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로기완을 만났다 (개정판)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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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소설은... 대체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 지 모르겠다

방금 '타인에 대한 연민' 책 제목에 맘에 안 든다고 썼는데 사실 연민은 이 소설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에 대한 다큐를 만들면서 주인공은 연민을 느낀다. 연민은 고통받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안쓰러움, 조금 더 나아가자면 내가 어찌 해 줄 순 없지만 최소한 그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느껴보려는 노력이 존재할 때 쓰여야 하는 단어 아닐까?


너와 내가 타인인 이상 현재의 시간과 느낌을 오해와 오차 없이 나눠 가질 수는 없다는 불변의 진리는 자주 나를 괴롭혔지만 가끔은 위안도 되었다. 나의 한계에 대해서 적어도 나만은 침묵할 자격이 있다는 믿음은 그러나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로기완의 일기를 읽으며 그가 겪었을 아픔과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해보는 여정을 독자로서 따라가는 것, 그의 기록물이 매개체가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알 순 없고 내가 겪은 만큼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박의 경험과 나의 경험이 교차되는 서술.


그리고 이들의 삶은 '누군가 나 때문에 죽거나 죽을 만큼 불행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고작 사는 것' 이라는 문장에서 하나로 만나는데, 이 지점이 정말 정말 좋았다.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이지만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이란 실체를 모르기에 짐작만 할 수 있는, 늘 결핍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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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지막 문장에 덧붙여서
‘타인의 고통이란 실체를 모르기에 짐작만 할 수 있는, 늘 결핍된 대상이다.‘

내가 쓰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렇게 상스럽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슬프지만 얼마 전 ‘당사자아니면아가리여물어법‘ 이라는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이해를 못하겠으면, 공감을 못하겠으면 그냥 입을 다물어. 타인의 고통은 어차피 짐작밖에 못 하는 거 나도 아니까! 당사자들이 차별 느낀다고 하면 아 그렇구나 문제가 있나보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라 좀. 그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