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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의 바보들 - 위기를 조장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위험한 선택
안근모 지음 / 어바웃어북 / 2014년 4월
평점 :
세계 경제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의 전례없는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동산 부문에서 다소 회복세를 보인다고는 하나 비슷한 사례였던 ‘잃어버린 10년’의 일본과 비교했을때도 회복세가 더디기만해서 미국 경제를 책임지는 연방준비위원회와 행정부를 당혹스럽게 한다.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해야 할까? 아니면 통화공급을 통한 경기부양의 조절을 위한 테이퍼링을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태. 시중에 통화공급을 하다보니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서 반대되는 정책을 시행하면 오히려 경기침체와 실업상태가 야기된다. 양쪽을 오가는 우왕좌왕을 세계적인 석학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밀튼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라는 촌철살인의 표현을 했다 한다. 더운물(인플레이션)을 틀자 너무 뜨거워 깜짝 놀라서 찬물(경기침체)을 트니 너무 차가워서 다시 더운 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리게 되고 결국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샤워를 못한다는 바보를 지칭하는 말이다.
<샤워실의 바보들>은 이처럼 지난 2008년 이후 심화되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의 경제위기와 이를 대처하기 위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좌충우돌을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상업은행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동조화가 이뤄진 글로벌 경제로 전이되면서 유럽 및 일본의 경제위기는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새로운 실험(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에 내몰리게 하였다. 미국은 ‘헬리콥터 벤’이라 불리우는 벤버냉키 의장의 무차별적인 통화공급(양적완화) 정책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게 하고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막대한 엔화발행으로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 및 주변 국가들마저 화폐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극약처방은 반짝 호전만을 이끌어 냈을 뿐 더는 약발이 받지 않아 정부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실물부문에 흘러들어 투자 및 고용증대를 통해 총수요의 증가를 꾀했지만 양적완화의 효과는 애꿎게 금융부문의 빚을 갚는데 쓰이고 있으며 회복세가 더디기만 해 미 연준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으며 일본도 마찬가지로 고민 속에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중앙은행의 실기(失機)를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물론 당시 비이성적인 부동산 투기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제대로 시장을 들여다 본 경제학자들의 거품 주장을 무시한 결과였다. 그런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공급 확대는 저금리정책의 바탕이 되었고 이러한 조치는 지금도 비교적 적절했다는 평이 대부분인데 마치 모든 조치가 ‘샤워실의 바보’였다는 식의 늬앙스는 좀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론인 출신의 저자가 좀 더 많은 피드백을 통해 보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쉬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각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한 권의 책으로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 마지막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양적완화에 대한 연설문은 양적완화를 주도한 당위성과 부작용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 나갈지 명확한 방향제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