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를 쓰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한번 써 보려고 했는데, 누가 보면 또라이같겠지만 대체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어서 못 쓰겠다. 한편으로는 이래서 내 정신건강이 이 꼴이구나... 싶기도 하다.
그냥 '나에게 일어난 좋은 일 쓰기' 라는 이름이었으면 그냥 썼을텐데. 감사라는 건 고마워해야 할 대상이 필요한 일인데 그게 누구인지 도통 모르겠다.... 다들 그냥 쓰는 거겠지 나만 이상한 거겠지ㅋㅋㅋㅋ
납득할 수 있는 게 몇 개 있긴 했다. 오늘 몸 컨디션이 평소보다 괜찮다는 것. 이것은 감사할 일이다! 구내염도 없고, 두통도 없고, 부정적인 생각도 평소보다 덜한 그런 날. 이것은 작동 기제를 전혀 모르겠는 내 몸뚱아리에게 고마운 일이다. 평소랑 똑같이 먹고 잤는데 왜 그런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그래도 평소보다 멀쩡해줘서 고마워!
나는 정말 징하게도 먼저 연락을 안 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아무 용건 없이 먼저 연락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내 생각이 났다며 좋은 정보든 기프티콘이든 보내주는 사람들. 이것 또한 감사할 일이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 이승부적응자가 어찌저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들... 너무 고맙지....!!!
아주 예전, 데뷔도 안 한 시절 블로그에 올라오는 그의 작품에 공감하며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을 느끼던 웹툰 작가가 계속 그림 그려서 돈 벌고 살고있다는 소식을 최근 알게 되었다는 것. (팬도 이제 많음. 인스타 팔로워 만단위ㅋㅋㅋ 대박) 덕분에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지는구나... 를 깨닫게 된 것. 이것은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그 작가에게 감사할 일이지.
근데 다른 건 잘 모르겠다. 오늘 날씨가 좋은 것에 대해 감사..? 그냥 자연현상인데 누구한테 감사를 해야 할지. 오늘 버스를 제때 탄 것에 대해 감사? 그냥 내가 나간 시간과 버스가 도착한 시간이 일치한 것은 우연인데 신이든 우주든 이런 한가한 일에 에너지를 쓸 것 같진 않은데...
쓰고나니 진짜 또라이같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