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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 집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마음은 왜 다른가
박원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부동산 불패신화’가 저물고 있다. 청천벽력의 상황이 벌어져도 아파트 등 부동산 시세는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보유자들의 심리는 거주의 개념 보다는 차익거래를 통한 재테크에 기반한 의식구조에 있으며 실제로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다소간 조정기는 있었을 지라도 늘 명제에 충실한 상승곡선을 보여왔었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거래실종은 물론 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것이란 실수요자들의 심리는 언론과 부동산 전문가, 건설업자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상황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의 심리는 어떨까?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는 그동안 아파트 등 보유 부동산에 대해 거주의 개념보다 투기,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 온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심리적 상태와 이를 토대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이다.
부동산 투자를 대표하는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전월세 살이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던 도시 서민들의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가족과 자신 등 따스하게 누울 수 있는 방한켠 마련하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경제발전이 고도화되면서 소득수준도 올라감에 따라 보유보다는 차익실현을 위한 투자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 이러한 욕망은 지역이기주의와 천민자본주의에 편승하면서 집값 하락운운하며 소득이 비교적 낮은 임대아파트 주민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른 시세변화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고가의 아파트가격을 유지하도록 담합도 서슴치 않는다. 자신들의 아파트 가격을 올려줄 것이라는 맹신하에 정치적인 스탠스나 지역구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정치인들을 마구잡이로 뽑아주는 행태는 천민자본주의라 불러도 아까울 정도다.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부동산 심리는 책 한권을 낼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러한 가격지향적인 삶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하우스푸어’의 발생은 이러한 부동산 불패신화에 따른 묻지마 투자의 폐해고 이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기자 본인 짊어져야 할 고난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명제를 진지하게 인식하지 못한 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이나 친지들의 모습이다.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는 반대로 투자자들의 패닉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이를테면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폭락의 사례를 들며 한국 경제도 곧 부동산폭락과 함께 잃어버린 10년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 심리적 편향에서 벗어날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돌이켜 보면 부동산 폭락은 이성적인 판단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을 통해 부동산시장에 개입되는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한다면 ‘상식’에 기반한 판단능력이 생기고 그 판단능력에 따르면 일본과 같은 사례를 따라 할 것이라는 예측은 자연스레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처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발생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 책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모습을 오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해석해 낸다. 아파트 광고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언론의 부동산시장에 대해 편향적인 기사나 시세상승을 꿈꾸며 주관적인 시각이 담긴 경제전문가들의 부동산시장 전망, 정부 정책에 담긴 행간의 의미등도 소개하면서 좀더 입체적인 시각에서 부동산시장을 바라보고 개입하는 인간의 심리를 엿보도록 주문한다.
무주택자로서 가장 관심이 가는 전월세 시장에 대해서 저자는 월세시대의 도래는 곧 무주택 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저축이 불가능해지고 길바닥에 돈을 뿌리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세금을 모아 삶의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전세)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앗아가 버리는 결과이기 때문이란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줄고 있는 중산층이 더욱 얕아지고 계층간 양극화, 사회불안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전문적인 용어와 분석을 가하지 않고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에도 충분한 눈높이에 맞춘 이 책은 보편적인 시각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의 행태나 수요자들의 심리상황을 폭넓은 지식과 사례를 바탕으로 충분히 이해시켜준다.
불나방처럼 부를 꿈꾸는 대한민국 재테크족의 일그러진 표상인 부동산 시장에서의 현주소와 심리상태를 이처럼 잘 풀어낸 책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