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지음, 이재영 옮김 / 열림원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야당을 대표하는 한 정치인이 저녁있는 삶이란 구호를 외치며 워커홀릭에 가정을 쉽사리 챙기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가장들에게 퇴근 후 안락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자유를 돌려주자고 주장했었다. 이 구호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함은 물론 구호에 그쳤을지 몰라도 정치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상당히 인정받는 성과를 거뒀었다.

 

대한민국은 노동강도가 비교적 센 편에 속한다. 그래서 늘 과로사도 많고 노동현장에 가혹한 조건에 대한 성토도 많다. 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OECD국가들 중 최고 수준에 속한다는 기사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가장으로서 직장에 나와 오륙도’ ‘사오정이라 불리우는 구조조정에 대한 무서움 속에서도 단 하루라도 더 직장을 다니고 싶어 노력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100세 시대에 56세 정년은 너무 이르다는 지적에 점차적으로 60세 정년으로 되돌아가는 형편이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도 힘들면서 직장을 더 다니고 싶어하는 이유는 비단 경제적 이유가 다일까?

 

이를테면 몇십억짜리 로또를 당첨됐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주변사람들과 얘기해 보자 열이면 열 모두 당첨금으로 빚갚고 집사고 더 여유있으면 시골에 은퇴후 살아갈 집 산 다음에 남는 돈 은행에 고이 모셔놓고 회사는 쭈욱 다닐 것이다라는 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별거 아닐지 몰라도 노동은 그만큼 인간에게는 유전자에 각인된 것과 마찬가지다. 인류가 지구에 나타난 이래 노동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은 국가의 황제나 귀족등 소수에 불과했고 그나마 인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유사이래였다.

 

저녁있는 삶은 결국 노동시간 이후에 벌어지는 퇴근 후 생활을 지칭한다. 삶과 노동은 배치되는 개념일까?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거나 규정해 왔던 노동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노동을 삶의 일부로 편입시킴으로서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시각을 갖도록 설득하는 책이다.

 

저자는 노동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결속시켜주는 핵심가치라고 본다. 자신이 갖는 직업과 업무, 즉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규정하고 관계를 지속시켜 나간다. 그러기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속칭 노동의 종말이 실현되기 보다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자리를 잡아야 한단다.

노동이 가져다 주는 불만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 외에 불행도 우리는 직면하게 되는데 대부분이 바로 실직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할 때 느끼는 우울증이 그것이다. 이처럼 노동은 종말을 맞이하기 보다 성격을 달리하는 형태로 변할 것이다라는 전망이 우세하단다.

 

이렇기에 노동을 삶과 배치되는 개념이기 보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노동에 대한 질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을 통해 말하려는 저자의 요지다. ‘저녁있는 삶을 위해 단순히 노동의 시간을 줄이기 보다는 어떤 노동을 할 것이냐는 질적 변화를 위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좋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에 기본소득이 노동을 하지 않도록 유도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기본소득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할 수 있으며 노동과 소득이 완전히 분리된, 즉 일하지 않고도 소득을 올리는 상황을 경계하는 데서는 마르크스가 주장했듯이 노동자들에게 노동한 만큼의 소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 등 불로소득을 통해 이윤을축적하는 이들이 늘어남으로서 야기되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론과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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