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 :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 - 성룡 자서전
성룡.주묵 지음, 허유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홍콩영화 최전성기에 정점에 있었던 영화배우, 아시아를 휩쓸던 그가 헐리우드까지 점령하며 예의 성룡표 액션을 선사할 때 서구 사람들은 열광했을지 몰라도 속일 수 없는 세월 앞에서 점차 무뎌지는 듯 보이는 액션과 늘어나는 주름살을 보며 개인적으로 안타까웠고 좌절감에 속상했던 순간이 이 책을 읽으며 불현듯 떠오른다.

 

성룡!, 재키 찬!. 나와 우리 모두의 영원한 따거!~~ 과도한 칭찬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난 가장 뿌듯한 것들을 선택하라면 그중 단연코 성룡의 최전성기 시절 영화를 직접 봤었고 함께 즐겼음을 첫손에 꼽을 것이다. 그 어떤 CG도 가미하지 않았고, 유혹에 빠질 법한 트릭도 거부한 채 자신의 몸하나만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액션과 아크로바틱한 기예를 보여주며 어두운 상영관을 찾아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 관객들에게 그 이상의 만족감을 선사해줬고 기대에 부응했던 성룡과 그의 영화를 누가 폄하할 수 있겠는가?

 

<성룡, 철들기도 전에 늙었노라>는 성룡의 구술하에 주묵이 그의 일대기를 정리한 자서전이다. 8살 때 처음 연기에 입문해서 50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배우로서의 애환과 성공,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잡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배려, 그가 만났던 여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은 왜 그가 중화권 사람들에게 영원한 따거(大哥)’로 불리우는지 공감하게 한다.

 

이 책은 자연인 성룡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8세때 처음 무예 희극학원에 들어가면서 무술을 연마하고 단역의 무명 배우로 오랜 시간 전전하면서 고생하던 시절의 애환은 물론, 배우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후 어떻게 자신의 영화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이를 통해 성룡표영화가 가진 미덕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성공했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무예를 연마하는데만 치우치다보니 문맹에다가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콤플렉스로 인해 등려군 등 그와 사랑에 빠졌던 여인들에게 했던, 지금 생각하면 참 찌질한(?) 추억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철없던 시절 천문학적 개런티를 흥청망청 쓰던 부끄러웠던 과거도 이젠 그에게는 팬들과 독자에게 털어 놓을 수 있을 만큼 성숙했고 연륜도 쌓게 되었다.

 

괴성을 지르면서 한방에 상대를 무너뜨리는 이소룡과 달리 동네 친한 형같은 착한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며 정의 앞에서는 그 어떤 어려움과 위기도 움츠러들지 않고 맞서는 그의 연기는 이소룡의 영화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소룡이 마치 넘어설 수 없는 아우라와 위엄을 갖춘 쿵푸를 선보였다면 그는 남에게 속아 넘어가기도 하고 숱하게 얻어 터지면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오기를 가진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가장 잘 구현해 냈기에 가능했다.

 

또한 동시기 홍콩느와르의 대표격인 주윤발의 영화가 가진 전형성과는 다른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프로젝트A>를 기점으로 현대를 주요 배경으로 삼으면서 보다 세련되고 스피디한 액션과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그의 영화는 단순히 독특한 사부와 천방지축 제자의 수련을 통한 통쾌한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사제출마> 등 과거 영화가 가진 패턴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며 이는 일본, 한국, 동남아 등으로 그의 영역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게다가 유명한 성룡 영화만의 NG장면은 관객들을 끝까지 자리에서 뜨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음은 물론 왜 성룡 영화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케이블 방송을 통해 우리를 찾아올 때 여전한 웃음과 변함없는 감탄을 자아내는지 원천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치밀한 시나리오와 탄탄한 연기력, 감독의 출중한 연출솜씨가 어우러진 작품들만 작가주의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간이 가진 신체의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현란한 액션과 <용형호제>촬영 당시 사경에 이르기까지 큰 고초를 겪었으면서도 관객에 대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5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무색케 하는 액션을 직접 하던 성룡과 그가 이끄는 액션팀 성가반의 예술적 액션은 말그대로 또다른 작가주의 영화라고 칭하기에 조금도 부끄럽거나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자서전을 쓸 나이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성룡은 오래동안 늙지 않는 불로초를 찾아내서라도 우리 곁에서 늘 젊고 매력넘치며 용솟음치는 활력을 가진채 희열감을 안겨줄 액션영화를 계속 선사했으면 했다. 내 딸들도 열광하고 놀라워하며 여전히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있는 그만의 영화를.... 하지만 그도, 천하의 따거 성룡도 세월을 빗겨 갈 수 없음에 한탄하며 그의 일대기를 책으로 만든 영화를 접한다.

 

앞으로도 종종 케이블 방송에서는 <프로젝트A>, <폴리스스토리 시리즈>, <비룡맹장>, <미라클>등 그의 전성기 시절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들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이젠 그에게 열광하던 10대에서 40대 후반의 배나오고 주름진 얼굴을 가졌지만 그의 영화를 보면서 과거의 추억에 즐거워하고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 느꼈던 행복함을 오래 간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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