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 역사학자 홉스봄이 바라본 재즈의 삶과 죽음
에릭 홉스봄 지음, 황덕호 옮김 / 포노(PHONO)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풍노도의 시기인 십대 시절부터 20대 초까지 헤비메탈과 하드락에 빠져 살던 내게 어느 순간 재즈가 스며들어 왔다. 케니지의 섹서폰 연주에 반했지만 정통 재즈와 스윙, 비밥 등에는 문외한이자 지루하기만 했던 리스너였는데 말이다. 93년 제대 후 어느 가을 누구의 연주인지 모르지만 콘트라베이스의 둥 둥 현을 뜯는 소리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다 어느새 큰 공명이 되어 마음을 앗아가기 시작하면서 갖게된 재즈에 대한 호기심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기던 내게 분명히 한 자리를 차지하며 내게 어필하기 시작했고 재즈는 그렇게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게 만드는 음악이었다.

 

재즈를 즐기고 재즈 연주자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찾으면서 가졌던 재즈에 대한 호기심은 지금까지 식은 줄 모르는 열정을 느끼게 한다. 재즈에 대한 입문서부터 재즈 마스터들의 개인사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들을 봐왔지만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재즈 대가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평가는 물론이요 재즈가 가진 당시 사회역사적 의미와 자리매김에 대한 분석이 담겨져 있다는 데서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문화적 풍요가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 지난 90년대초에 느닷없이 재즈 열풍이 불었지만 독특한 음악장르를 향유한다는 과시욕에 끌려나온 비련의 주인공이 바로 재즈였기에, 그리고 그 열풍은 소위 불기도 전에 바로 사그러들었다고 느낄 정도로 재즈에 대한 이해부족과 허영에 기댄 오버스러움에 시작부터 정착에 실패할 것임을 예상케 했다. 재즈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고 적지만 단단한 팬층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게한 선입견의 근원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한 평론가 황덕호는 민중의 삶의 희노애락이 켜켜이 쌓인 재즈가 오늘날까지 끈질기게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잡아 온 데는 음악적 가치를 인정하고 오랜기간 성원을 아끼지 않아 온 소수의 재즈 팬들의 열정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한다. 분명 재즈를 좋아하면 다소 특이하게 바라보며 대중문화에 대한 허세가 낀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곤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재즈에 익숙해지기까지 지루하고 답답하며 반복적인 리듬으로 여겨지는 편견을 이겨내면 어느 순간 신세계를 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처럼 재즈의 세계에 푹빠진 팬들에 대한 헌사이지만 동시에 재즈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노정하는 암울한 침체기의 도래는 이 책을 쓴 홉스봄과 황덕호씨는 물론이요 재즈를 아끼고 사랑해 온 수많은 리스너들에게 변함없는 성원을 요구한다.

 

자본의 힘 앞에 예술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움츠려드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재즈를 지켜내고 재즈의 영원불멸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시드니 베셰,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빌리 홀리데이 같은 유명 뮤지션들의 삶과 재즈에 대한 열정을 들여다 보면서 재즈 황금기의 영화를 흠뻑 경험하지만 앞으로의 재즈가 우리 삶에 여전히 소중한 분야로 지속하기 위해서 팬들의 역할은 어떡해야 할지 막막해도 한번쯤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재즈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역사학자 홉스봄의 책이라는 부제가 있지만 재즈의 죽음은 제발 없기를 바래본다. 영원불멸의 음악장르로 오래오래 우리와 후손들의 감성을 울려주는 재즈가 되어 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