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 -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근혜가 탄핵된 후 치열한 선거운동 끝에 오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특정 후보가 당선 유력한 상황이라는 자막이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뜨고 있다. 그렇다. 우린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던 특정세력을 비호한 못난 대통령을 숭고한 민주주의의 힘으로 몰아내고 다시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할 역사적인 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모든 잘못을 바로잡고 어두운 곳을 밝혀주며 국민 모두를 위하는 민주주의를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과마저 모두를 만족시키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아니, 박근혜라는 지워져야 할 치욕의 과거는 다시 재현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그만큼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말이다.

 

몇일 전 공중파 방송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적이 있다. 미국의 첫 흑인대통령인 그는 역대 그 어떤 대통령 보다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의 표상이라고 느꼈다. 반대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줄 알며 요즘 대선판에서 자주 인용되던, ‘협치가 가능한 정치인이자 실제로 오바마케어를 공화당의 반대속에서도 일일이 설득에 나서 통과시킨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집권 8년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새삼 미국의 민주주의 역량이 대단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 후임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깨달았다. 보수적인 색채를 넘어 수구적 정치색을 띠고 있으며 보호무역주의와 타국에 대한 배려부족, 철저한 자국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은 기업인 시절의 추문과 더해져 미국은 물론 전세계의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서인지 독재와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학자인 티머시 스나이더는 트럼프 당선과 동시에 페이스북에 20세기의 치욕이자 비극인 파시즘과 홀로코스트 를 부각시키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했다. 20여가지의 역사적 교훈을 거론하며 폭정을 막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각인시켜줬다.

 

<폭정>은 페이스북에 올린 20여가지의 글이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히 가치 있다고 판단한 대다수 네티즌들이 책으로 펴내 오랜 동안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자에게 출판을 원했던 게 반영되어 나온 책이다.

 

저자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현 미국민들이 상황이 나빠졌다고 한탄하는데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음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환기시켜준다. 이미 지난 세기의 역사는 '사회 분열과, 민주주의 체제의 붕괴, 가치가 무너진 도덕, 평범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의 손에 총이 들려진 채 죽음의 구덩이 위에 서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줬음을 독자들에게 경고한다.

 

저자는 그러기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선거로 뽑힌 트럼프가 미국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그래서 더 일리가 있다.

품위 유지에 필요한 것은 제도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 제도(선거제도 등)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제도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이상 제도는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고 하나씩 차례로 무너져 내린다고 충고한다. 저자는 결국 모든 권력은 타락할 수 있고, 독재자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시민은 권력을 감시하고, 제도를 수호하며, 각자가 스스로 민주주의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주민들이 정작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특정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여전히 보수를 자칭하는 수구집단에 묻지마 투표를 하는 특정지역 주민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대선후보의 득표율은 20%를 넘어선다. 권력을 감시하고 제도를 수호해야 할 시민이 이렇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장미빛이 아님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때가 가장 위기상황이 큰 시기임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모로 늘 잊지 말아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