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 도시들 경쟁하다 - 수직에서 수평으로, 랜드마크의 탄생과 진화
송하엽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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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국 프로야구(MLB)의 개막전은 오늘 호주에서 개최되었다. 류현진 투수가 속한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디백스간 개막전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팀과 2위팀간의 리턴매치라는 관심과 내일 류현진의 출격이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인상깊은 또하나의 장면은 익히 알려진 호주의 유명도시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이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조명을 받은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으며 랜드마크로서 그 입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어느 샌가 자주 사용하게 된 단어인 랜드마크는 멀리서도 보이는 땅 위에 세워진 대상(이정표)이라는 뜻이란다. <랜드마크 ; 도시들 경쟁하다>는 이처럼 국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발돋움하고 도시의 상징물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랜드마크가 과거에는 높이가 주는 위압감과 엄청난 스케일로 보는 이들에게 종교적 복종에 가까운 경외감을 불러 일으켰다면 현재는 점차 높이와 스케일의 틈바구니 속에서 여백의 공간을 선택하면서 시민을 위한 존재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음을 다양한 랜드마크를 소개하면서 이해를 시킨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에펠탑이 실제로는 당시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환영 받지 못한 구조물이었으나 1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인 독일의 송수신시스템을 방해하여 승리를 가져 오면서 환영받기 시작하다가 엄청난 관광흑자를 거둬 들이면서 이제는 파리의 개선문과 함께 가장 인상깊은 랜드마크가 되었으며 영화 혹성탈출에서 미지의 혹성에 불시착한 것으로 알고 있던 주인공이 원숭이들이 세운 나라에서 온갖 고초 끝에 탈출하게 되어 안도하였으나 해변가에 나뒹굴어진 자유의 여신상 얼굴과 횃불을 보며 좌절하는 모습은 자유의 여신상이 가지는 랜드마크로서의 절대성이 영화관객들에게 동일한 강도만큼의 충격을 전달하는 기제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굶주림과 농노제도 하에서 희망이 없었던 유럽의 하층민들이 과감히 선택한 미국으로의 이주에서 처음 도달한 미지에 세계에서 그들을 환영하는 웅장한 자유의 여신상이 주는 경외감은 기회의 나라 아메리카 드림이 손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리라.

 

또한 이목을 끄는 건물을 건설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새로운 명물을 만드는 전략의 시초 격인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를 두고 빌바오 효과라 한다)은 전 세계 구겐하임 재단의 미술관 등을 관통하는 독특한 외관과 예술적 이미지로 이들을 품은 도시의 품격을 가치있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랜드마크의 전형은 비단 미국과 유럽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미국과 더불어 당당히 G2의 반열에 오른 중국의 경제성장의 상징은 상하이의 야경을 휘어잡는 동서양의 건축문화의 결합이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도입으로 인한 급격한 서구화와는 반대의 이야기가 있다 한다. 청제국 말 아편전쟁 등의 패배로 서구열강의 침략에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던 당시 중국은 새로운 건축 역시 서구의 건축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과거의 건축양식속에 새로운 건축물은 중국의 정신과 문화유산을 투영시킨 건축물을 짓고 있다 한다. 1925년에 지어 졌으나 이제는 새로운 상업 및 생활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대표 건물로 자리잡은 신톈지와 두 개의 붉은 진주 구슬이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인상적인 동방명주와 진마오 타워 등은 현대에 세워진 중국의 정신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랜드마크가 이처럼 도시와 국가의 영화를 기약하지만은 않았다. 미국 뉴욕의 세계국제무역센터(월드트레이드센터)는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과 팍스아메리카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였으나 바로 그런 상징성 때문에 테러의 희생물이 되었고 이제는 새로운 월드트레이드센터의 건축을 기약하고 있다 한다.

 

건축물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건축사를 맛갈나게 구성해 내는 저자의 도시와 랜드마크 소개는 시각적 즐거움은 물론 랜드마크와 도시가 갖는 역사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을 안겨준다. 특히 얼마전 개장한 동대문디자인공원(DDP)가 가지는 주변 건축물과의 부조화나 기존의 랜드마크와는 전혀 다른, 그래서 심지어는 불시착하나 UFO라는 혹평까지 받는 이 건축물이 랜드마크로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불확정적인 미래를 야기하는 새로운 기대를 품는 역할로서 순기능을 서울시와 각계각층의 노력을 주문하기도 한다.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화려하게 탈바꿈한 에펠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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