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을 만나는 직업은 어떨까? 보험설계사나 영업맨들처럼 고객을 상대하는 이들은 늘 스트레스를 호소할지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 받는 무게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 생각해보자 사람과의 만남을 하나의 소재로 삼는 직업들, 예를 들어 소설가라던가 방송제작자들은 다양한 삶의 흔적들과 접하면서 자신의 삶도 한결 더 성숙한 나이테가 되지 않을까?

 

<마술 라디오>는 라디오 방송국 피디인 저자가 만났던 다양한 이들의 삶을 들으면서 가졌던,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았던 이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마술과 같은 힘에 이끌려 쓴 책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익숙해져 오직 벌고 쓰는데만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삶이란 소득과 지출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진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20년동안 시사 다큐멘터리, 라디오 PD로 일한 저자가 여러 이유로 편집돼 방송되지 않은 이야기, 방송 후에 새로 알게 된 이야기,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 기억을 지배하 이야기 등을 모아 이 책을 펴냈다. 흔히 볼 것 같은데 막상, 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우리의 마음도 따뜻해 진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 때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과 후손들을 취재하다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와 선배 피디의 가슴아픈 가정사는 먹먹함을, 사랑이 끝난 걸 뒤늦게 깨닫고 아픔을 잊기 위해 떠났던 여행지에서 만난 음식으로 인해 음식점을 가게 되는 새로운 길을 가게 된 한 남자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가슴 아픈 사랑을 되찾으러 떠나는 길이 가고 싶지 않은 길임을 알게 된 한 남자가 결국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뱉는 과거는 꼭 현실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가슴속에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삶. 라디오방송처럼 다수의 청취자들을 갖지 못했지만 피디인 저자의 취재를 통해 가슴속 라디오는 우리가 흔히 한 대정도 갖고 있는, 책이라는 라디오가 되고 청취자라는 독자들에게 공유된다. 음악과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라디오는 어느 순간 책으로 찾아오고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질퍽함과 아이러니, 아련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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