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로 유명한 칼 세이건의 마지막 저서라고 해서 구매해서 읽다.
제목부터가 너무나 재미있어 읽어봐야지하고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예상과는 약간 다른 책이다.
과학자 칼 세이건은 현대 미국인(확대해도 된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고, 그에 따라 비과학적인 정보에 휘둘리는 현상을 개탄하며, 그 결과, 민주주의도 퇴보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가 말하는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미신, 유사과학, 심지어 비과학적인 종교관 등이 사람들의 행동,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진화론을 믿지 않는 기독교, 사회의 가장 힘없는 사람을 마녀로 몰아 그 재산을 몰수했던 종교인들, 설명하지 못하니 외계인이 와서 한 것이라고 믿는 각종 현상들. 그리고 근거없는 소문으로 휘둘리는 세상. 트럼프가 한 말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등.
저자는 과학과 민주주의를 비슷한 것으로 본다. 과학이 무조건의 맹종이 아니라, 먼저 앞선 결과에 대해 ‘회의‘한 후 (의심한 후) 연구하고 실험하고 토의하는 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처럼, 민주주의도 많은 의견이 도출되고 활발한 토의를 거쳐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비과학, 독재 등은 힘있는 자가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내지르면 무조건 순응한다. 정치 또한 그러하므로, 과학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 정치를 해야 그 사회가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말도 한다.
무교인 나는, 지구 곳곳에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외계인도래설이 일종의 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미쪽에서 발견되는 오래된 그림을 보면 꼭 우주복을 입은 것 같고, 똑같은 별자리를 향한 염원이 유럽에서도, 남미에서도 발견되는 등등. 그래서,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로 책이 시작되어 그런 것에 대한 언급도 있나 했는데,..없다.
그는 말한다. 아직 진실이라고 말할 증거가 없습니다. 철저한 증거주의자이다. 우주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에 대해서도 똑같이 대답한다. 맞다고 말할 증거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일단 의심하고 다시 생각해보세요.
저자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성장해오는 과정에서 교육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 오늘날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개탄한다. 우리나라를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비판하고 회의하는 의식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육.
책을 구매할 때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지만, 의미있는 독서였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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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회의적으로 검토하는 태도는 악랄한 사기꾼과 허풍쟁이와 헛소리꾼을 근절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도구나. 이런 장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항상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고 도움을 필요로 하며 다른 희망을 가지기 힘든 사람들이다. p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