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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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는 유난히 죽음이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여실히 느낀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 승객 300여명이 배에서 내리지 못했고

 

생활고를 비관한 가난한 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공연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딛고 있던 환풍구가 무너져  주말을  기약하던 평범한 금요일이 아수라장이 됐었고

 

늘 밝아보였던 걸그룹도, 영원할 것만 같던- 마왕이라 불리던 남자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생사의 길은, 지금 이순간에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일 겁니다.

 

하지만,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은 이상 다들 언젠가는 잊혀질테고

중요한건 나와 내 가족의 생과 사일 겁니다.

 

<죽음학 수업> 은 내러티브 논픽션이라고 되어 있는데

 

노마교수의 수업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독자들도 그녀의 수업 주요 과제들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난을 이겨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겨낸 사람들은 삶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유언을 작성해본다든지,

때론 구체적 항목이 있어서 체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화장을 원하는지, 무덤을 원하는지

장례식은 어땠으면 좋을지

누군가에게 남겨줄 게 있다면 어디에 쓰였으면 좋을지...

 

노마교수의 수업은 교도소 방문이나 장례식, 염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정신병원, 묘지 등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곳도 여러 곳 방문을 하는데 

아무래도 제일 핵심은 삶의 의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동시에 수업에 참가한 본인들도 죽음에 관련된 트라우마를 조금씩 벗어나는 게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보고 싶은 변화, 당신이 실천하라

 

전 아직은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본 적도 없고 이 책에 나온 학생들처럼 불우했던 가정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힘겨운 삶에 적극 공감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쉽습니다. 생각보단 그들의 환경이 어땠는지를 소설 형식으로 꽤 많이 보여줘서 대충 읽고 넘긴 부분도 있구요...

또 구성이 좀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었고 학생들의 처지가 조금 더 다양했더라면 어떘을까 하는 아쉬움도 개인적으로 좀 있네요.

 

 

다만 노마교수의 과제를 보다보면 중간중간 멈칫 하면서 나름 생각하게 될 부분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죽음에 대해서, 또는 사형에 대해서... 혹은 존엄사에 대해서.

버킷리스트 같은 걸 생각해보다가 그렇게 많은 게 떠오르지가 않아서 조금 당혹스러웠고

생명의 탄생이란... 특히 인간의 탄생이라는 걸 이제는 축복보다는 하나의 폭력으로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내가 생각보다 밝은 인간은 아니구나를.. 이 책을 통해 새삼 느꼈던 것 같네요.

 

 

모든 문제의 출발은 가정불화인 것 같아서 , 진정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결혼해서 부부가 된다는 것의 의미, 서로에 대한 예의, 또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 등등이 아닐까 생각해보았고 . 이게 어긋나면 가정에서 커진 불씨가 결국 사회까지 번지게 되므로 국가에서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가끔 이 질문을 던집니다.

한 달, 혹은 일 년 뒤에 죽어. 그래도 넌 내일 아침에 일을 하러 갈거니? 

 

많은 사람들이 미쳤냐? 라고 하겠죠.

그만큼, 내가 지금 목숨 걸고 하는 것들이 사실은 별 거 아닐 수 있으니

너무 각박하게 살지 말자.. 라고 생각하며 긴장의 끈을 풀곤 하는데

 

살아가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이 죽음을 너무 멀리 있다고, 혹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막상 쉽지 않아 안타까운...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하고, 조금 더 긍정하는 마음을 키운다면

노마의 수업이 굳이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학자들은 죽음이야 말로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열쇠라고 말합니다. 이 책의 부제도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라고 묻고 있죠.

죽음학수업은 결국 삶을 긍정하는 수업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가치 있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힘을 내라고 말하는 이 책에서 얼마나 좋은 에너지를 얻을 지는 읽는 독자에 따라 크게 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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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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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실생활을 통한 세상살이 경험보다도 부활절 밤의 경험이 인생에 있어서 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소위 사회생활의 경험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네. 고통스러울 뿐이지 않나?

- 빵과 관련된 경험은 절실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저열한 거지. 빵을 떠나고, 물을 떠난 고상한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야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 없지. - 모든 신성한 일이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빵과는 무관한 법이야. "

" 먹고 살기 위한 직업에는 성실하게 매달리기가 어렵다는 의미지.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고 일하는 것이라면, 먹고 살기 쉽게 일하는 방법을 맞추어갈 것이 뻔하지 않겠나? 그러면 무슨 일을 하든 개의치 않고 그저 빵을 얻을 수만 있다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노동의 내용이나 방향 내지는 순서가 다른 것의 간섭을 받게 된다면 그러한 노동은 타락한 노동이라 할 수 있지."

 

 

 

-다이스케의 홀로 벚꽃길을 걷는 부활절의 밤은 상상만으로도 정말 멋졌다. 

다이스케의 말이 다 맞는건 아니지만 한 번쯤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가 영혼없는 기계처럼 돈을 벌고 있을 때 말이다. 정말 이 돈이 잘 벌리는 방법이라면 다른 것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면 ... 그건 저열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을 찾아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보는 것이다. 

우리는 돈을 통해 더 인간다워졌는지, 인간다움을 잃었는지조차 잊고 살 때가 많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문득 생각났던 건, 월요일 아침... 다들 학교가고 출근하는 시간대에 여행가는 기차안에 있던 내 모습이었다.

아침 일찍 피곤해보이는 그들의 모습과 , 그 시간에 여행을 가는 싱숭생숭했던 내 마음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런저런 내 추억 속 아름다운 시간들을 떠올려보다보니   

그래 그런 시간들이 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 내가 그 때 그 시간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면 놓쳤을 느낌들이라고 생각하니 줄줄이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 그는 자신의 육체에 온갖 추하고 더러운 색을 칠하고 난 뒤에 자신의 정신이 얼마나 타락할까 하고 생각하자 오싹 소름이 끼쳤다-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불성실과 극도로 영락한 사람의 성실함과는 결과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그는 성실성이든 열의든 간에 어떤 완성된 상태로서 자신의 내면에 간직돼 있는 것이 아니라

돌과 쇠가 부딪치면 불꽃이 튀듯이,

상대에 따라서 마찰이 잘 이루어질 때 당사자들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신의 교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나쁘면 성실성이나 열의가 생길 리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늘 느끼면서 살고 있는데 다이스케의 말이 어느 정도 위로가 되었다. 나와 케미? 가 맞는 어떤 것을 찾았을 땐 성실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게으름뱅이들의 자기위안인 뿐일걸까...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가 인간에게 가능한 일일까?  

 

 

#서구 문명의 압박을 받아서 그 무거운 짐에 눌려 신음하며 격렬한 생존 경쟁의 무대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남을 위해서 울 수 있는 사람을 다이스케는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었다.

 

#그는 신을 숭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또한 매우 이성적이어서 신앙을 가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서로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신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서로가 의심할 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신은 비로소 존재의 권리를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나서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만들어서 그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날 때 이미 빼앗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라도 그것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 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천하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 나는 왜 태어났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무시무시한 확률을 뚫고 고생해가며 태어났는데 ... 도대체 왜? 뭐 이렇게 시시한걸까- 하고.

차라리 이유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게 편할 수도 있겠다 싶은 적도 있었지만 그의 말이 맞다.

그러므로 느껴지는 무한한 책임감과 두려움은 어쩔 수 없지만 어떤 것이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불의의 사고나 뜻밖의 일들 앞에 인간은 무력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 팔자란 없다고?ㅋ 생각해보면 마음이 바빠진다.

 

 

#그는 행위의 결과로서 부를 열망했던 것일까 아니면 명예나 권세를 열망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활동이라는 의미에서의 행위 그 자체를 원하고 있었던 것일까.

 

 

-고전을 읽는 재미는 자연스럽게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하는 중요한 행위들에 내가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 솔직하게 묻고 답해 본 적이 별로 없던가.

세상에 살면서 돈과는 필연적으로 엮일 수밖에 없지만, 행위 그 자체를 원해서 하는 행위 또한 얼마나 하고 사는지.

언젠가부터 부쩍 너무 계산적이어서 나조차도 싫고 피곤해질 때가 많아서인지 쿡쿡 가슴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인간은 열성을 가지고 대할 필요가 있는, 고상하고 진지하며 순수한 동기나 행위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도 훨씬 월등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열등한 동기나 행위에 대해 열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무분별하고 유치한 두뇌의 소유자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열성이 있는 척해서 잘난 체하려 드는 사기꾼에 불과하다.

 

#몰래 옆방으로 가서 평소에 마시던 위스키를 컵으로 마시고 올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거리낌 없이 평소의 태도로 상대방에게 공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자기의 진심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술기운이라는, 일종의 장벽을 쌓아서 그것의 엄호를 받고서야 비로소 대담해진다는 것은 비겁하고 잔혹하며 상대방을 모욕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취중진담, 이라는 말보다 더 와닿았던 다이스케의 태도.

이건 정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이 사람의 무서운 진심이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확신이 선다면 이럴 수 있을까.

이렇게 확실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까... 내내 결혼을 압박받던 다이스케와 지금의 내 모습이 조금은 비슷해서 동질감 같은 걸 느끼며 읽고 있었는데...

늘 가지고 있던 내 신념과 태도를 바꿀만한 사람이 나에게도 나타날 것인지. 

용기를 내야 할 때 제발 비겁하지 말길 스스로 바랐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뒷부분에 흐지부지 큰 흥미를 못 느끼며 읽은 기억이 있었는데 이 책은 끝까지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산시로- 그 후- 문 이렇게 세 편을 내리 읽어야 그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작품들도 틈나는대로 챙겨보고 [마음] 도.. 기대되고 고양이도 다시 읽어봐야 될 것 같고...

누군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한다면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을 만큼 이 책은 나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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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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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히 보수와 진보를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는 걸로 비유했던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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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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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야 안젤루 라는 여자의 유년기 시절을 다룬 자전적 성장소설입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만으로도 책 한권이 나오네요.
너무나 여러가지 직업이 있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도 힘든 여성이었다고 하는데
그런 여성의 어린 시절을 소설적 느낌이 가미된 자서전으로 만난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빌 클린턴, 미셸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등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추모 예배에 참가했고 그녀를 추억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인종차별이 얼마나 어리석인 짓인지 미국인들에게 증명해 보인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말했는데요.
이 책을 보니 왜 그녀가 이렇게 다방면에서 많은 활동을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소녀시절 그녀가 겪었던 일들은 뭐 다른 흑인소녀들도 마찬가지로 겪었겠지만 그녀는 다르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불합리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죠.
 
 [ 우리는 하녀이며 농부이며 잡역부이며 세탁부일 뿐 그 이상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고 주제넘은 일이었다.
 바로 그 때 나는 가브리얼 프로서와 내트 터너가 침대에 누워 잠자는 백인 모두를 죽여버렸더라면, 에이브러햄 링컨이 노예해방령에 서명하기 전에 암살당했더라면, 해리엇 터브먼이 머리를 맞은 상처 때문에 그대로 죽었더라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산타 마리아 호를 타고 항해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더라면 차라리 좋았으리라 생각했다. ]
 
 
졸업식 날, 들뜨고 기쁜 날 마야는 뼈저리게 흑인의 한계를 느끼고 절망합니다.
그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아래에서, 백인 뒤치다꺼리나 하다가 죽고 말거라는 그 비참함.
누군가는 그런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지만 마야는 참기 어려워 했습니다.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느껴지는 건,  마야는 장벽 같이 느껴지는 편견과 상황들을 그냥 받아들이기 보다는 분노하고 깨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백인 가정에서 주인이 자신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자 그릇을 깨 부수고 나온다든지
흑인 여성 최초로 전차 차장 일자리를 얻어내는 모습 등은
굴복한다는 것과 극복한다는 것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마야에겐 참 여러가지 장난을 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그녀를 존중해주고 책을 건네준 플라워즈 부인 덕에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고
하필 마르고 큰 흑인의 몸으로 태어나서 소녀시절 '정상적인 여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의혹' 에 시달리다가 덜컥 임신까지 해버리는 등 파란만장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래도 자신의 그런 일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냈다는 것은 이미 대단한 내공이 쌓였다는 것이고 세상 모든 일을 너그럽고 폭 넓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받은 느낌은 천성이 긍정적이고 단순해서 넘어간 게 아니라 끊임없는 의지의 결과인 것 같았습니다.
마야는 중간중간 우울함도 많이 느끼고 삶에서 지루함도 느꼈다는 둥 다소 위태로운 모습도 보였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극복해나가는 노력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마야는 과연 다시 흑인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을까요?
요즘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댓글을 보다보니 아마 백인이 걸렸으면 진작 대책이 나왔을텐데 흑인들이 걸린 거라 돈이 안 되서? 이 지경이 된 것일 수도 있다는 비아냥 섞인 글이 있어서
아직도 차별이 남아있는걸까 싶었습니다.
 

 
 
왜 아직도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인 흑인 학생이 차별 사례를 sns 에 올리는지-
겉모습 하나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인양 생각하고 판단하는 유치하고 수준 낮은 행동들이 얼른 없어졌으면 하는데...
그래도 어릴 때부터 이런 편견이 잘못 됐다고 교육 받는다면 미래엔 조금 더 희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참 세상에 못되고 못된 게 인간이기도 하지만
우린 마야 엔젤루 같은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다고... 이렇게 용감하게 한 번 살아보자고 느끼는거겠죠.
 
 아, 참 이 책에서 또 좋았던 건 번역을 해주신 김욱동 님이 굉장히 자세히 해설을 덧붙여주셨다는 것인데요.  그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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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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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리 크지도 두껍지도 않아서
휴대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늘 가지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 하나씩 읽어도 좋겠다 싶은...
시인 한 명당 4-5 페이지 정도의 글이
한 사물에 대해 쓰여있는데
뭐 가방, 냉장고, 간판, 연필, 카메라, 우산, 지도...
우리가 정말 아~무 감정 없이 보는 것들이
시인의 눈과 감성을 거치자
이렇게 다르게- 혹은 내 안의 어떤 것을 깨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 이랑의 풋것들이 소집되었다. 바람과 오랜 대화를 나눈 까닭에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 젖은 몸으로 새벽이슬의 시간을 도란거린다. 태양의 횡포를 견뎌낸 몸들이라 머리맡 불이 켜질 때마다 노을을 떠올린다.]
전영관 님의 냉장고 중 일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슬프게 다가오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 부분 읽다가 족히 10분은 울었던 것 같네요.
뭐 상추나 깻잎이나 그런 것들이겠죠... 냉장고 불이 켜질 때마다 노을을 떠올린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나는 여태 옥상에서 뜯어온 상추를 아, 역시 파는 것보다 키우는 게 맛있다... 하면서 먹어 치우기 바빴는데 
시인은, 역시 다른가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그 쓸쓸함에 목이 메이고, 눈물이 고이고. 
그러곤 갑자기 서럽게 우는 제 모습에서 
지금 내가 왜 울지? 
내가 왜 이 대목이 슬프지...?  하면서 제 자신을 계속 돌이켜보기도 했습니다. 
이게 나라는 인간이구나. 
내가 슬픈 건 이런거구나... 
저를 새삼 발견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시인들의 글을 읽다보니 지금은 생소한 것 혹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게 다 그들의 자산이고 힘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가난에 대한 것들은 시대와 환경이 만들어 준... 
다른 사람들에겐 고되고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을 수 있어도- 적어도 시인에게는 값지게 승화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때론 힘들고 아프고 벗어나고 싶은 것들이 있어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연습을 하면 그게 나만의 재산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함성호 님의 < 치마 > 속에 등장했던 그 여선배를 
지긋지긋했던 80년대가 없었다면 우리는 만날 수 없었겠죠.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는 걸-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유용주님의 <위생장갑> 은 재밌었어요!^^ 
요리 잘한다고 자랑하시나... 하면서 웃으며 보고 있었는데 아... 이걸 그런 용도로 사용하실 생각을...ㅋ 
모든 건 용도에 맞게 사용하자는 뼈저린 충고를 해주시는데 그래도 내심 크게 후회하진 않으시는 듯? 했습니다..ㅋ 
세상은 이런 사람들과 이런 행동들로 재밌어지는 게 아닐까.. (추파춥스는 좀 심했지만...-_-) 
한 편 , 한 편...
내가 보는 세상과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도 있고
대부분은 그들의 예민함과 통찰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시인 김수영 님은 시인 없는 세상을 꿈꿨다고 합니다. 모두가 시인이라 굳이 시인이 필요없는 세상...
너무 무디고 덤덤하게 살아가기보단 촉을 세우고 살아가는 연습...
세상을 긍정하고 아름답게 보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조금 배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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