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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평점 :
소설 <미실>로 출판가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저자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과정에서 겪는 감성을 다시 한번 책에 담아 냈다.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후속편인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는 우리의 삶을 누군가 대신 살아줄 수 없듯이 산을 알아가기 위해 올라가는 과정 역시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음을 알며 시작한 등산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함께 산행하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행복과 깨달음을 얻는 39차례, 690km에 이르는 여정이며 이 여정속ㅇ서 저자가 떠올리는 정호승, 도종환 등 국내 시인들의 시를 여운으로 함께 담아낸 책이다.
저자가 포함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6기 팀원들의 구호 ‘까불지 말자’에서 나타나듯 여류 소설가는 사계절 속에서 때론 바위로 둘러싼 산을 타고 때론 거친 비바람과 눈 속에서 땀으로 범벅이 되고 참기 힘든 고통을 겪으며 스스로 ‘까불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 속에 자만심을 경계하고 더 겸손해져야 함을 등산이라는 수행의 과정을 통해 담담히 받아들인다.
특히 함께 산행하는 주위의 모든 이들의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과 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사랑이 담긴 시선 뿐만 아니라 6시간 내지 15시간에 걸친 등산의 힘겨움과 동시에 이를 씻어주는 수려한 자연풍광이 주는 감동은 굳이 백두대간을 종주해야 하는 이유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소파에 누워 리모컨만 만지작 거리는 현대인의 태만한 주말에 익숙한 우리의 얼굴을 부끄럽게 한다.
책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차 힘겨워 했던 종주에서 벗어나 어느새 산을 즐기고 산에 고마워하고 산을 우러르며 느끼는 저자의 내밀해진 성찰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마치 산행을 함께하는 시공간적 제한을 무너뜨리며 공유하는 기쁨을 준다.
저자가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얻은 성찰을 동일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자만하지 않고 또 절망하지도 않으며 체념과 권태가 삶의 적임을 깨닫고 주변의 나를 둘러싼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39차례의 산행을 함께한 것이나 진배 없음을 느낄수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자아내고 지어낸 숱한 물음으로 번잡했던 초반의 산행이 산에게 삶을 묻고 삶에게 산을 묻기에 수다스럽고 경망스러웠다면 백두대간 종주를 거치면서 성큼성큼 자라는 깨달음은 산에서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때로 침묵해야 함이었다고 고백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 자신의 성찰을 이루기 위해 시작했던 독서가 아직은 수다스럽고 경망스러움을 깨닫게 된다.
산멀미로 인해 첫 등산에서 탈진했던 중2 지혜가 백두대간을 완주하는데 성공하는 등 산행이 개인의 변화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나는 아직도 독서의 산멀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면 돌파보다는 차선책을 찾고 자기 합리화에 더 애쓰지 않았나 싶다.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를 읽으며 가져 본 반성에 비춰 볼 때 공감의 힘이 새삼 대단함을 느끼게 한다. 좋은 책이다. 오랜 기간 독자들에게 그 반짝반짝 빛나는 감성과 따뜻함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