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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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살아간다. 거울을 본다. 곧 염색을 해야겠지만 점차 버거워 질정도로 흰머리가 늘어난 것이 영 마뜩치가 않다. 퇴근후 터벅터벅 강남역을 지나간다. 주말이 가까워지다보니 젊은 청춘남녀들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부나방처럼 술집들로 들어간다. 부러워야 하나? 20여년전 나도 저 틈바구니 속에서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마치 불멸의 삶을 살 것처럼 찰나의 희열에 합류했었다.

 

불멸의 삶은 행복할까?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시간여행자의 아내>등에서 보면 불의의 사고로 인해 평생 죽지 않는 이의 고통이 어떨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이들은 늙어가고 언젠가 죽는데 본인은 불멸의 청춘 속에서 몇백년을 살아간다면 그것 또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평범한 인간의 고뇌를 상회하는 저주(?)이리라. 생각해보면 불멸이 가져다주는 혜택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유한한 삶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뭔가 성취감을 느낄만한 목표라든가 행동이 나올리도 만무하고....

 

그렇다면 자신이 존재하는 것을 앎과 동시에 언젠가 자신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적 비극이 닥칠 것임을 인지하는 인간은 스스로 연민해야 한다.

불멸이 불가능함을 인식하는 것은 아주 어릴 때 우리의 가족이나 불현 듯 주위 사람의 죽음으로 처음 체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마냥 터부시되고 외면받아야 할 것인가? 죽음이 육체적 움직임의 정지일 뿐 영혼의 활동마저 앗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근원적 물음은 물론 인간은 동물들과 달리 생존에의 집착 못지 않게 각종 문화활동 등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대해 죽음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연구를 한 이들이 있다. <슬픈 불멸주의자>의 저자들은 바로 이러한 문화활동 등의 집착이 바로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 행동의 근원적인 동기임을 지난 30여 년간 500건이 넘는 연구관찰,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세계 심리학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공포 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 TMT)’을 정립했으며 이 책은 그 연구결과에 관한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해 중세나 고대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으며 어떤 대응을 했는지 역사적 사례를 찾아 설명하며 공포 관리 이론의 원리를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불변의 진리 하에서 어떻게 사회 및 타인과의 관계 설정, 유지에 나서게 되는지도 고찰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초월해야 할지 로버트 제이 리프턴은 나름의 방법 5가지를 제시한다. 유전자, 역사, 가치, 소유물을 전하는 행동을 통해 미래와 연결되는 생물사회적 초월 및 영혼에 대한 믿음, 영적 연결을 뜻하는 신학적 초월 등을 제시하고 있으며 예술, 기술, 과학적 창조물을 통해 창조적 초월을 획득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외에 자연적 초월 및 경험적 초월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을지 보여주는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고 또 오랜 동안 눈여겨 봐야할 성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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