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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늪 - 그림자 전사들
박은우 지음 / 고즈넉 / 2012년 1월
평점 :
팩션소설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역사적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극을 전개시켜 나감으로서 마치 역사의 한페이지를 기록했던 실존 이야기인양 독자들에게 사실감을 선사하고 몰입감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쟁의 늪> 역시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을 배경으로 한 팩션 소설이다. 몇 년전 <달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이미 한번 출간되었던 이 소설은 올해 임진년을 맞아 정확히 420년전, 60갑자가 7번을 돌아 맞이하게된 해에 내용을 일부 수정, 보강하고 ‘이순신을 지켜라’라는 영화로 개봉에 앞서 재발행을 하게 되었단다.
<전쟁의 늪>은 임진왜란의 전화(戰禍)속에서 요인 암살, 적진 정탐, 교란 등 치열한 첩보전을 수행했던 ‘낭청’에 대한 이야기다. ‘낭청’은 본래 낭관(郎官)과 같은 의미로 각 관서의 당하관을 가리켰으나 1555년(명종 10) 비변사가 상설기구로 바뀌어 12명의 낭청을 두면서부터 하나의 관직으로 자리잡아 뒤에 설치된 선혜청·오군영 등에도 차례로 낭청직이 설치되었다. 명목상 드러난 역할은 이럴진대 저자는 임진왜란의 전쟁 속에서 ‘낭청’이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으로 묘사하고 고난이도의 임무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려낸다.
그러기에 신분에 대한 비밀은 당연지사. 주인공인 비변사 소속 ‘낭청’ 장호준 역시 관직 명부에는 나타나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작가는 선조실록에 비변사 소속 낭청이 적에게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추고되었다는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암살시도가 여러번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여 두 사실을 뼈대로 허구를 살로 붙여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활극을 만들어 냈다.
이 책의 스릴과 재미는 유사한 작품들의 그것을 넘어선다. 전쟁 통에 죽은 줄 알았던 이가 살아있는 모습을 봤다는, 전쟁통의 아수라장에서 흔히 나올 법한 얘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시작되는 일본의 요인 암살 전문 닌자에 대한 장호준의 추적은 차근차근 올가미를 죄여가는 스릴 속에서 추격의 박진감을 선사하며 오랜 무예와 전투 경험에서 얻게 된 강한 포스로 자신을 압박해 오는 정체모를 자(장호준)의 실체를 파악하고 반격에 나서는 닌자 요미의 암약은 이 작품이 왜 영화화가 되는지 이해가 갈만큼 만만치 않은 긴장감과 오락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소설 곳곳에 배치된 반전의 재미는 장호준과 요미가 서로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추적하는 과정의 심리묘사와 서로를 겨누고 진검승부를 벌이는 장면에서의 세부 묘사와 함께 팽팽한 긴장감을 지루함 없이 일관되게 유지시킨다.
소재의 독특함과 함께 역사적 인물 이순신을 또한 등장시킴으로서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작가의 스토리텔링의 출중한 역량은 2부격인 <명량, 불패의 신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