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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징 - 분노의 시대 정당한 심판
임채영 지음 / 사람사는세상 / 2012년 3월
평점 :
그날...그가 세상을 스스로 버렸던 2009년 5월 23일은 결혼 10주년 기념일이었다. 난 들뜬 마음으로 와이프, 아이들을 태우고 봄날의 주말 오전을 경주로 향하는 차안에서 교통방송을 듣고 있었다.
긴급뉴스속보... 전 노무현 대통령 중태...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경주에 다다를 즈음 뉴스에서는 봉하마을 자택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응징-분노의 시대 정당한 심판>은 이처럼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회상과 현 정권의 적대적인 행태로 그를 비극으로 몰아 간 이들에 대한 날선 비판을 담은 책이다.
저자 개인의 감성적인 면도 부각되는 이 책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집권 시기에 있었던 일들을 뒤돌아 보며 정책상의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물고 늘어지며 온갖 비난을 서슴치 않았던 수구세력의 정치공세를 방관내지 오히려 같은 선상에 서서 비난했던 지지자들의 실수를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망쳤다던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호기를 부리며 당선된 현 대통령과 정권의 747공약의 우스운 결과와 일부 부자들을 위한 정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결국 이 책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도덕적이지 못하고 비리와 부패로 얼룩진 이들에 손을 들어 준 우리가 힘겹게 얻어냈던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고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를 통해 그들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현 야당 정권의 마지막 5년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시대를 되돌아 본다.
이런 회한은 현 정권의 후안무치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한다. 그 회한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수구세력의 흠집내기 속에서 진정성을 오해받았던 그를 진정으로 도와주고 보호해 주지 못했던 후회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불과 4년 사이에 경천동지할 만큼 뒤바뀌어 버린 우리나라의 정치지형과 경제, 서민의 삶이 그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 책의 발간이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현 정권의 비리에 분노하는 독자들을 공감하게 만든다.
이 책의 발행은 총선을 앞두고, 올 연말 다가올 대선에 맞춰졌다. 지금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잊지 말고 다시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와 같은 후회스러운 일을 겪지 말자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총선은 또 다시 수구세력인 여당에 압승으로 나타났다. 봄은 왔지만 차디찬 겨울처럼 느껴지는 삭막함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식과 정의가 통용되는 세상을 꿈꿨고 노력했던 그의 비극적 운명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되어야 할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상식과 정의가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라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살아갈 이들이 세상을 원망하고 등지는 비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응징하고 싶지만 외면하거나 방관하는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