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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 - 왜 99%는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
크리스 레만 지음, 김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문화 비평가인 크리스 레만이 집필한 <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은 미국내 대부분의 부를 가진 상위 1%에 불과한 부자들이 어떻게 사회를 조종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부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지 철저하게 파헤치고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 책이다.
스마트폰의 혁명으로 대표되는 아이콘인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가도를 통해 ‘손안의 세계’를 구현하면 열광적인 신도(?)들을 만들어 낸 애플社와 스티브 잡스의 그늘에 도사린 중국 하청업체 팍스콘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는 애플과 그런 고통속에 탄생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진실임을 각인시키는 수많은 행태들, 가진 자의 범죄행위와 가난한 자의 동일한 범죄행위에 대한 법원의 법적 징벌은 법앞에 평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에게 훨씬 관대함을 아끼지 않는다. 언론 또한 가진 자들의 부를 통해 연명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와 가진 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언론을 운영함으로서 나타나는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여론 호도와 이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마저 인식하지 못하는 99% 대중의 모습은 처량하다 못해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
부의 전횡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프로 스포츠세계에서도 돈의 개입은 언제든지 공정한 경쟁과 페어플레이를 통해 승부를 결정짓는 스포츠를 타락시킨다. 일례로 들어보자.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미국의 오노에게 강탈당한 김동성 선수의 불행은 바로 세계 빙상연맹을 좌지우지 하는 미국과 미국의 부의 힘이 아니었으면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이었다. 결국 김연아선수의 금메달이 되긴 했지만 라이벌 깜도 아닌 아사다 마오가 계속 자신의 실력 이상의 점수를 받았던 것은 국제피겨연맹의 재정적 지원을 도맡아하는 일본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연아선수는 피해 갔지만 결국 다른 선수들은 이러한 검은 지원 속에 은메달을 딴 아사다마오의 희생양들이 되었음은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처럼 미국내 부자들의 원맨쇼(?)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감춰진 이면을 들춰내는 저자의 필력은 이 책 한권 속에만 국한되지 않는 강렬한 사회고발의 메스임에 분명하다.
영어 원제 역시 이 책을 소개하는 매체들에서는 ‘부자 족속들’로 표현하지만 저자의 속뜻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거의 육두문자에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부자 XX들’....
이렇게 사회 전방위적 금권을 휘두르는 부자들이 만드는 세상의 불평등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기를 야기시킨 이들을 살리기 위해 피해를 입었던 국민들의 세금이 사용된다는 불편한 진실...
비단 미국만의 현실이 아님을 대부분의 독자들도 깨달을 것이다. 바로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도 쌍둥이처럼 똑같기 때문이다.
오직 경쟁만을 주장하지만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달리는 것이 아닌 불공평한 질주 속에 부자들은 99%의 서민들에게 패배를 받아들이고 운명으로 깨닫기를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은 이미 수십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득한 추억이 되었기에 부의 세습과 부를 통해 양질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 자식들이 사회 고위층을 차지하게 된다. 이처럼 계층의 고착화는 정치적 민주주의 속에(물론 이러한 성과도 현 정부들어 철저하게 파괴되고 만다. 탈레반이 세계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굴을 허물어 뜨린것과 뭔 차이가 있을까?) 간과되어 온 경제적 민주주의가 정말로 시급한 사안임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기에 이 책을 보는 우리는 미국의 세태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대주의에 빠져 오늘도 미국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을 숭배하는 부자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하긴 미국의 시장지향의 경제체제가 만들어 낸 괴물은 공공시스템마저도 독점을 통해 부자들에게 부를 안겨다 주는 실버라도가 아니겠는가? 지하철 9호선은 그 시발점이었지만 박원순 시장에게 통렬한 카운터펀치를 얻어맞고 잠시 실신했다. 하지만 그들이 부를 가져갈 컨셉들은 도처에 널렸다. 의료 민영화도 그렇고 인천공항 지분매각도 대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부자들이 다해먹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