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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 - 떠남과 휴休, 그리고 나의 시간
장 루이 시아니 지음, 양영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란 표현이 있다. 달리기를 할 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고통으로 가득하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 임계점을 지난 느낌이 오면서 역설적으로 쾌감을 느끼는 순간... 그래서 마라톤 매니아들은 그 지점의 감정과 신체적 자유를 잊지 못해 오늘도 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정신적인 러너스 하이는 어떤 때이고 어떤 느낌일까? 쉴 틈없이 일만 하는 일상. 마치 내가 사라지면 내가 속한 회사가 무너질 듯 일을 하고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며 윗선의 눈치를 보는게 다지만 그런 숨가쁜 일상이 어느새 임계점을 지나면 나타나지 않을까? 막연한 바램일지 모르나 우리는 그런 순간이 바로 충분한 리프레시, 휴가를 갔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있다. 인간의 존재 이유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위주로 돌아보는 철학은 현실의 팍팍함 속에서 외면 당하기 일쑤다. “먹고 살기 힘든데 삶이 무엇인지 존재에 대한 고민은 무슨 필요가 있냐?”는 반문에 움찔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할 수 있다.
그렇지만 휴가지에서 멀리 위치한 푸르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고 파라솔 밑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면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볼 때, 우리는 객관적 위치에서 스스로의 일상을 돌아보고 좀 더 외연을 넓혀 본인의 삶과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가 더 쉽지 않을까? 결국 머리 아픈(?) 철학은 휴가지에서 나를 좀 더 돌아볼 수 있는 시간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휴가지는 더할 나위 없이 최고로 사색할 수 있는 장소이다.
<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은 사유에 대해 낯설은 현대인들에게 사유의 즐거움과 그 최적의 장소가 휴가지임을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휴가지야 말로 철학을 가까이하고 선입견을 탈피하는데 최적의 장소임을 이 책으로 각인시켜 준다. 그리고 재충전으로 최고의 레시피임을 깨닫게 한다.
일상을 잊기 위해 떠나는 휴가는 그래서 숨막히는 경쟁도, 공포에 떠는 명예퇴직도, 쉽사리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도 잠시 뒤편으로 미뤄둘 수 있는 여유는 우리를 사유로 이끄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저자는 고국 프랑스에서 '해변의 철학자'라고 불리우고 있다. 많은 대중들의 취향을 사로잡고 있으며. 그의 철학은 바닷가가 고향인 탓인지 늘 푸르른 바다와 드문 드문 위치한 섬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여유와 여백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신비한 힘이 있는 그는 그래서 철학을 더욱 삶과 연결짓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잠시 푸르른 하늘과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서 책으로 시선을 옮겨 보자. 길면 긴대로, 짧다면 짧은대로 이 책을 덮고 나서 바라보는 자연의 풍광은 스스로 더 자라난 성찰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휴가지가 가져다 주는 고마움이자 철학하는 즐거움의 충만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