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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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 성별도, 나이도 아닌 철저히 능력제로 결정되는 가족 너무 재밌다. 무능한 가장들은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가장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이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라 이말이다. 옛날부터 그래왔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가장 자리가 세습되는 건 요즘 시대에 너무 고루하거든!!!


게 가치를 측정하기 힘든 가사노동, 특히 집밥의 가치를 유쾌하게 묘사하고 그에 대한 물질적 대가를 충분히 지급하는 장면을 통해 독자들이 그 가치를 감정적으로도, 정량적으로도 인식할 수 있게 한 부분이 영리하다고 느껴졌다. 작가는 무조건적으로 과거의 가족 형태를 후진 것으로 묘사하지도, 윗세대를 고루한 것으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그 시대의 한계를 숨기지 않고 보여주지만 조부모 세대가 지닌 가치 또한 서예 에피소드나 메주 만들기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고, 서툴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복희씨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 또한 보여준다.


제가 직접 하기엔 너무 사소한 고민이군요. 그 정도는 웅이님께서 알아서 비교하고 결정하신 뒤 제 카드로 결제하시기 바랍니다. (...) 저는 이제부터 한 시간 동안 낮잠을 잘 것입니다. 인터뷰 십오 분 전에 깨워주시기를 바랍니다.


진심 내 인생에 이런 직원들 있으면 좋겠다… 온갖 잡다한 것들 나 대신 결정해주고 처리해주고. 나는 나를 위한 일만 하고 싶다!! 그러려면 월급을 줄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어야겠지?ㅋㅋㅋㅋ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집밥을 만드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하여 하며 김치 보너스, 된장 보너스를 지불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노동의 가치에 정당한 대가를!!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엄마도 늙기 시작하고 언젠가는 돌아가실 것이므로 이것이 가능한 것은 인생에서 잠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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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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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은 같은 말이 반복되는가 싶다가도 묘한 변주가 있어서 다행히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왜 비슷하게 느껴졌나 했더니 그 시기에 자신이 느끼고 생각했던 걸 썼다고 하여, 이 작가는 글을 쓰는 순간 이 주제에 골몰했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글을 통해 자신을 탐구할 줄 아는 사람 같다.



<새 이야기>


모르는 일이 즐거웠다. 모르는 상태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에 대해 더 알고 싶다가도, 계속해서 모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내가 탐구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이 언제까지나 남아 있었으면 했다. 그런 즐거운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했다.



<꿈과 요리>


솔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므로. 특히 자기가 못 가진것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므로 말이다. (...) 그래도 쟤가 나보다 낫다, 그래도 쟨 뭘 하잖아. 그런 식으로.


그 생각의 밑바닥이나 가장자리에 끄트머리가 살짝 들려 있는 아주 얇은 껍질을 살살 떼어내 보면 거기에는 부러움이 있었다. (...) 쟤가 보기에 나는 어떨까? (...) 그건 곧 자기 자신의 목소리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아등바등하나?


타인을 볼 때 나를 발견하게 된다. 특히 나의 결핍에 대하여.

내가 너에게 느끼는 감정의 껍질 아래엔 날 비추는 거울이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그 거울을 마주하기 두려워서 그저 표면에 드러난 감정이 전부라고 믿어버리는 것인지도.


타인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것들이란 대개는 별 것 아니다. 나는 늘 판단이 우선이었고, 마음 속으로 결론을 내린 후 그에게서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상대에 대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은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첫 번째 생각을 들켰을 때는 늘 수치스러웠다.



<근육의 모양>


바쁜 게 아닐지도 몰라. 힘든 게 아니라... 힘들어도 이제 나랑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마음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과 언제나 관계를 끊는 쪽이었던 사람이 있다. 관계를 끊었던 흔적들이 근육으로 남게 된다는 말이 은영에게도 유효할까? 직장을 그만두고 필라테스 강사가 되어도, 몸이 그렇게 단단해져도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이상 마음을 붙이게 되고 그 끊어짐을 견뎌야 하는 쪽은 조금은 울 수밖에 없다.



<정체기>


혜인이랑은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았지. 소울메이트가 있다면 그런 관계였다고 생각해. 물론 은주도 좋은 사람이지만, 혜인이와 나누던 대화를 은주와 나누진 못할 거야. 명백해. (...) 다시 돌아간다면 이 선택은 하지 않을 것 같아. 혜인이와 나, 그리고 우리를 축복하던 오랜 친구들, 그 세계를 죽이고 나 홀로 다른 세계로 건너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내가 살해자 내지는 파괴자로 느껴져. 계속 혜인이를 만났더라면 살 수 있었을 그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시시각각 사무쳐. 마음이 맞는 그 느낌은 다시 느낄 수 없겠지. 그 사실이 이렇게 참담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어.


이것은 순간의 솔직한 마음. 선택은 나의 몫이지만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 미래의 나에게 이 변화가 필요할거라고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어도 진짜 그 상황이 되었을 땐 생각보다 참담할 수 있다… 사실 애인은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이 부분에서는 이 사실을 알아버린 은주도, 은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그 누구도 아닌 이 말을 내뱉는 애인의 심정이 되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기에 인간이 후회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는 파괴자가 된 듯한 마음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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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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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자리에서 그저 할 일을 매일같이,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쓴 글에는 항상 울림이 있다. 이 책 또한 그렇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저자에 대한 내적 친밀감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책이다!! 나는 사실 저자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도. 이 분은 박사, 교수,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이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요즘 언어로는 인플루언서라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즉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의 사람인데 어떻게 그렇게 느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주제 속에서 그가 하루하루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다양한 일들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간다는 게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예술적인 문장, 영감으로 가득찬 산문은 물론 멋지고 아름답고 가치있지만 읽고 나서 저자와 나 사이의 거리를 인지하게 되는 반면... 이 책은 그와는 반대로 읽으면 읽을수록 거리가 좁혀지는 기분이 들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물론 연구자로서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맞벌이 워킹맘으로서, 개인으로서의 고민과 역할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니 연구실에 홀로 남아 연구에 집중하는 밤은 정말이지 근사하다. 누군가로부터 전화도 걸려오지 않고, 누군가 찾아오지도 않으며,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는 일을 잊어도 되는 밤. 한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한 가지 주제에 오롯이 집중해 화장실 가는 것도 잊는 그런 밤.



연구하는 직업 뿐 아니라 그 어떤 직업이라도, 이렇게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혼자 남아 일에 몰두하는 순간을 근사하다고 느끼는 것이 근사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 없다면, 그 사람이 남긴 글의 형태로라도.


어떤 일이든 힘든 면이 있지만(이 글의 연구실에서 밤을 새야 하는 상황처럼) 그것을 근사하다고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천문학자가 <코스모스>를 완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뭐 상관 없는 거 아닌가? (...) 그러니 이제 막 첫번째 조각을 집어들었는데 누가 와서 여러 조각을 촤라락 맞춰주고 가면 내심 화가 나는 법이다. 나는 이 책을 두고두고 조금씩 읽을 것이다.



이런 진솔함이 좋다. 남의 감동이 나의 감동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저명한 우주학자의 글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저작에 감동하고, 심지어 같은 우주를 연구하고 있는데도! 조언도 감동도 내가 필요한 순간에 내가 구할 일이다.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등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자연과학 전공자로서 그저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문장이다. 때때로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인류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바뀔지 생각해보곤 한다. 아마 많은 결정들이 폐기되고, 수정되겠지.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이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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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나의 작고 사소한 새해 다짐을 있는 힘껏 지켜보았다.

할 일들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처리하기! 사소한 결정은 빠르게 내리기!

새해 안부 연락 생각나자마자 했고,
세면대와 변기 물때가 눈에 띄자마자 바로 닦았고,
다이어리 써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썼고,
확인해둬야 하는 스케줄 모두 체크했고,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못 했던 일들도 다 내일 해치워버릴 생각이다.

이게 새해 다짐이 된 이유는 부지런한 인간이 되기 위한 게 아니고… 나의 딥슬립을 위해서이다.

할 일을 미룰 때 당장 몸은 편한데 무의식 중에 그게 남아있는지 꼭 꿈으로 등장하는데, 실제보다 훨씬 거대하고 내가 해결하지 못할 문제처럼 나온다. 꿈 꿀땐 왜 이게 꿈이라는 걸 모르는거야!!!ㅠㅠ 이런 날은 잠 잔 것 같지도 않다.

이게 좀 괴로워서 미루지 않으면 잠도 푹 자고 그러면 건강도 좋아지고 그러면 다른 일들도 잘 풀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늘 한번 맘잡고 해 보니 기분 되게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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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02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공감됩니다. 사소한 것도 미뤄놓고 보면 마음에 남고 더불어 약간의 죄책감까지 더해 어느새 짐이 되지요 ㅠㅠ 저도 바로 바로 하기 실행해야겠어요. 엘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2023-01-09 06:12   좋아요 1 | URL
뭐든 그때그때 하는 게 에너지가 훨씬 적게 소모된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ㅜㅜ 그런데 아직 습관이 안 돼서 의식적으로 안 하면 또 금세 미루더라구요ㅋㅋㅋ 감사해요! 독서괭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행복한 독서라이프 이어가세요^^
 


코튼캔디 멤버들... 세상 어딘가에서 각자 잘 살고있을 것 같아ㅠㅠㅠ 이대로 못 보내ㅠㅠㅠ



이 드라마는.....'재벌집 막내아들'의 정확히 정반대 포지션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틀린 말도 아닌 게, 빗물 새는 연습실에서 시작한 기획사 큰딸내미들이 망해버린 이야기임

과몰입러들 보지마세요 연초부터 눈물파티 하고 싶지 않으면ㅠㅠㅠ


세상살이에 찌든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티지를 찾고 싶어한다. 사이다 전개에 열광하고, 회빙환에 몰입하고, 모든 일을 쉽게쉽게 해결하는 먼치킨과 돈 많은 재벌에 열광한다. 그렇지, 현실 팍팍하지. 그러니 가진 건 쥐뿔도 없는 망돌(망한 아이돌)이 등장해서 보는 내내 숨 막힐 정도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일어나고 좀 극복해볼라치면 또 주저앉히는 이런 무자비한 드라마를 볼 마음의 여유가 요즘 사람들에게 있을까 싶다.


심지어 이들은 무조건 편들어주기에는 단점도, 약점도 흠도 많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일어서려는 그들을 보며 거대한 벽에 돌진하는 달걀을 바라보는 심정을 12화 내내 느껴야 하는 이 드라마는 오늘날과 같은 사이다 시대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2022년 최고의 드라마였다. (2021년에 제작되었지만 나는 올해 말에 봤고,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가 더 많이 나와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왜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현실을 생각해야 하냐고? 난 이미 충분히 힘든데, 현실을 잊고 드라마 속 판타지 세계로 도피하고 싶은데 왜 쉬는 시간까지 머리 아프고 감정 소모해야 하냐고?


드라마 하나에 뭐 이렇게까지 오버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나는 드라마도 문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드라마는, 적어도 나에게는 삶의 어려움과 세상의 부조리함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도록 해 주고, 인물에 공감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다 보고 나서 재밌다, 통쾌하다 그 이상의 감정, 어떤 생각을 끌어내 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 주고 있다.




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 삶의 선택들, 기회들, 위기가 닥쳤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걸 받아왔는지, 내가 타인에게 그만한 존재가 되었는지 정말 많이 돌아봤고... 특히 코튼캔디 멤버들의 약점과 강점들에 나를 대입해보면서 나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이건 내가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 중 일부일 뿐...


위기가 생겼을 때 제나가 그걸 해결하려고 비현실적인 무리수를 계속 두는데, 처음엔 제나야 제발ㅠㅠ 이건 너가 극복하기엔 너무 거대한 문제야, 이제 그만하자... 하다가도 또 그 눈빛, 단호함,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에 어떻게든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결국은 제나의 편에서 응원하게 된다.



코튼캔디 멤버로 출연한 배우들 모두 아이돌 출신이라 그런지 연기 하나하나 몰입도가 너무 좋다. 음방 씬도 진짜 아이돌 무대같고 음악도, 안무도 공들여서 제작하고 연습 열심히 한 거 느껴지고... 뮤지컬 드라마처럼 노래 부르는 장면도 가끔 나오는데, 가사로 심경을 전달할 때 주변부가 페이드 아웃되는 연출도 좋았다. 밖에서 보기엔 흔한 망한 아이돌이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면 다섯 각자가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이고, 주인공으로써 인생을 노래하고, 나는 그들의 유일한 관객이 되어 인생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어서.


보는 내내 참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보는 걸 멈출 수 없었고, 끝까지 이들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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