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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 - 모든 사랑의 순간마다 함께할 마흔네 가지 사랑 이야기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봄이다. 봄이 오면 늘 봄을 느끼게 하는 내음이 있다. 무얼까 비온 뒤 올라오는 진한 흙내음처럼 봄의 따뜻한 햇볕은 자연스레 눈을 감고 만끽하게 하며 그 순간 내 마음과 뇌리속은 온통 1991년의 봄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엔 한 대학 신입생의 깊이 모를 호기심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데 대한 설레임이 있다. 또한 이성에 대한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는 묘한 흥분까지... 지금도 신승훈의 <미소속에 비친 그대>를 들으면 1991년 3월 어느날 처음 사랑을 알게 해준 그녀가 빼꼼이 동아리방 문을 열고 작고 오밀조밀한 얼굴을 들이밀던 때가 떠오른다. 그리고 또 가슴앓이를 한다.
지금은 그녀가 아닌 평생의 반려자를 맞아 행복하게 살지만 그렇게 사랑은 풋풋하게 다가왔고 지금도 그 풋풋함을 다시 누릴 수 없다는 아쉬움과 비례해 짧지만 반짝반짝 빛나던 시기를 선사받은데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렇게 사랑은 날 한층 더 깊이있게 만들었다.
지금 그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안정된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졸업무렵 IMF구제금융이라는 초유의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취업난을 겪긴 했지만 대학 재학시절만큼은 선배들은 물론 나 역시 취업에 대해 큰 걱정을 안해도 될 정도로 호황기였고 문화적으로도 성숙해지는 시기였었다. 그러다보니 공부 보다 사랑에 더집중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워낙 불경기로 인한 취업난이 극심하다 보니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세대가 출현할 정도로 각박한 세태가 펼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어느새 사랑은 사치가 되어버렸다고 할 정도란다. 3-40대의 사랑은 말초적 자극에 충실한 나머지 일탈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사랑이 변질되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느꼈지만 그럴수록 사랑의 가치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 것도 오래전부터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두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인간 본성의 발현이 다른 것이 아닐까?
<사랑, 어쩌면 그게 전부>는 근원적으로 외롭고 고독한 존재인 사람이 사랑의 존재로 인해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사랑의 존재감을 마흔네가지 이야기를 통해 풀어냄으로서 독자들의 메말라져가는 감성을 일깨운다.
특히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세상이 행복해지려면 결국 개인이 행복해야 하고 한번 뿐인 인생에 있어 마음껏 사랑을 해야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결국 저자가 사랑에 대해 마음을 닫는 현대인들에게 다시 사랑함으로서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하고 마음을 열도록 권유하고 있는데 주력한다. 모든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푸는 처음은 바로 사랑임을 말이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사랑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산이고 밑거름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