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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장자(莊子)를 만나는 기쁨
김태관 지음 / 홍익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의예지신’과 충효를 근간으로 하는 유가와 달리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노장사상은 ‘무위자연’으로 대변되는, 자연의 도, 즉 자연법칙을 이해하고 잡다한 인간적인 일들을 초월하는 평이한 생활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월과 달관할 것을 가르치고 실제 그런 삶을 살아왔던 장자는 자연에 묻혀 유유자적한지라 실제로 알려진 바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양나라 혜제와 제나라 선왕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정도로만 역사에 기록되어 질 뿐 자세한 바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보이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장자의 사상을 전하는 책이다. 자연에서 도를 깨닫고 무위로써 자연과 합일하며, 삶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연을 벗하는 지극히 즐거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어슬렁 어슬렁 거리며 노니는 소요유의 경지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현재에 TV프로그램, 스포츠 경기, 그림, 소설, 서양 고전 등 다양한 사례를 들며 장자의 사상을 전달한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위안은 세상에 어지러움에 대해 ‘놓음’으로서 근심에서 벗어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 갈수록 삶은 팍팍해져가고 삶에 대한 사명과 가치를 잃어버린 채, 다람쥐 챗바퀴 돌 듯 일상을 반복하면서 정신의 몫은 한없이 작아져만 간다. 우매한 민중의 행태에 실망하고 분노하며, 체념도 해보지만 곧 다가올 위기는 결코 의도하지 않았기에 한시도 진중하게 미래를 내다보거나 현실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자족의 시간마저 앗아가 버린다. 이런 위태로움 속에 꺼내든 이 책의 장자는 요즘 출판가의 대표적 코드인 ‘힐링’ 그 자체였다.
자신이 의도했거나 적어도 바랬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 인생과 세상사에 얽매이지 않을 것을 장자는 가르친다. 좀 더 멀리 좀 더 길게 보면 낙담할 것도 좌절할 일도 없으며 일년 뒤 오늘을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지금 현재에서는 좌불안석으로 살아가는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장자는 지금 우리의 인생이 밤이라고 해서 절망할 것은 없다고 다독인다. 곧 따뜻한 낮이 찾아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남루할 지라도 조금 더 가면 화려한 비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에 우리가 끝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1%를 위한 세상이 아니라 99%의 민중을 위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첫걸음을 내딛는데 실패한 요즘, 이젠 더 이상의 희망도 없는 절벽 끝으로 밀려났다는 절망감이 지배하는 마음 속에 하나의 불빛이 되어준 이 책이기에 고맙고 또 고맙다.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끝이 아님을 깨닫게 해줬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장자>는 원래 52편이었지만 곽상이라는 사람이 정리한 33편만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 책은 존재론으로서의 도, 실천으로서의 무위, 가치관으로서의 지락으로 요약될 수 있는 장자의 사상에 근거하여 ‘깨어라(도), 놓아라(무위), 즐겨라(지락)’으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시중에 출간되어 있는 장자 관련 저서들을 접해 보지 못해 감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나와 같이 장자의 사상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이해하기 쉽고 읽는데 수월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