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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종말, 그 너머의 세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미즈노 가즈오 지음, 김정연 옮김 / 테이크원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자본주의는 이미 그 운명을 예정짓고 있을지 모른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잉여이익을 향유해야 생명력을 유지하는 자본주의는 소비의 주체가 없어지면 생산의 주체는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고 이로 인해 고용불안과 실업율의 상승이 또다시 수요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공황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이익을 먹어치워야 하는 운명이며 이게 불가능해지거나 최소한의 이익을 얻지 못하면 결국 붕괴되고야 마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지금은 1%의 저성장과 제로금리로 대변되는 ‘뉴노멀’의 시대이자 뉴노멀을 수용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경제는 자본주의의 중심 동력을 떠받치기에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회생불능의 빈사상태인 환자를 되살리려고 부단히 심장박동기를 환자 가슴에 들이미는 모양새다. 이미 자본주의 이후의 시대를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기에 여전히 산업혁명의 추억에만 함몰되어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기에 앞서 그것을 담아낼 플랫폼(자본주의)이 이미 용도폐기될 운명인데 말이다.
과연 그럴까? <자본주의의 종말, 그 너머의 세계>는 유명한 일본의 석학인 두사람의 세계경제에 대한 시각과 향후 미래에 대한 대담을 담은 책이다. 지금은 중국이 그 자리를 대체했지만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대국의 위치를 일본이 차지했었다. 그 정점의 시기에 경제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으며 일본 경제를 대표하기에 ‘미스터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현역시절 경험했던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일본과 세계 경제의 민낯을 진단하고 향후 가까운 미래의 자본주의의 운명은 어떻게 귀결될지를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한 오랜 연구와 저술활동으로 인정받아온 미즈노 가즈오 교수와 함께 진단하고 있다.
두 저자는 우선 선진국의 국채 이자율이 2% 이하로 떨어지고, 제로 금리를 넘어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발생하는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이 그 수명을 다했음을 방증한다고 진단한다. 특히 근대 유럽, 미국 등 구미에서 시작된 자본주의는 경제사적 분석을 감안할 때 식민지나 상품시장 등 해외에서 수집/착취를 할 수 없는, 프런티어의 성장이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접어들면 이미 생명력을 다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유한한 지구상에서 더이상의 시장 확대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고 이는 끊임없이 자가증식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자본주의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뼈아프지만 퇴보를 수용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시기라는 저자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심각하면서도 지금부터라도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함을 공감하게 한다.
우리의 노년, 그리고 우리 자식세대의 미래를 둘러싼 경제환경의 변화는 어떻게 최종 목적지까지 항해할 수 있을까? 그 의문과 불투명성에 대해 답답하다면 이 책을 하나의 좋은 레퍼런스로 생각해 본다면 좋은 책으로 오래 그 향이 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