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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조조전 1 - 농단의 시대, 흔들리는 낙양성
왕샤오레이 지음, 하진이.홍민경 옮김 / 다연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삼국지의 위상은 아시아에서 엄청나다는 것은 이미 알테지만 유럽, 미국 등에서도 상당한 평가가 있고 매니아층이 있다는 점을 잘 모를 것이다. 중국인 특유의 허풍(기원전후 인구를 감안할 때 백만대군을 휘몰아 짓이겨 들어간다던가 한번 군사를 소집할 때 기본 10만명이 모인다는 것은 아무래도 뻥이다)을 생각해도 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가진 흡인력은 그 어떤 창작물과 비교 불가다.
나 역시 삼국지라면 그야말로 사족을 못쓰는 매니아다. 권모술수와 숱한 지략싸움, 일기토의 무력대결 등 마초성향을 가진 남자들이라면 어찌 삼국지에 빠지지 않겠는가? 매해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삼국지를 펼쳐보며 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저자를 바꿔가며 얼추 40번은 넘게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촉한정통론에 기반을 한 소설이다 보니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자룡을 중심으로 소설이 펼쳐지는데 워낙 입체적인 군상들의 인생을 다룬 책이다 보니 위와 오의 여러 군웅들의 활약이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는데 따른 것이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간웅으로 치부되며 가장 저평가되어 왔던게 사실 조조다. 물론 지금이야 가장 능력있고 삼국지에서 실질적인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평가 받음은 물론 건안칠자로 구분될 정도로 시, 서, 화 등 문학적 소양도 대단한,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인물의 표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기 때문이다. 솔직히 삼국지에서 모든 판도의 결정은 삼국의 형세를 결정한 적벽대전이 아니라 조조와 원소간의 관도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북의 주도권을 놓고 격돌한 이 싸움에서 유주, 병주, 기주라는 거점을 모두 접수한 조조가 이미 대권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물론 후손들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사마의의 후손들에게 나라를 뺏긴게 흠이지만.
이런 측면을 감안할 때 조조를 중심에 두고 삼국지를 풀어가는 소설의 등장은 흥미와 함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삼국지 조조전1>은 조조의 어린 시절부터 환관과 외척의 발호로 어지러운 한나라 황실의 실정이 거듭되던 시기에 어떻게 조조가 세상에 대한 시각을 정립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난세에 뛰어드는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조조에 대해 특히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현존하는 모든 사료를 총망라해서 조조를 그려냈다고 한다. 영웅으로서의 면모와 인간으로서의 이면에 간직한 조조를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된다. 삼국지의 또하나의 새로운 버전으로서 <삼국지 조조전>이 많은 삼국지 매니아들은 물론 삼국지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자 좋은 소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