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아한 거짓말의 세계 - 광고의 눈으로 세상 읽기
한화철 지음 / 문이당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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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매력 중에 하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치 못했던 책들에서 의외의 흡인력과 몰입감을 선사받고 더 많은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되는 남다른 감동에 있다. 바쁜 일상에서 특히 제목과 목차만으로 독서여부를 결정짓는 내게 이를 뛰어넘는 텍스트를 접하면서 느끼는 저자의 내공과 공감대를 조성하는 감성은 흔히 주목받지 않았던 책을 올해의 발견으로 선정할 만큼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한다.

 

<아주 우아한 거짓말의 세계>가 바로 그러한 책 중에 하나에 속한다. ‘광고의 눈으로 세상읽기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사회학자를 꿈꿨던 저자가 IMF광풍으로 본의 아니게 광고계로 투신하면서 지금까지 업으로 삼고 있는 광고의 세계를 사회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감성을 얼개로 들여다 본다.

 

광고를 주제로 한 책들은 대게 자신들이 만든 한편의 광고가 소비자인 국민들에 끼쳤던 영향력이나 유행의 선도, 엄청난 상품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소개하면서 결국 잘 빠진 광고의 승리라는 자화자찬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광고의 우수성이나 광고의 필요성을 역설하지도 광고가 가진 영향력을 크게 과장하여 독자들의 눈을 흐리지도 않는다. 나르시즘에 빠진 광고쟁이의 모습이었다면 과감하게 중간에 책읽기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소비를 권유하는 사회, 자본주의 체제에서 광고는 자본의 논리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소비자인 인간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전위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러한 시각에는 크게 달라진 바 없다. 광고보다는 언론기사를 통한 홍보효과가 더 공중에 신뢰감을 주고 투입대비 효용면에서 탁월하다고 생각하기에 언론홍보를 회사에서도 맡고 있지만 <아주 우아한 거짓말의 세계>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그동안 가졌던 광고에 대한 편협한 시선을 거둘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전반을 광고에 대한 무용담으로 할애하지 않으면서도 광고에 자신이 전공했던 사회학을 하나의 가치판단 기준으로서 메스를 들이댐으로서 광고가 가지는 현대소비사회에서의 의미와 광고계에 투신하면서 가진 직업정신을 자연스레 풀어낸다. 특히 독자로서 광고에 대해 가장 불편하게 봤던 시각들,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현재 일상을 불만족스럽게 느끼도록 유도하면서 소비를 부추키고 하나의 동일한 객체에 쓸데없는 가치를 부여하므로서 명품이라는 허황된 욕망을 낳는데 기여하는 폭력적 메커니즘은 바로 광고가 구현하는 또는 유도하는 현실이 자본의 이해관계와 탐욕에 의해 재구성되는 현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분을 전체로 치환해서 보여주고 자본의 편에서 대중을 때로는 우롱에 가깝게 현혹시키는 광고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저자는 광고인의 역할이 중요함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목적으로서 광고가 아니라 수단으로서 광고가 가진 기능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자본주의 사회라는 이유로 반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적 자본주의의 민낯까지 광고가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저자는 명확하게 선언한다.

그의 감동적이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고백에 뭉클함 마저 느끼며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사회공공성을 지키는 절대 선으로서의 광고인의 역할을 저자는 그 누구보다도 주목하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의 세계는 인간다움을 위한 자본주의로 귀환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책 후반부에는 자신이 맡았던 광고의 제작에 대한 얘기들을 풀어 놓으면서 광고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균형감각을 두루 갖춘 그의 또 하나의 저서를 기다려 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으며 오랜 동안 이 책이 가진 진정성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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