 맥락과 더불어 차근차근, 3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한 책이다. 부제 #이해받지못하는고통여성우울증

작가 하미나도 우울증을 앓았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인터뷰이들을 대할 수 있었다. 인터뷰이들은 아픈 상태에서도 수천 번 자기 경험을 곱씹고 재해석하며 성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이다. ‘자기 삶의 저자인 여자는 웬만큼 다 미쳐 있다.‘

어찌보면 병원을 찾아서 상담하고 처방받고 약을 먹는 환자들은 용감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신과를 찾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상한 시선으로 보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물론 시간도) 있어야 가능하다.

우울증, 정신병은 개인의 질환이 아니다. 사회가, 그간의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 역사가 만들어오고 진단해 온, 즉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질환으로 낙인찍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돌보는 사람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라 그 안에서 돌봄이라는 관계를 통한 폭력도 많다. 전세계적으로도 여성의 우울증 발생률이 남자들보다 2~3배 이상 높다고 한다. 아직 인류가 그만큼 평등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저자는 이삼십 대 여성의 고통을 보아달라기 보다, 이삼십 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달라고 한다. 우울증은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 할 공동과제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이 고통을 어떻게 나눌지, 필요한 돌봄은 무엇이고 어떻게 연대해야할 지 필요한 시기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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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다락방‘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눈에서 꺼풀이 일단 벗겨지자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지고 반짝였다. 현란한 만화경이 돌아가듯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스스로를 재배치하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각각은 새로운 의미를 발하기 시작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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