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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걷다 - 박원순의 백두대간 종주기
박원순 지음 / 하루헌 / 2013년 1월
평점 :
무상급식에 대한 포퓰리즘 논쟁은 결국 주민투표로 이어지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몰락과 동시에 새로운 서울시장 박원순의 등장은 몸을 낮추면서 서민들과 함께하려는 행정, 시민들을 위한 행정으로 탈바꿈시키는 그의 열정적이며 과감한 결단력에 많은 시민들이 감동을 받곤 한다.
<희망을 걷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기 전 변호사, 시민운동가, 소셜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해 오던 그가 2011년 7월 11일부터 49일 동안 멀고도 힘든 행군이었던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매일같이 써왔던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말이 백두대간 종주이지 49일동안 오직 산만을 탄다는 것은 오랜 세월 산을 사랑하고 살아 온 사람이 아닌 이상 엄청난 도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 역시 먼저 저지르는 스타일에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자극을 주기 위해 주위에 시도하려는 바를 분주히 떠버리는(?)스타일인지라 종주를 시작하고 나서 후회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숱한 봉우리와 고개를 오르고 넘으며 여름철 잦은 기후변화로 인해 인간의 몰골이 아닌 쉰내나는 몸을 이끌면서도 종주를 단행하는 일행에 대한 끝없는 애정과 너그러움은 산행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한 추억과 산을 배경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넘치는 정이 더해져 고생을 고생이 아닌 것으로 느끼는 듯 하다.
직접 우리의 산하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며 귀로 듣는 이들의 감동이야 남다르겠지만 텍스트로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똑같은 등산길에서의 반복되는 일과처럼 느껴져 지루함을 느낄수도 있지만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화술에 그런 우려를 조금도 느끼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산을 타면서 가지는 사회에 대한 변화의 의지를 끊임없이 느낄 수 있게한다.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전 운영하던 사회참여를 위한 <희망제작소>에 대한 이야기나 지역 토산품을 중심으로 수익원을 찾는 방법을 함께 고민함으로서 어려워진 지방 소시민들의 경제적 난관을 헤쳐 나가려는 생각은 전혀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결국 이 책은 50대의 성장기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저자는 이 산하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종주를 함께하는 대원들과도 신뢰와 애정의 깊이를 더해가게 되며 더불어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갖는 혼자만의 사색의 계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독자들에게 깨닫게 만든다.
안철수씨와 후보 단일화의 과정에서 주고받았던 이메일이 이 책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점은 서울시장 단일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비단 이러한 것만이 아니라도 이 책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서는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인생의 난관에 봉착한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해 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