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 악기와 편성 당신의 재즈 음반 12장
황덕호 지음 / 포노(PHONO)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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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소수의 매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음악 장르 재즈(JAZZ). 군사정권인 1980년대에 사춘기를 보내면서 국내 가요가 아직 서구 팝음악에 그 자리를 찾지 못하던 시절인지라 록과 헤비메탈에 빠져있던 내게 재즈는 클래식 매니아인 친형과 오디오를 놓고 다투었지만 늘 주도권에 밀리기만 했던지라 피아노, 트럼펫 등의 악기들이 나오는 것이 당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느덧 조용한 카페에서 둥 둥들려오는 콘트라베이스 튕기는 소리와 흑인 특유의 소울 창법이 들어간 노래(후에 알았지만 빌리 할러데이의 노래였었다)에 독특한 매력을 알아갈 무렵 90년대 초반에 불어 닥친 재즈열풍은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 피씨통신을 통해 재즈에 대해 좋아하던 이들과 단편적이나마 주고받던 이야기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국내 재즈열풍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고 재즈는 예의 과거의 위치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재즈에 대한 관심은 나 또한 입문단계 애호가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뮤지션들의 작품에 한정되었거나 좀 더 재즈에 대해 파고들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였다.

 

이처럼 재즈에 대해 관심은 많고 어느 정도 리스너로서 위치를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막연함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이들에게 좋은 책이 출간되었다.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은 쳇 베이커, 빌리 할러데이,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번스 등 재즈에 대해 접해 봤거나 재즈 장르 음악을 들어봤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재즈사에 길이 남을 유명 뮤지션들과 그들의 대표 앨범에 대한 리뷰를 한 권의 책에 담은 비평서이다.

 

재즈라는 음악과 아티스트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재즈를 접하였으면 좋겠다는 저자는 앨범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부터 그 음반을 듣는 포인트를 제시하는 라이너 노트를 지금 유일하게 남겨진 활자 정보로 앨범이 의도하는 바를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함으로서 중시하며 앨범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가장 큰 척도로 여긴다.

 

하지만 라이너 노트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빌리할러데이의 앨범 새턴을 입은 레이디의 경우 라이너 노트는 당시 녹음 내부에 정반대에 숨겨진 은밀한 모습을 감춘데 대해 직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재즈의 매력으로 이 책의 부제인 악기와 편성을 꼽는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을 기본으로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와 주제-변형-주제로 이어지는 편성의 매력은 즉흥성에서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성된 악기 하나하나에 집중할 때 막연히 재즈를 접하면서 느끼는 지루함과 집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해 준다.

 

12명의 뮤지션과 앨범은 재즈사에 길이 남을 마스터피스이다. 저자는 이 앨범들을 미리 듣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훌륭한 비평서로서 부족함이 없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앨범을 접한다면 한결 더 재즈의 본질에 대해 다가가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새로운 재즈 서적의 출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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