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졸업학교 교과서
임부돌 외 11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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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 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흔을 훌쩍 넘으신 나이에 남들은 호상(好喪)이라고 기운을 북돋아 주시지만 자식 입장에서 호상이란게 있을 수 있겠는가? 장수하신 것은 맞지만 아버지의 인생을 바라보면서 느낀 점은 장수가 아름다운 인생이나 소위 잘죽는것과 일관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난 2002년 이후 23년 동안의 아버지 인생은 감히 평가하자면 그냥 숨만 붙어 있으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삶의 의욕도, 행복도 없으셨고 그냥 하루하루 자연수명이 줄어드는 것 뿐이었다. 오죽하면 늘 왜 오래사는지 모르겠어. 그냥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씀을 반복하셨을까? 물론 그게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참 서글펐다. 한 인간의 인생이란게... 희노애락이 담긴 삶이란게.....

 

이미 우리 대한민국은 지난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고 한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돌파했고 오는 2035년에는 30%를 돌파한다고 한다. 나 역시 2035년에는 초고령 인구에 들어선다. 회사 생활도 얼마 안남았다. 어떻게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갈까? 소위 잘 죽는방법은 무엇일까? 내 삶은 존엄하고 품격있는 마무리를 원하기에 <인생졸업학교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의료·법률·행정·종교·문화·AI12가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칠 자유와 선택권을 사회와 국가로부터 보장받는 길은 머지않아 내가 직면해야 할 운명을 어떻게 잘 수용해야 할지 알려주는 가이드과 같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 12명의 저자들은 각기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아름다운 마무리의 현실적인 고민과 솔루션을 제시한다. 노화의 특징과 건강관리, 유언과 상속, 연명치료와 장기기증, 고인이 되었을 때 사진정리나 영정사진 등은 물론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는 일로서 웰다잉을 이해할 때 자신의 삶을 가장 잘 정리하는 좋은 방법인 자서전 쓰기 등은 결국 잘 살아 왔음을 스스로 납득하는 장례에 가깝다고 조언한다. 그 이유를 담담히 읽어 내려갈 때 자꾸 눈물이 나온다. 아버지는 어떤 삶을 살아 오셨을까? 내가 태어나기 이전, 그리고 내가 가정을 꾸리고 독립해 나간 이후 어머니를 병간호 하면서 겪었던 아버지의 삶을 정리해 내지 못했다는 회한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또 하나 유용한 점은 직업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대한 조언이었다. 처음 입사하던 27세의 나는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직장생활 30년을 넘어 곧 정든 회사를 떠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은퇴 이후의 새오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건강, 경제, 할 일 등)은 물론 삶의 전체를 반추하며 인생의 마침표를 설계한다는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 인생학교를 책임지는 전문가들의 많은 조언들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웰다잉의 출발점에 있어서 확실한 기준이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이 시기에 내게 유용한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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