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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카우이 하트 헤밍스 지음, 윤미나 옮김 / 책세상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불륜을 저지른다면? 정말 끔찍하리만치 잔인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않을 거라 믿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심심치 않게 그런 일이 목격된다. 때론 내 자신에게 벌어지기도 하고...
하와이. 전 세계인 누구도 꿈과 낭만, 아름다움의 나날을 만끽하는 그곳을 선망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맷 킹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게다가 보트 사고로 뇌사상태인 아내와 사춘기를 맞이하는 스코티, 아내이자 엄마인 조애니와 갈등이 깊어져 기숙사 학교로 떠난 알렉스 두 딸이 있는 한 가장...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내의 의문의 쪽지를 발견한 이후로 불륜을 저지르지 않을까 의심한다.
<디센던트>는 유능한 변호사이면서 동시에 하와이에서 가장 많은 땅의 소유자인 매력적인 주인공 맷 킹이 뇌사상태의 아내를 보내기까지 철부지 반항기 있는 두 딸과 함께 아내의 불륜 상대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아내를 보내기로 결심한 이상, 그녀와 인연이 있었던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려 결심했고 그 결심에는 불륜남 브라이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디센던트>는 소재 자체가 가진 자극적이고 자칫 막장으로 흐를 수 있는 줄거리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단순하고 쾌락에 약한 아내와 달리 주인공 맷 킹은 늘 그녀를 품을 넓은 가슴을 가졌으며 철부지 작은 딸과 ‘찌질이’ 남자친구 시드가 있으며 마리화나를 피우는 큰 딸 알렉스에 대해 어떻게 좋은 아빠가 될지 고민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아내의 보트사고와 뇌사가 가족애를 되찾아가는 여정을 제공한다. 지루한 면도 있다. 번역상에 아쉬움도 있는 책이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지만) 불륜남 브라이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아내를 떠나보내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두 딸과 차츰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덧난 상처가 훌륭히 아물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아내와 두 딸을 가진 아빠는 내 처지와 동일하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나 스스로를 이 상황에 대입시켜 보았다. ‘나라면 맷 킹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달려가서 그 놈을 요절(?)내 버릴지는 모른다. 워낙 소심하니까.
하지만 아내를 떠나 보내기 위한 의례는 아내로 인해 상처받은 가족의 성장통을 아내이자 엄마와의 사별을 통해 극복해 내는 가슴 아린 여정이 되었다. 비록 우연의 결과일지 몰라도 뇌사상태의 아내와 불륜남을 만나게 해주자는 감성적 과잉이 가족의 상처를 봉합해 주는 새 살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 화해와 아름다운 이별이 소설의 막판까지 별다른 갈등이나 절정이 없는 무료함을 마지막에 훌륭하게 메꿔주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작은 카누를 타는 세부녀의 모습은 되찾은 가족애의 훈훈함으로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