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아가리 - 홍세화, 김민웅 시사정치쾌담집 울도 담도 없는 세상 2
홍세화.김민웅 지음 / 일상이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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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참담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창조경제, 국민행복이라는 구호를 운운하며 집권한 수구정권은 애시당초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를 감안해도 너무나도 뻔뻔스럽게 대선과정에서의 부정과 정부 권력기관의 선거 관여에 대해 부인과 침묵으로 일관한다. 지긋지긋했던 MB정권을 넘어 또 다른 거대한 벽에 막힌 대한민국.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를 모른다. 아니 애써 외면한다. 왜냐고? 내가 지지하는 대통령이 지금의 통치자이기 때문에... 그를 왜 지지했냐고? 다른 거 없다. 그저 야당이 싫고 적어도 독재자가 통치하던 개발시대에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줬기 때문에 막연히 독재자의 딸인 지금의 대통령도 우리를 도탄에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가난하면, 서민이면 지금의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 원인을 찾아내고 변화를 원해야 하건만 권리위에 잠자는 비겁한 자처럼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모두 종북으로 몰아 붙인다. 도대체 우리의 권리가 뭔지를 아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21세기 대한민국의 초상. 답답한 마음을 풀 데 없어 펴든 책은 <열려라 아가리>.

 

이 책은 민주화 운동으로 수배되어 머나 먼 이국 프랑스로 도피하여 택시운전사로 파리에 정착한 적 있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와 언론인, 국제문제전문가 출신의 김민웅씨 간의 대한민국의 초라한 자화상에 대한 대담집이다.

 

이 대담집을 통해 깨닫게 된 결론은 우리나라의 압축성장과 흡사한 민주주의 정치사의 급속하면서도 설익은 적용에서 야기되는 부작용이다. 전근대적인 농노사회에서 미처 개방과 개혁을 통한 근대화에 도달하기도 전에 밀어닥친 일제 강점기와 해방후 친일세력 척결의 실패는 새로운 정통성 위에 도덕적 윤리적으로 청렴한 지배세력의 형성은커녕 반민족적이고 매판적인 친일파 후손들의 득세를 조장하고 말았다. 이러한 세력들이 매판자본가들과 손을 잡고 형성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표리부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대담을 통해 친일세력에 근원을 두고 있는 집권여당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물론 대척점선상에 있어야 할 진보세력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통진당 사태의 핵심인 주사파들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결국 표심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박근혜 정부 이후의 대한민국 정치지형에 대한 구상조차 하지 못하는 근시안적이고 권력에 대한 욕심만큼은 수구세력 못지 않은 통진당내 패권주의자들을 일소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북의 위협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집권여당의 행태도 괘씸하지만 빌미를 제공하는 패권주의자들의 이전투구는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종북으로 몰리는 정치적 부담 속에서도 절차와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기득권의 악행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주문하고 그러기에 성찰과 대안제시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육마저도 기득권세력에게 충실하게 복종하도록 시스템화 되어진 사회. 책을 읽고 사유하고 토론하는 지적활동을 통해 깨어있는 국민보다는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 현재의 프레임하에서 자연스레 적응하게 만드는 데 대해 개탄하는 그들의 대한민국은 매트릭스 그 자체다. 네오는 초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가 네오여야 함을 <열려라 아가리>는 깨닫게 해준다. 언론과 공중파의 지나친 용비어천가로 오히려 종편방송의 새로운 뉴스방송이 희망으로 떠오르는 아이러니한 시대.

 

비록 민주주의 역시 주입식으로 이 땅에 이식되어졌지만, 만용으로 인해 이뤄냈다고 자부했던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고 있지만 침묵한 아가리를 열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해 나선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내고 그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노력을 근원적으로 한다면 암울한 세상을 후손들에게 반복되진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을 떨치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은 바로 정치에 대한 관심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수구세력의 행태에 대한 감시가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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