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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그리 크지도 두껍지도 않아서
휴대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늘 가지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 하나씩 읽어도 좋겠다 싶은...
시인 한 명당 4-5 페이지 정도의 글이
한 사물에 대해 쓰여있는데
뭐 가방, 냉장고, 간판, 연필, 카메라, 우산, 지도...
우리가 정말 아~무 감정 없이 보는 것들이
시인의 눈과 감성을 거치자
이렇게 다르게- 혹은 내 안의 어떤 것을 깨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 이랑의 풋것들이 소집되었다. 바람과 오랜 대화를 나눈 까닭에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 젖은 몸으로 새벽이슬의 시간을 도란거린다. 태양의 횡포를 견뎌낸 몸들이라 머리맡 불이 켜질 때마다 노을을 떠올린다.]
전영관 님의 냉장고 중 일부분입니다.
이 부분이 슬프게 다가오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이 부분 읽다가 족히 10분은 울었던 것 같네요.
뭐 상추나 깻잎이나 그런 것들이겠죠... 냉장고 불이 켜질 때마다 노을을 떠올린다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나는 여태 옥상에서 뜯어온 상추를 아, 역시 파는 것보다 키우는 게 맛있다... 하면서 먹어 치우기 바빴는데
시인은, 역시 다른가봅니다.
돌아갈 수 없는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그 쓸쓸함에 목이 메이고, 눈물이 고이고.
그러곤 갑자기 서럽게 우는 제 모습에서
지금 내가 왜 울지?
내가 왜 이 대목이 슬프지...? 하면서 제 자신을 계속 돌이켜보기도 했습니다.
이게 나라는 인간이구나.
내가 슬픈 건 이런거구나...
저를 새삼 발견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시인들의 글을 읽다보니 지금은 생소한 것 혹은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게 다 그들의 자산이고 힘인 것 같았습니다.
특히 가난에 대한 것들은 시대와 환경이 만들어 준...
다른 사람들에겐 고되고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을 수 있어도- 적어도 시인에게는 값지게 승화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때론 힘들고 아프고 벗어나고 싶은 것들이 있어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연습을 하면 그게 나만의 재산이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함성호 님의 < 치마 > 속에 등장했던 그 여선배를
지긋지긋했던 80년대가 없었다면 우리는 만날 수 없었겠죠.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는 걸-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더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유용주님의 <위생장갑> 은 재밌었어요!^^
요리 잘한다고 자랑하시나... 하면서 웃으며 보고 있었는데 아... 이걸 그런 용도로 사용하실 생각을...ㅋ
모든 건 용도에 맞게 사용하자는 뼈저린 충고를 해주시는데 그래도 내심 크게 후회하진 않으시는 듯? 했습니다..ㅋ
세상은 이런 사람들과 이런 행동들로 재밌어지는 게 아닐까.. (추파춥스는 좀 심했지만...-_-)
한 편 , 한 편...
내가 보는 세상과 비교해보며 읽는 재미도 있고
대부분은 그들의 예민함과 통찰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시인 김수영 님은 시인 없는 세상을 꿈꿨다고 합니다. 모두가 시인이라 굳이 시인이 필요없는 세상...
너무 무디고 덤덤하게 살아가기보단 촉을 세우고 살아가는 연습...
세상을 긍정하고 아름답게 보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조금 배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