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3
마이클 돕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푸른숲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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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는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마가릿 대처 수상의 핵심 참모로 웨스트민스터의 아기 얼굴을 한 청부살인업자라는 섬뜩한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고도의 정치적 음모술수에 능했던 마이클 돕스가 쓴 책이다. 3부작으로 출간된 이 소설은 출간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많은 정치인들로부터 찬사를 들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명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야말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곳이 바로 정계다. 그러다 보니 늘 위기상황이 돌발적으로 나타나고 불안한 상황하에서 최적의 선택을 통해 승부수를 던져야만 하는 고독하면서도 비정한 곳이 바로 정치계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란 뜻도 바로 위기상황이나 불안정한 계획을 지칭한다.

 

프랜시스 어카트는 바로 저자인 마이클 돕스의 소설 속 화신이다. 저자가 영국 정계에서 주름잡을때는 물론 주류에서 밀려나 비참하게 정계를 떠날때의 온갖 우여곡절을 녹여낸 인물이 바로 어카트다.

하우스 오브 카드 1, 2편이 처음 정계에 발을 내디딘 어카트의 승승장구와 총리가 되면서 대영제국의 1인자가 되기 위한 지난한 여정을 보여준다면 3편은 영국 정치사에 기념비적인 인물이 되려는 어카트가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 정적들을 상대로 맞받아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케빈 스페이시가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를 먼저 접하고 이 소설을 접했지만 원작이 드라마보다 낫다느니 하는 의미없는 비교를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씁쓸한 것은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지만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국가를, 내각을, 국민을 움직이려는 어카트의 정치적 수완이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에 회의감이 들게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현실인 것을 우리가 원하는 청렴결백한 정치가는 어찌보면 유토피아에나 존재할지도 모른다. 아니 없을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욕망과 권력에의 카타르시스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은 늘 부나방처럼 권력의 중심부를 하염없이 지향하고 있다. 어카트도 그런 인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독자들이나 현실의 정치가들에게서 정말로 매력있는 캐릭터란 칭찬은 바로 자신들 역시 어카트와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비열한 정치가들의 행태를 두둔해서도 안되고 인정해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서글픈 점은 이처럼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치열한 다툼도 마다않는 이들을 혐오스러워 하기엔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를 주물르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끝없는 실망감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어카트는 그나마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지만 작금의 우리나라 정계의 아둔한 모습은 한심하다는 표현도 아까울 정도다. 매일마다 뉴스에 나오는 VIP의 모습은 그야말로 혐오 그 자체가 되버린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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