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모 - 희단.관중.이사.소하.진평.제갈량.장거정의 임기응변 계략
이징 지음, 남은숙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기존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은 한 명의 영웅만으로는 결코 될 수가 없다. 물론 유방, 유비, 주원장등 중국의 역대 왕조를 개창한 이들이나 로마를 세우고 발전시킨 카이사르 등 창업주들의 빛나는 공적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들을 도와 뜻을 세우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데 큰 힘이 되어준 소하, 제갈량 등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상모>는 이러한 재상들의 대업에 대한 책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치러왔던 온갖 역경과 이를 이겨낸 결과물은 한 왕조를 창건한 군주의 대업에 못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국 역사상 일인지하의 재상으로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기고 영향력을 끼친 주공(周公) 희단, 관중(管中), 이사(李斯), 소하(蕭何), 진평(陳平), 제갈량(諸葛亮), 장거정(張居正) 7명의 명재상에 대한 이야기다.

 

은을 멸하고 주를 창시했던 무왕이 서거하자 무왕과의 약속을 잠시 어긴채 나이 어린 성종을 대신해 왕의 자리에 올라 주의 체제를 위협했던 이민족과 옛 은나라의 세력들을 모두 척결하여 평화로운 시기를 이끌어 내고 이 후 아무런 조건도 내세우지 않고 왕위를 성종에게 양위한 후 재상의 길로 돌아간 주공 희단의 에피소드는 일국의 운명은 황제에게만 달린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백성의 고단한 삶을 아우르는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가슴을 가진 이들이 위로 황제를 보위하고 아래로 백성들을 잘 영도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볼 때 정권 말기만 되면 대통령의 비리에 못지 않은 대형 비리의 한 가운데 연루되어 볼썽 사나운 말로를 보여주는 현 대한민국 정부의 관료와 정치인, 청와대 비서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씁쓸함을 갖게 한다.

 

특히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나라 만력제 시절 위대한 재상이었으며 천하의 일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고 부패와 비리에 물든 제국을 제 손으로 구해내려는 뜻을 세웠던 장거정의 일화는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겨 준다. 흑과 백의 이분법적 정치와 인간관계 보다는 국가의 개혁과 백성들이 비교적 안락한 삶을 살 수 있다면 흑과 백 중간의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유연한 정치 스타일은 그 당시 선비들에게 추앙받았던 청백리 해서의 행실과 반대되는 부분도 많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단점 보다는 장점이 더 크다면 그리고 그것이 국가를 위해서 유익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면 자신의 정치력으로 주위의 비난을 잠재우고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세울 수 있었던 점에서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그의 정치력으로 척계광과 이성량등 능력 있고 출중한 장군을 등용함으로서 몽고족에게 당했던 경술의 변등 치욕을 씻어낼 수 있었고 이성량이 있는 동안 청나라를 창건했던 누르하치는 결코 명을 넘볼 수 없었던 점에서 그가 대외적으로 명의 위세를 온존하게 유지시키고 내부적으로 일조편법을 도입함으로서 국가의 재정을 비약적으로 늘려 명나라의 창건 초기의 태평성대를 회복시켰다는 점은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만하다.

 

또한 한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운 재상중의 하나였던 소하와 진평에 대한 저자의 평가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의 유방이 초의 항우를 물리친 후 통일 왕조를 세우고 나자 벌였던 공신들에 대한 토사구팽에서도 무사했던 소하의 능력과 식견에 비해 진평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그 어떠한 정치공세도 주저하지 않았던 인물로 묘사한다.

 

이외에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제갈량과,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인 진나라를 세우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이사, 그리고 춘추시대 최고의 재상이며 제갈량이 스스로의 능력을 비교하곤 했던 관중의 재상으로서의 이력도 놓치지 말아야 할 교훈들이다.

 

<상모>에서 열거한 7명의 재상들은 모두 국가의 발전을 위해 애쓴 공통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치 스타일과 장점, 한계는 그들이 가진 개성만큼이나 다른 점이 많다. 이들 중에 어느 하나를 최고의 재상으로 꼽는다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그들이 살아간 시대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그들이 갖고 있었던 가치관 안에서 최대한 발휘하였다는 점에서 어느 하나 소홀하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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