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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김태환 지음 / 밥북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1989년 가을 어느 날...해 놓은 공부는 없고 대입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온지라 책상에 앉아 공부에 매진하지만 걱정만이 앞서던 순간 창밖으로 바라 본 가을 하늘의 청량함과 눈앞에 울긋불긋 펼쳐진 단풍으로 그윽한 뒷산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휴가로 처가에서 맞이한 첫날 밤의 바다와 밝디 밝은 별빛... 물아일체가 바로 이것이었을까라고 느끼던 순간은 언젠가 노후를 맞이하면 조용한 곳에서 느림의 미학을 물씬 느끼며 살아가겠노라는 다짐이 첫 발을 내딪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새 40대중반에 접어들었고 곧 그런 날이 현실로 다가오는게 가까워 진다.
최근 귀농 열풍이 예사스럽지 않다. 주위를 둘러봐도 고향으로 낙향하는 경우는 물론 전혀 연고가 없는 시골로 귀농하는 이들의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어려움도 많다 한다. 오랜기간 시골에서 살아 온 토박이 주민들에게 곱지않은 시선과 텃세에 고생하는 이들도 많고 무분별하게 펜션사업에 뛰어들다 보니 진입로를 둘러싸고 이웃간에 소유권 분쟁은 물론 사소하지만 감정싸움까지 예사롭지 않게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귀농은 많은 현대인들의 로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 또한 두 딸아이가 독립하고 직장을 그만두면 미련없이 내려가려고 생각하고 있고 와이프와 어느 정도 의견교환을 나눈 상황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황인지라 겁부터 나기도 한다. 형광등 갈고 벽에 못질 정도 하는 거 외엔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시골생활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나이도 들어 몸도 청춘만 못할텐데 말이다. 걱정이 앞선 상황에서 <귀촌>을 접하게 된 것이 내겐 유용한 시간이 되었다.
<귀촌>은 25년 가까이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생활해 온 전형적인 도시인인 저자가 2013년 말 경북 밀양으로 내려가 시골생활을 시작하면서 겪게 된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을 소설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몇년전 자기계발과 소설을 결합한 형태의 책이 출판가를 휩쓸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귀농에 대한 정보를 소설형식과 결합한 신개념 정보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막연히 가졌던 시골생활의 꿈을 현실서 실현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기는 후회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오기 등을 생동감있게 전달하면서 온갖 어려움 속에서 정착에의 꿈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연과의 합일을 이뤄가고 있다. 그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새삼 용기를 북돋아준다. <귀촌>이 가지는 매력은 결국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깨닫는 과정에서 치뤄야할 수업료가 아닐까? 북적대고 소란스러우며 자신의 민낯을 숨기며 온갖 치장으로 활보하는 도시와 다른 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위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 책은 두고두고 귀농을 준비하려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