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의 기술 - 한국 추리소설 작가 5인이 말하는
김이환 외 지음 / 알파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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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2000년대 후반 일본 장르문학의 기대주이자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자신이 짝사랑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 완전범죄를 시도한 천재 수학자와 이를 쫓는 물리학자의 대결을 그린 이 작품의 국내 출판본을 읽고 추리에 더해 인간의 욕망을 다룬 점에서 독특하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개인적 평가로 볼 때 큰 울림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이후에 <방황하는 칼날>을 읽었다. 정말 잊지 못할...지금도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작품으로 꼽는 소설을 접했을 때 그 충격과 공감의 반향은 지금도 이 서평을 쓰는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집단 성폭행 끝에 살해당한 딸에 오열한 주인공이 사적 복수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그 감정의 변화와 이를 쫓는 수사관의 범인을 향한 공감은 그가 왜 다작을 하면서도 거장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유지하는 실력을 갖췄음을 깨닫게 한 시작이었을 것이다.

 

지난 723,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오랜 대장암 투병 끝에 사망했음을 26일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여전히 많은, 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문학 팬들의 눈높이를 감안할 때 실망시키지 않아 온 그의 별세는 충격을 넘어 추모와 애도로 가득했다.

왜 신은 천재를 오래 잡아두지 않는 것일까? 그의 모든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고 일찍 세상과 작별했음을 아쉬워할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의 기술>은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들을 국내 추리문학 작가들이 미스터리, 즉 추리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장르문학의 문법으로서 풀어내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추리문학은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모리스 르블랑 등 서구에서 시작했지만 그들의 문학은 추리에 집중해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데 더 천착해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들과 다르다. 물론 이들의 업적에 감히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교하냐고 비난할지도 모르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추리문학 팬들에 인정받는 점에서 하등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밀>,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은 소위 사회파 추리소설에 해당하는데 현실이 기존 추리소설에서 뭔가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정의와 전형에서 탈피해 아니라 오히려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이나 사회 시스템이 양산해 내는 희생자와 그 가족내지 연고를 가진 이들의 무너진 일상을 공감하게 하고 그로 인해 범인을 쫓는 형사나 추적자의 인간적 고뇌가 더욱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추리소설 작가로서 저자들은 각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시리즈나 <가가형사>시리즈는 물론 존경하는 존재로서 그의 작품들을 해석하는 곳곳마다 그의 탁월함을 담담히 설명하는 기쁨을 준다. 추리문학이지만 그 전형과 문법을 탈피해 인간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작품들도 많은 그의 문학은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방황하는 칼날>외에 <백야행>도 좋아하지만 가가형사가 등장하는 <악의>도 정말 좋아한다. 범인이 누군지 추리해 가는 과정에서 극한의 긴장과 카타르시스가 그의 소설에서는 변주된다. 범인은 이미 누군지 드러났다. 그런데 왜 소설이 이어지는가? 그를 추리문학에서 대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지가 여기서 또 보여진다고 생각한다. 범죄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 범행에 이르기까지의 동기가 무엇인지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스릴러와 하드보일드마저도 섭렵하는 역량에 다시 감탄하곤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이해하고 나서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며 또 그 독서의 즐거움과 추리문학이 장르문학임을 넘어서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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