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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전 공중파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선덕여왕>은 타이틀롤인 선덕보다도 그녀와 경쟁관계에 있으며 정략에 능하고 표독한 술수를 자행하면서 정권을 뒤흔들었던 미실이라는 인물에 시청자들이 더 관심을 가지면서 인기몰이를 하였다. 이는 미실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도 한 몫하였지만 남성위주의 권력구조와 사회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이 한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것에 대한 여성들의 대리만족에도 기인할 것이다.
미실은 신라 <화랑세기>에 그 흔적이 나타난다. 화랑도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32명의 전기를 묶은 <화랑세기>에서 미실은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에 이르는 삼대에게 색공(色供)하며 30년 동안 신라 조정을 장악하고 권세를 휘둘렀는데 그녀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 지난 2005년 처음 <미실>이라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관심을 받았었다. 그때 그 소설의 개정판이 바로 지금 <미실>이다. 어찌보면 드라마에서의 미실의 캐릭터는 이 소설에서 대부분의 모티브를 차용한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성에 대한 지금과 같은 가치관이 정립되기 훨씬 이전인 신라시대, 특히 권력과 욕망에 휩싸인 이들의 암투와 이합집산의 이면에 자리 잡은 성적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나 보다. '색공지신', 색으로 왕을 모시는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은 바로 이러한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성관계가 가능한 나이가 되면서 치명적인 매력과 미모를 바탕으로 신라 왕실과 정계를 주름잡는 것으로 알려진 그녀의 일대기를 묘사한 이 책에서 왕성한 남성편력의 이력 소개는 당연지사.
이 책을 접하기 전 드라마도 제대로 보지 않았기에 신라왕실과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정도로만 알았던 미실이기에 책을 보는 내내 충격적인 부분도 많았다. 우선 어안이 벙벙해지는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혼인 및 혈연관계도는 이시대의 성모럴이 도대체 존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상 그 이상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혼은 한낱 가문과의 연을 맺는 도구일 뿐 혼인관계에서도 다양한 애인을 만들어서 자식을 낳고 또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 신라시대 귀족층 풍속과 미실의 종횡무진(?) 활약은 읽는 도중 자꾸만 혈연도를 다시 들춰가며 등장인물간 관계를 살펴야 하는 고충을 감내하게 만든다.
역사적 인물을 풍부한 상상력과 유려한 문체로 부활시키는 점에서는 소임을 훌륭하게 다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로서 아직 자질이 부족한지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 이 소설은 상상이 가미된, 성으로 점철된 신라왕실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