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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삼국지 기행 - 두 발로 떠나는 대장정 3개월간의 탐사 취재
아주뉴스코퍼레이션 글 사진 / 형설라이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삼국지는 아시아의 인기를 넘어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의 베스트셀러이자 연구대상으로까지 대접받는 명작에 반열에 올라 있다. 초등 5학년시절, 작은 누님의 방학숙제로 인해 우리 집에 들어 온 삼국지를 처음 접한 이래, 지난 32년간 <삼국지>는 늘 추운 겨울 따뜻한 방 아랫목에서 내 곁을 함께 해 왔다. 10번을 읽을 즈음엔 유비와 제갈량의 촉한이 삼국통일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생명을 다한 후 삼국통일까지는 읽지 않는 일이 빈번했으며(실제로 제갈량 사후의 삼국지는 대부분 간략하게 사건위주로 묘사하고 서둘러 끝내 버린다) 20번 읽을 때까지는 진정한 위너는 조조였구나 하는 생각에 조조에 대해 더욱 관심있게 읽었지만... 이제는 온갖 인간군상이 빚어내는 충의와 음모, 배신 등 현재의 우리들 모습과 다름없는 정치학으로서, 리더로서의 덕목을 갖춘 인간 그 자체를 들여다 보게 되는 인간학으로서 받아들여지게 된다.
내 소원은 독특했다. 딱 두가지...은퇴하면 엘지트윈스의 모든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것이 그 하나이며 또 하나는 둘레 길을 걷듯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중국내 각 지역을 찬찬히 둘러보며 그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며 비록 시공간의 격차 속에서도 어린 나와 사춘기 시절의 나, 이젠 중년이 되어버린 나를 울컥하게 하고 흥분하게 하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토해내게 했던 짙은 여운의 본질을 찾아 보는 것이었다. 그 소원은 일부 이뤄졌다. 지난 2007년 국제회의 참가 업무차 출장을 쓰촨성 청뚜(사천성 성도-촉의 수도)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느꼈던 기쁨은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무후사와 유비의 릉을 보면서 내 자신이 바로 지금 1800여년전 삼국지의 무대 바로 그 한가운데 있음을 말이다. 일주일 동안의 출장을 뒤로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지금까지 살아 온 내게 또 하나의 책이 내 마음을 격동시킨다.
<걸어서 삼국지 기행-두 발로 떠나는 대장정, 3개월간의 탐사 취재>은 아주경제신문 취재팀이 중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삼국지의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텍스트 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들을 현장의 모습과 함께 되돌아 보는 소중한 방문기이다. 유비, 관우, 장비의 삼형제가 도원결의를 하며 시작하는 삼국지에 맞춰 첫 발을 허베이(河北, 하북)에서 시작해서 관우의 복수를 위해 군사를 일으켰지만 또 다른 아우 장비마저 잃고 촉의 국운마져 쇠망케 하는 이릉 전투의 패배, 그리고 백제성에서 제갈량에게 아둔한 아들 유선을 맡기며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는 유비의 모습을 담은 충칭을 마지막으로 산시, 쓰촨, 안후이, 후베이, 허난, 산시(陝西, 섬서)의 각 유적지를 발로 뛰며 직접 삼국지의 현장을 찾아보지 못하는 매니아들의 아쉬움을 달래 준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삼국지의 세국가는 뚜렷한 국력차로 인해 분열은 곧 끝내질 운명이었다. 당시 한의 13주중 9개주를 위가 차지했고 2개주를 오나라가, 단 1개주(익주)만을 촉이 차지했단 점에서 비옥한 중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위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풍부한 곡물과 인적자원을 보유한 위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한 촉은 대업에 완성을 이루기 위한 첫 발자취에서 이성보다 아우의 복수라는 감정에 치우친 유비가 오나라에 패배하면서 끝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이 더욱 삼국지를 드라마틱하게 다가오고 현장의 역사유적을 방문하는 이 책이 기획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삼국지의 시작을 알리는 도원결의 뿐만 아니라 상승장군으로 일생동안 불패신화를 썼던 조자룡, 전쟁터에서의 뛰어난 전략가이자 정치적 수완마저 탁월했으며 건안문학의 시조로서 난세에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문학적 성취도를 보여줬던, 완벽남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춘 조조, 그리고 강남의 패자 손권, 일찍 죽지 않았다면 삼국지의 역사를 바꿔버렸을 주유, 삼국지의 실질적 주인공이자 두 번의 출사표를 통해 중국 후대의 위인들의 귀감이 되고 감동을 일으켰던 정치가이자 군략가 올라운드 플레이어 제갈량까지 그들의 체온이 숨쉬고 있으며 손길이 닿았던 현장의 모습을 책 속에 담아 다시금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비교적 잘 보존된 유적을 통해 직접 가보고 싶은 욕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동시에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로 인해 옮겨지거나 도굴꾼들의 먹잇감이 된 현장들을 접하게 되면 안타까움이 짙게 드리워진다. 그런 면에서 사리사욕은 커녕 단 한푼의 물욕도 가지지 않았던 제갈량이 정군산에 묻히길 원하면서 아무런 재물도 넣어 놓지말라고 했던 유언은 후세에 많은 이들이 도굴될 필요가 없는 그의 무덤을 찾아오게 하며 그의 애국심과 유비에 대한 충절을 다시금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어 준다.
언젠가일지 모르지만 두 다리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그날까지, 이 책을 그때 다시 한번 벗삼아 삼국지의 유적들을 돌아보고 유물 속에 깃들여진 1800여년전 당시의 그들의 숨결을 함께 해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소중한 내 개인의 보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