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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올해는 유난히 죽음이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여실히 느낀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 승객 300여명이 배에서 내리지 못했고
생활고를 비관한 가난한 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공연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딛고 있던 환풍구가 무너져 주말을 기약하던 평범한 금요일이 아수라장이 됐었고
늘 밝아보였던 걸그룹도, 영원할 것만 같던- 마왕이라 불리던 남자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생사의 길은, 지금 이순간에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일 겁니다.
하지만, 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은 이상 다들 언젠가는 잊혀질테고
중요한건 나와 내 가족의 생과 사일 겁니다.
<죽음학 수업> 은 내러티브 논픽션이라고 되어 있는데
노마교수의 수업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독자들도 그녀의 수업 주요 과제들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난을 이겨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겨낸 사람들은 삶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유언을 작성해본다든지,
때론 구체적 항목이 있어서 체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화장을 원하는지, 무덤을 원하는지
장례식은 어땠으면 좋을지
누군가에게 남겨줄 게 있다면 어디에 쓰였으면 좋을지...
노마교수의 수업은 교도소 방문이나 장례식, 염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정신병원, 묘지 등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곳도 여러 곳 방문을 하는데
아무래도 제일 핵심은 삶의 의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동시에 수업에 참가한 본인들도 죽음에 관련된 트라우마를 조금씩 벗어나는 게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보고 싶은 변화, 당신이 실천하라
전 아직은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본 적도 없고 이 책에 나온 학생들처럼 불우했던 가정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힘겨운 삶에 적극 공감하지 못한 건 조금 아쉽습니다. 생각보단 그들의 환경이 어땠는지를 소설 형식으로 꽤 많이 보여줘서 대충 읽고 넘긴 부분도 있구요...
또 구성이 좀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었고 학생들의 처지가 조금 더 다양했더라면 어떘을까 하는 아쉬움도 개인적으로 좀 있네요.
다만 노마교수의 과제를 보다보면 중간중간 멈칫 하면서 나름 생각하게 될 부분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죽음에 대해서, 또는 사형에 대해서... 혹은 존엄사에 대해서.
버킷리스트 같은 걸 생각해보다가 그렇게 많은 게 떠오르지가 않아서 조금 당혹스러웠고
생명의 탄생이란... 특히 인간의 탄생이라는 걸 이제는 축복보다는 하나의 폭력으로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내가 생각보다 밝은 인간은 아니구나를.. 이 책을 통해 새삼 느꼈던 것 같네요.
모든 문제의 출발은 가정불화인 것 같아서 , 진정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결혼해서 부부가 된다는 것의 의미, 서로에 대한 예의, 또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세 등등이 아닐까 생각해보았고 . 이게 어긋나면 가정에서 커진 불씨가 결국 사회까지 번지게 되므로 국가에서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저는 가끔 이 질문을 던집니다.
한 달, 혹은 일 년 뒤에 죽어. 그래도 넌 내일 아침에 일을 하러 갈거니?
많은 사람들이 미쳤냐? 라고 하겠죠.
그만큼, 내가 지금 목숨 걸고 하는 것들이 사실은 별 거 아닐 수 있으니
너무 각박하게 살지 말자.. 라고 생각하며 긴장의 끈을 풀곤 하는데
살아가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이 죽음을 너무 멀리 있다고, 혹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막상 쉽지 않아 안타까운...
덜 미워하고, 더 사랑하고, 조금 더 긍정하는 마음을 키운다면
노마의 수업이 굳이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학자들은 죽음이야 말로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열쇠라고 말합니다. 이 책의 부제도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라고 묻고 있죠.
죽음학수업은 결국 삶을 긍정하는 수업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가치 있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힘을 내라고 말하는 이 책에서 얼마나 좋은 에너지를 얻을 지는 읽는 독자에 따라 크게 다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