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 공동 통화가 어떻게 유럽의 미래를 위협하는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박형준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조셉 스티글리츠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 석학이면서 동시에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숱한 부작용에 대한 깊은 불신과 이를 해소하는 방안을 거침없이 내놓은 경제학자로 유명하다. 특히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재직시 우리나라 등 아시아 외환 위기에 대한 IMF의 재정긴축 정책 요구와 고금리 기조를 비판하면서 빈부격차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다가 물러난 점을 보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정책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조셉 스티글리츠보다 더 잘 아는 전문가는 없을 정도다.

 

<유로>는 유럽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기 위한 상징적 수단인 단일통화 사용이 유럽 여러 국가들(유로에 가입한 19개국을 통틀어 유로존이라 표현한다)에게 어떤 불행을 야기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를 분석하는 조셉 스티글리츠의 책이다.

저자는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촉발된 미국 경제위기가 곧이어 유럽대륙으로 건너가 PIGS(포루투칼,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등 남유럽 국가를 지칭)위기로 치달은 데는 바로 단일 통화를 유지한 유로체제의 비극 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유로의 통합 취지는 이해가 간다. 하나의 대륙에 다양하면서도 강한 국력의 국가들이 공존하기에는 너무 좁고 또 경쟁이 치열했으며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들여다 볼 때 구원(舊怨)으로 얽히고 섥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하나의 유럽을 표방하며 통합을 외쳤고 그 대의는 이해가 갔으나 하나의 통화를 실현하려는 것은 마치 동상이몽과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요지이다. 유로존 내에서도 경제력의 차이가 있던 국가들간의 이합집산은 하나의 유럽으로 미국과 어깨를 견주겠다고 공언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촉발된 위기에 가장 큰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채 성급하게 통화만 단일화 함으로서 태생적으로 유로는 위기를 안고 출발했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위기에 노출되어보니 그 충격파가 어마어마했으며 위기 탈출의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망스럽게도 유로존의 해체가 답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유로가 고집하고 있는 단일통화의 고정환율과 단일 이자율에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경제에 이상징후가 보이면 정부에서 구사하는 금리 인하나, 수출 장려를 위한 환율 조정을 애시당초 유로국가들은 할 수 없도록 고정화 시키다 보니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근본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장치가 제거된 채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근거자료를 통한 통렬한 비판은 남유럽 경제위기 당시 예를들어 그리스처럼 방만한 복지 혜택이 경제위기의 근원이었으며 오히려 신자유주의 방식을 더 굳건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언론과 지식인들의 주장을 무색케 한다.

 

모든 위기는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IMF위기라는 초유의 비상사태를 겪었음에도 지난 10여년 보수정권의 기득권을 위한 부패하고 무책임한 정책으로 인해 허약해 진 상황이다. 다시 위기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 없으며 이미 2018-2019년 시기에 또 한번의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현 상황을 다시한번 들여다보고 냉철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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